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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0.03.10 18:18 수정 : 2010.03.10 23:17

진보 계간지 한국적 지방자치 길찾기
진보적 지방정치 사례와 성공가능성 탐문

계간지가 ‘계절’을 타는 건 숙명이다. 정치의 계절이니 지방정치를 화두 삼아 특집을 꾸린 계간지들이 많은 건 당연지사. <진보평론>은 ‘신자유주의적 지구화 시대의 지역과 풀뿌리 정치’를, <미래와 희망>은 ‘21세기 개성시대의 선거혁명’이란 주제를 ‘얼굴’로 내세웠다. ‘지방자치와 21세기 사회주의’를 특집으로 마련한 <마르크스주의 연구>도 마찬가지다.

진보적 지방정치의 여러 사례를 살피고 한국에서 실험의 성공 가능성을 탐문한 다양한 글 가운데 우선 눈길을 끄는 것은 장석준 상상연구소 연구기획실장의 ‘진보적 지방정치의 역사적 사례들’(<진보평론>)과 서영표 성공회대 교수의 ‘사회주의적 도시정치의 경험’이란 연구논문(<마르크스주의 연구>)이다.

장 실장은 19세기 말 이탈리아, 스웨덴 등에서 시작된 노동조합 중심의 지역사회 만들기에서 1·2차 세계대전 사이 오스트리아·독일에서 실험된 지방자치 사회주의를 거쳐, 1980년대 영국 런던과 미국 버몬트주의 신좌파 지방정치에 이르는 다양한 사례를 개괄하고 그 성과와 한계를 동시에 조망했다. 그는 다양한 실험들 가운데 특별히 19세기 말~20세기 초 이탈리아·스웨덴 상황이 우리와 가장 근접해 있다고 보는데, 진보 좌파가 이제 막 지역사회에 뿌리내리려 시도하고 있다는 점에서, 두 나라 좌파들이 ‘노동회의소’나 ‘민중의 집’을 세우고 교육·문화활동을 중심으로 지역 시민사회에 거점을 마련해간 사례에 주목해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다른 나라에서 수십년에 걸쳐 경험한 서로 다른 시간대를 동시에 경험하는 우리의 경우엔, 지역사회에 뿌리내리는 활동뿐 아니라 이를 거점으로 중앙정부의 시장지상주의 공세에 맞서야 하는 과제 역시 떠맡아야 한다”고 그는 강조한다. 이런 점에서 특히 주목되는 사례가 1980년대 런던광역시 정부의 ‘지역사회주의’ 실험이다.

서영표 교수는 1981년 켄 리빙스턴이 중심이 된 런던 노동당 신좌파가 지방선거에서 승리함으로써 출범한 런던시 정부가 이후 5년간 시행한 급진적 사회정책을 되짚었다. 런던 정부의 시도 가운데 주목할 만한 것은 신자유주의에 맞선 중장기적인 사회화 전략을 수립하면서 이를 참여민주주의와 결합하려 했다는 것이다. 문제는 직접적인 민주적 참여가 실현되기 위해선 정보와 지식, 자원이 제공돼야 했다는 점인데, 런던 정부는 각종 정보 네트워크와 지역 정보센터 등을 재정적으로 지원하고 지역 주민 스스로 재개발계획을 수립할 수 있도록 정책·재정지원을 시행함으로써 이 문제에 대처했다. 비록 대처 정부에 의해 좌절되긴 했지만 ‘민중계획’으로 불리며 광범위한 참여와 지지를 이끌어낸 도크랜즈 재개발 계획이 그것이다.

이런 런던의 실험에서 얻어야 할 교훈으로 서 교수는 지역정치가 급진적 정치가 발생·성장할 조건 역시 제공하며, 주택·대중교통·교육·보건의료 등 ‘집합적 소비’와 관련된 문제들이 지역정치의 가장 중요한 쟁점이라는 사실 등을 꼽는다. 아울러 정당정치는 대중에게 자원과 정보를 제공함으로써 그들 스스로 정치역량을 키울 때만 가능하다는 사실도 간과해선 안 될 지점이라고 서 교수는 강조한다.

이세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