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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9.02.04 19:34 수정 : 2009.02.04 19:34

박권일씨

공저자 박권일씨 “계급문제 소홀…우파논리에 이용당해”

20대 비정규직과 세대간 불평등 문제를 처음 공론화한 ‘88만원 세대론’을 두고 본격적인 담론 비평이 시작될 조짐이다. 불평등연구회 소속 사회학자들이 88만원 세대론의 문제점을 지적한 데 이어, 최근엔 <88만원 세대>의 공저자 가운데 한 사람인 박권일(사진)씨가 “(88만원 세대론은) 세대 내부의 양극화 문제를 소홀히 취급했다”는 성찰을 담은 기고문을 인터넷 매체 <레디앙>에 실었다. 그의 글은 88만원 세대론에 대한 ‘지적 소유권자’의 자기비판이란 점에서 작지 않은 반향을 일으키고 있다.

박씨는 글에서 “세대론에 집중하다 보니 세대 내부의 양극화, 20대와 50대에서 쌍봉형으로 나타나는 불안정노동과 같은 주요 문제들이 상대적으로 소홀히 취급됐다”며 “세대론의 한계에 대해 인식하고 있었지만 계급문제를 전면에 내세울 경우 책이 팔리지 않는다는 점도 고려하지 않을 수 없었다”고 밝혔다. <88만원 세대>가 “불안정노동의 전면화라는 계급적 문제에 세대론의 ‘당의(糖衣)’를 입힌 것”이라는 고백도 덧붙였다.

박씨는 또 자신과 <88만원 세대>를 함께 쓴 우석훈 성공회대 겸임교수가 최근 한 칼럼을 통해 <조선일보>가 후원하는 ‘우익판(版) 88만원 세대론’에 ‘격려와 지지’를 표시했다며 비판을 제기했다. 20대들에게 자신이 처한 구조적 모순에 관심을 갖기보다 386세대에 대한 증오감을 갖게 하려는 <조선일보>의 의도에 우 교수가 말려들었다는 것이다.

박씨의 이런 비판은 불평등연구회에 소속된 한준 연세대 교수(사회학과)의 지적과 맥을 같이한다. 한 교수는 “88만원 세대론은 사회적 불평등을 세대간 문제로 협애화한다는 점에서 문제가 있다”며 “결과적으로 ‘젊은 세대가 단결해 기득권 386세대와 싸우라’는 우파 논리에 정치적으로 이용당하기 쉽다”고 꼬집은 바 있다.

88만원 세대론을 둘러싼 논란과 관련해 일각에선 세대론 자체에 내장된 한계와 위험성을 지적하기도 한다. 세대론은 근본적으로 정치적이거나 마케팅적인 목적에 따라 다양한 개인을 특정한 집단주체로 호명하는 담론 전략이란 점에서, 88만원 세대뿐 아니라 ‘298세대’ ‘실크세대’ 등 최근 여러 형태로 유통되는 세대론 역시 한계가 분명하다는 것이다.

김영미 중앙대 박사후연구원(사회학과)은 “세대를 뛰어넘는 연대가 필요한 시기에 원초적 ‘인정욕망’을 자극해 갈등을 부추기는 편협한 세대론이 판을 치는 것은 젊은 세대를 위해서도 불행한 일”이라고 우려했다. 세대론에 기댄 동원과 여론몰이로 세대간 갈등 전선을 형성하고, 이를 통해 입신의 욕망을 충족시키려는 잠재적 엘리트들의 집요한 권력의지를 경계해야 한다는 얘기다.

이세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