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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자 수준 크기의 물질을 다루는 나노 세계를 이해하고 조작할 수 있다면 공업 생산방식을 혁신적으로 바꿀 가능성이 생긴다. 1993년 IBM(아이비엠)의 과학자들이 구리 표면 위에 철 원자를 하나씩 배열해서 만들어낸 나노 크기의 스타디움 모양. 나노 수준에서의 물질 제어가 원리적으로 가능하다는 걸 생생하게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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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카락 만분의 1’ 최소단위 물질 ‘나노’
입자 작아지면 물질의 색깔·속성까지 바뀌어
때 덜타는 유리·안 지워지는 페인트 등 이미 친숙
하지만 너무 작아 위험 일으킬 우려도 크다
기술 속 사상/(27) 나노기술의 세계 나노(nano)라는 단어는 그리스어에서 난장이를 뜻하는 나노스(nanos)에서 왔다고 한다. 아주 작은 길이 단위로 적절한 유래라고 생각된다. 1 나노미터는 10억분의 1 미터이다. 이렇게 말해서는 엄청 작은 단위라는 것은 알겠는데 느낌이 잘 안 올 수 있다. 그래서 나노 연구자들이 흔히 드는 예가 머리카락과의 비교이다. 가는 머리카락이 대개 10 마이크로미터 정도니까 1 나노미터에 비하면 가는 머리카락도 만 배나 더 두껍다고 할 수 있다. 원래 원자(atom)이라는 말은 더 이상 쪼갤 수 없는 물질의 궁극단위를 의미했고 실제로 꽤 오랫동안 원자는 물질의 최소단위로 여겨졌다. 지금도 현실적으로 핵분열이나 핵융합이 아니고서는 원자를 쪼개는 일은 매우 어렵다. 그런데 1 나노미터는 원자 서너 개의 크기에 해당되니 나노의 세계는 안정적인 물질의 최소단위 세계라고 할 수 있다. 정말 엄청나게 작은 세계다. 그리스어 ‘난쟁이’에서 유래 현재 대다수의 산업 선진국은 이렇게 작은 나노 영역을 과학적으로 탐구하여 혁신적인 기술을 개발하고자 자국의 연구자원의 상당 부분을 투자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예외가 아니다. 이미 정부는 2002년에 ‘나노기술개발촉진법’을 제정하여 나노기술에 매년 상당한 연구비를 투여하고 있고 민간 기업의 투자도 활발하다. 도대체 나노의 세계에 무엇이 있기에 이렇게 기술개발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 것일까? 통상적으로 제시되는 이유는 다음과 같다. 현재 우리가 주로 사용하고 있는 물품의 제조방식은 조각 작품을 만드는 일에 비유할 수 있다. 즉, 충분한 크기의 물질을 잘 깎아서 원하는 조각만 골라내어 사용하는 것이다. 이는 실제 조각처럼 큰 물건의 경우만이 아니라 색종이를 잘 오려서 토끼를 만들거나 반도체 웨이퍼를 잘 녹여내어 반도체 칩을 만드는 과정 모두에 작용하는 원리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잘 생각해보면 우리는 다른 방식으로도 원하는 물건을 만들 수 있다. 어린아이들이 가지고 노는 블럭쌓기를 떠올려 보라. 만약 우리가 블럭처럼 적당한 단위의 물질을 개별적으로 조립할 수 있다면 이 방식으로 원하는 형태의 원하는 기능을 가진 물질을 만드는 것이 원칙적으로는 가능해진다. 그러므로 만약 우리가 이런 일을 나노 수준에서 원자들을 가지고 할 수 있다면 물질의 손실을 최소화하면서 원하는 물건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게다가 단위 물질을 조립하는 과정에는 깎아내는 과정과 달리 버리는 부분이 거의 없으니 자원낭비와 환경오염도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해 볼 수 있다. 또한 원자를 조립하는 일은 원칙적으로는 매우 적은 에너지만으로도 할 수 있을 것이므로 에너지 또한 절약할 수 있을 것이다.
이처럼 나노의 세게를 이해하고 잘 조작할 수 있다면 현재 공업 생산방식을 혁신적으로 바꿀 수 있는 가능성이 생기게 된다. 이와 관련해서 1959년 한 강연에서 유명한 물리학자 리처드 파인만이 했다는 “밑바닥에는 충분한 공간이 있다”는 말이 자주 인용된다. 나노 세계(밑바닥)에는 우리가 아직 탐험하지 않았던 충분한 가능성과 다양한 방식으로 이용가능한 재료의 특성과 공간이 있다는 뜻일 것이다. 이런 이야기는 나노기술이 추구하는 지향점이 기존 기술과 어떻게 다른지를 잘 설명해주지만 실제로 나노 기술에 왜 그토록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지를 충분히 설명해주지는 않는다. 현재 나노기술의 연구의 대부분은 여전히 블럭쌓기의 방식보다는 깎아만들기의 방식을 택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세계 각국이 나노기술에 열광하는 보다 현실적인 이유는 다른 데서 즉, 물질이 특정 크기 이하가 되면 평소와는 다른 특징을 보인다는 사실에서 찾아야 할 것이다. 예를 들어 평소에는 노란 색을 띄는 금은 사금이라고 하는 모래 알갱이 수준에서도 여전히 노란색을 띤다. 그래서 아예 황금색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이다. 하지만 20 나노미터 정도가 되면 빨간 색이 된다. 금이라는 물질은 분명히 동일한 데 단순히 입자 크기가 작아진다고 해서 색깔과 같은 친숙한 속성이 바뀌는 것이다. 하지만 사실 색깔은 물질 고유의 속성이라고 보기는 어렵다는 사실은 이미 갈릴레오 때부터 알려져 있었다. 현대 과학의 용어로 이야기하자면 빨간 장미는 여러 파장의 빛이 섞인 백색광에서 정확히 빨간 색만 제외하고는 장미가 모두 흡수하기 때문에 빨갛게 보이는 것이다. 그러므로 빨간 장미는 빨간 속성 빼고 다른 모든 색깔은 다 가지고 있기 때문에 빨갛다는 다소 역설적인 결론에 이르게 된다. 색깔의 이런 특징은 질량과 같은 물리적 속성과는 다른 것이다. 그래서 갈릴레오의 영향을 받은 근대 경험주의 철학자 로크는 물질이 가진 속성을 질량처럼 물질 본유적인 성질과 색깔처럼 우리 지각과의 상호작용을 통해 형성되는 것으로 나눌 정도였다. 하지만 나노 영역에서 달라지는 것은 색깔만이 아니다. 로크조차 물질의 본질적 속성이라고 인정했을 화학적, 전자기적 속성도 달라지는 것이다. 화학적 속성이 달라지는 이유는 동일한 물질이라도 잘게 쪼갤수록 표면적이 커진다는 점을 통해 이해할 수 있다. 화학작용이 보다 활발하게 일어날 수 있는 조건이 마련되는 것이다. 예를 들어 티타니아 입자 크기가 20 나노미터 정도 되면 갑자기 약한 빛 아래서도 샬균력, 세척력, 김서림 방지효과 등의 특성을 나타낸다. 우리에게는 나노기술을 친숙하게 만든 은나노 세탁기라든가 잘 지워지지 않는 페인트, ‘스스로 청소하는(때가 잘 타지 않는다는 의미에서)’ 유리창 등은 모두 이처럼 적당한 크기 이하에서 일상적인 물질이 특별한 성질을 나타낸다는 사실에 이용한 것이다. 일상-양자역활 세계의 중간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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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년 일본 오사카 대학 연구팀이 만든 나노 개. 구리 표면에 원자를 하나씩 입혀서 만든 일종의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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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욱/한양대 교수·철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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