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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음악·공연·전시

이방인의 공포와 불안이 창조한 환상의 세계

등록 :2018-04-22 16:32수정 :2018-04-23 15: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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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창간 30돌 샤갈 특별전 ‘영혼의 정원’
M컨템포러리 아트센터서 28일 개막

러시아계 유대인 가문서 태어나 평생 유랑
현실 넘어선 신화적 세계 화폭에 담아
샤갈 국내 전시 중 최다 260여 작품
시기별 삶과 내면 드러나게 재구성
‘두개의 파란 이중초상과 빨간 당나귀’(1980)
‘두개의 파란 이중초상과 빨간 당나귀’(1980)

사람과 동물이 동네 하늘을 둥둥 떠다닌다. 얼굴과 새들이 뒤얽히고, 신부의 무등을 탄 신랑 위에 그들의 아이가 날고 있다.

우리가 부대끼는 현실의 풍경과 전혀 맞지 않는, 이런 신비스러운 이미지들로 한세기 이상 세계 관객들을 사로잡아온 거장이 있다. 20세기 가장 뛰어난 색채의 대가로 평가되는 러시아 출신의 유대인 화가 마르크 샤갈(1887~1985)이다. 그의 그림들은 흔히 꿈결 같은 환상의 세계로 일컬어진다. 그 몽환적 이미지들의 명성 덕분에 지금도 엄청난 인기를 누린다.

러시아 변방 벨라루스의 소도시 비텝스크에서 태어난 그는 고향에 얽힌 유년 시절 추억들을 주된 모티브로 삼아 추억 속 환각의 세계를 평생 화폭에 집요하게 담아냈다고 알려져왔다. 현실 공간의 중력과 논리를 팽개친 듯한 그림 구성은 얼핏 혼란스러워 보이지만, 시각적 흡입력이 크다. 삶을 누리는 기쁨과 사랑의 행복감을 밝고 화려한 파스텔톤의 색채감과 활력 넘치는 필치로 형상화한 까닭에, 어느 거장보다도 인간적 감성에 와닿는 마력을 내뿜는다.

역설적인 건 밝고 환상적인 샤갈의 화풍을 잉태한 요소가 끝없는 유랑에 깃든 불안과 공포였다는 점이다. 가난한 유대인 가문에서 태어난 그는 전쟁과 혁명에 휘말려 평생 러시아와 프랑스, 미국을 떠돌며 살았다. 언제나 쫓겨남을 걱정해야 했던 이방인으로 스스로를 자각했던 샤갈은 현실과 동떨어진 사람과 동물, 자연이 하나로 융합되는 유대교 특유의 신화적 세계를 자의식의 터전으로 삼아 화폭에 펼쳐냈다. 샤갈 특유의 시적인 감성과 놀라운 색채감각이 이런 화풍을 형성하는 데 중요한 구실을 했다.

색채의 마술사 마르크 샤갈의 복잡다단한 인생 내면을 산책하듯 살펴보는 특별한 전시가 한국에 차려진다. <한겨레> 창간 30돌을 맞아 한겨레신문사가 엠(M)컨템포러리와 공동기획한 ‘마르크 샤갈 특별전―영혼의 정원’이 오는 28일 서울 역삼동 엠컨템포러리 아트센터에서 막을 올린다.

재혼한 부인 바바의 초상(1953~56)
재혼한 부인 바바의 초상(1953~56)
고향 정경을 담은 ‘러시아 마을’(1929)
고향 정경을 담은 ‘러시아 마을’(1929)
‘보라색 수탉’(1966~72)
‘보라색 수탉’(1966~72)

이번 전시는 지금까지 국내에서 열린 샤갈 관련 전시들 가운데 가장 많은 260여점의 작품을 선보인다. 출품작은 프랑스, 스위스, 스페인, 이탈리아 4개 나라의 개인 소장자 7명의 소장품들 가운데서 엄선했다. 국내 처음 공개되는 작품도 25점이다.

그동안 국내에서는 2004년과 2011년 한국일보 주최로 열린 두차례의 회고전에서 세계 각지 미술관에 소장된 샤갈의 대표작과 주요 작품들을 일부 소개한 바 있다. 이번 전시는 대작 중심으로 전형적 화풍을 알려주었던 과거 전시와 달리 시기별로 작가의식의 내면이 드러나는 소품과 판화, 삽화 등을 색다른 맥락으로 재구성했다. 여전히 수수께끼처럼 비치는 샤갈의 삶과 작가의식을 관조하듯 살펴보도록 한 얼개가 특징이다.

특별전 제목처럼 전시장 내부는 샤갈의 인생과 내면 세계를 만나는 ‘영혼의 정원’으로 디자인 콘셉트를 잡았다. 80여년간 러시아의 전통 성화부터 인상파·입체파·야수파 등 19~20세기의 다양한 전위사조를 두루 섭렵했던 샤갈의 광대한 작업 편력을 이해할 수 있도록 그가 주로 썼던 그림 주제들을 4부로 나누어 연대기순으로 짰다. 초기 회화부터 그의 뮤즈였던 부인 벨라 로젠펠트와의 애틋한 인연을 중심으로 한 이야기 순서에 따라 관객들을 샤갈의 인생 여정으로 이끈다.

먼저 1부 ‘꿈, 우화, 종교’(136점)는 종교적 상징주의와 낭만주의로 표상되는 샤갈의 초중반 작품 세계를 아우른다. 1917년 러시아혁명기 고향의 미술학교 교장을 맡아 예술운동에 몰두하다, 혁명에 환멸을 느끼고 파리로 돌아온 1920년대 중반부터 나치의 탄압을 피해 1941년 미국으로 망명했던 시기, 프랑스로 돌아간 50대 시절까지의 작품들을 두루 보여준다. 빨강, 파랑 등 강렬한 원색 톤을 배경으로 샤갈의 작품 세계를 투영한 초기작 140여점과 동판화적 기법과 기교가 돋보이는 <성서> 시리즈, 수작업으로 완성한 채색 에칭 판화 <라퐁텐 우화> 시리즈가 눈길을 모은다.

2부 ‘전쟁과 피난’에서는 전쟁과 피난, 혁명으로 인한 이주 등 역경과 고통의 상황 속에서도 희망과 사랑의 정념을 잃지 않았던 내면 세계를 담은 작품들이 나온다. 생전 두번의 전쟁과 러시아의 10월 혁명을 겪은 샤갈은 삶 속에 똬리 튼 전쟁의 공포감을 흑백톤 작품으로 표출한다. 샤갈의 친구였던 프랑스 문인 앙드레 말로가 스페인 내전 당시 겪은 경험을 바탕으로 쓴 <대지에서>(Et sur la Terre And on Earth)란 책의 삽화들이 나온다.

‘시인 아폴리네르’(1976)
‘시인 아폴리네르’(1976)
‘길 위에 붉은 당나귀’(1978)
‘길 위에 붉은 당나귀’(1978)
1960년대 출간된 목판화집 ‘시’의 삽화.
1960년대 출간된 목판화집 ‘시’의 삽화.
3부 ‘시의 여정’에서는 미국 극작가 헨리 밀러가 ‘화가의 날개를 단 시인’이라고 헌사를 바쳤던 샤갈의 시적 감성이 재조명된다. 널리 알려진 초현실주의풍 후기 작업들을 소개하는 영역이다. 남프랑스 프로방스에 안정된 거처를 마련한 뒤 화풍이 숙성되는 1950년대 이후부터 말년까지의 작업 흐름들을 보여준다. 프로방스의 새 삶을 시작하면서 느낀 원숙한 감각이 천상의 색으로 발현되어 작품 속에 녹아든 것이 이 시기 특징인데, 서커스, 종교, 우화, 꿈, 꽃 등을 주제로 한 작품과 판화 컬렉션에서 그런 단면을 보게 된다. 음악과 시가 공존하는 꿈의 동산이라고 할 만한 작품들이다. 주요 석판화 시리즈와 문학에 대한 열정을 목판화로 담아낸 <시-삽화> 시리즈, 판화에 대한 애정을 담은 ‘샤갈의 아틀리에’(es ateliers de Chagall) 포트폴리오집이 출품된다.

생전 작업 중인 샤갈의 모습.
생전 작업 중인 샤갈의 모습.
4부 ‘사랑’에서는 샤갈이 자기 작품에서 가장 중시했던 요소인 사랑을 주제로 한 작품들과 연애담으로 구성된다. 특히 샤갈의 영원한 동반자 벨라와의 사랑이 작품 속에서 어떻게 표현되었는지 살펴보는 게 핵심이다. 10대 시절 만나 동고동락한 첫 부인 벨라와 그의 말년을 함께한 러시아 여인 바바와의 사랑 이야기가 곁들여진다.

이외에도 문학을 사랑한 샤갈의 삽화집 속 일러스트레이션 작업과 서사적인 판화 시리즈 등이 나와 다채롭고 넓은 샤갈의 작업 반경을 한자리에서 실감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으로 보인다. 관객이 참여하는 미디어 인터랙티브 공간도 마련된다. 8월18일까지. www.m-contemporary.com, (02)3451-8187.

노형석 기자 nuge@hani.co.kr, 도판 엠컨템포러리아트센터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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