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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영화·애니

따뜻하다, 하나뿐인 가족들의 ‘거짓말’

등록 :2021-02-03 16:13수정 :2021-02-04 0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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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일 개봉하는 영화 ‘페어웰’]
중국계 미국인 감독 룰루 왕 감독 실화 바탕
한국계 아콰피나 아시아계 첫 골든글로브상
봉준호 감독 “위대한 아시아 여성감독” 극찬
영화 <페어웰> 스틸컷. 오드 제공
영화 <페어웰> 스틸컷. 오드 제공

‘실제 거짓말에 기반한 이야기입니다.’

영화가 시작하면 이런 자막이 뜬다. ‘실화에 기반한 이야기’라는 자막에 익숙한 관객은 고개를 갸우뚱할 법하다. 그렇다면 이 영화는 실화인가, 거짓인가? 실화 바탕이되 그 안에 거짓이 있는 영화, 그런데 그 거짓이 밉지 않은 영화 <페어웰>이 마침내 4일 국내 관객과 만난다.

미국 뉴욕에 사는 빌리(아콰피나)는 어린 시절 중국에서 온 이민자다. 어느 날 청천벽력 같은 소식이 전해진다. 중국에 계신 할머니(자오수전)가 암으로 3개월 시한부 선고를 받았다는 것. 하지만 가족들은 “사람을 죽게 하는 건 암이 아니라 공포”라며 당사자에겐 숨기기로 한다. 미국·일본에 흩어져 사는 가족들은 마지막으로 할머니를 보려고 거짓으로 빌리의 사촌 동생 결혼식을 꾸며 중국 창춘으로 모인다. 부모님은 빌리에게 “넌 감정이 얼굴에 다 드러난다”며 못 오게 했지만, 빌리는 그리운 할머니를 보려고 뒤늦게 합류한다.

영화 &lt;페어웰&gt; 스틸컷. 오드 제공
영화 <페어웰> 스틸컷. 오드 제공

중국계 미국인 룰루 왕 감독은 첫 장편영화 <러브 인 베를린>(2014년)의 편집 작업을 막 시작했을 때 실제 할머니의 시한부 소식을 듣고는 가족들의 ‘선의의 거짓말’에 동참했다. 왕 감독은 “그때 이 사연이 내가 정말 하고 싶은 이야기라는 걸 깨달았다. 실제 삶에서 벌어진 코미디 영화 같았지만, 웃음 안에 더 큰 질문이 들어 있었다”고 말했다.

가족들은 할머니 앞에서 즐거워하다가도 뒤에선 무거운 마음을 감추지 못한다. 빌리는 할머니에게 진실을 알려야 한다고 생각하면서도 말을 꺼내지 못하고 괴로워한다. 이런 사실을 모르는 할머니는 빌리에게 “넌 마음이 아주 단단한 아이야”라며 따뜻한 마음을 전한다. ‘웃픈’(웃기면서도 슬픈) 코미디의 주인공 빌리에게 잔뜩 감정이입하다 보면, 마지막 장면에서 눈물을 흘리는데도 가슴이 따뜻해지는 경험을 하게 된다.

영화 &lt;페어웰&gt; 스틸컷. 오드 제공
영화 <페어웰> 스틸컷. 오드 제공

빌리의 복잡한 심경을 섬세하게 연기한 아콰피나(본명 노라 럼)는 중국계 아버지와 한국계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래퍼 겸 배우다. ‘아콰피나’는 생수 브랜드(아쿠아피나)를 변형한 것이다. 활동명 후보에는 ‘김치찌개’도 있었다고 한다. 2012년 유튜브에 올린, 여성 성기를 소재로 한 자작 랩 ‘마이 배지’(My Vag)가 500만건 넘는 조회수를 기록하며 유명해졌다. 이후 본격적인 연기 활동을 하며 <오션스8> <크레이지 리치 아시안> 등에 출연했고, <페어웰>에서 첫 주연을 맡았다. 4살 때 어머니를 여의고 할머니 손에서 자란 아콰피나는 빌리의 마음을 더 깊이 이해하며 연기했고, 지난해 골든글로브 시상식에서 아시아계로는 처음으로 뮤지컬·코미디 영화 부문 여우주연상을 받았다.

영화 &lt;페어웰&gt; 스틸컷. 오드 제공
영화 <페어웰> 스틸컷. 오드 제공

<페어웰>은 2019년 선댄스영화제에서 첫선을 보인 후 세계 여러 영화상 157개 부문 후보에 올라 33관왕을 차지했다. 지난해 아카데미 시상식 전날 열린 독립영화 시상식 ‘인디펜던트 스피릿 어워즈’에선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을 제치고 최우수작품상과 여우주연상을 받기도 했다. 봉 감독은 아카데미 시상식 레드카펫 행사에서 “위대한 아시아 여성 감독인 룰루 왕을 정말 사랑하고, 그가 상을 받아 매우 기쁘다”고 극찬했다.

서정민 기자 westm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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