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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영화·애니

예술·독립영화관 10년 침체 끝 ‘희망찾기’

등록 :2006-04-06 11:43수정 :2006-04-06 1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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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극장 큰 문화

극장 관객 1만명과 100만명 사이. 여기에는 99만명이라는 숫자상의 차이만 있는 게 아니다. 전혀 다른 두개의 시장이 존재한다. 100만명 시장은 수십억원대의 제작비 또는 수입가, 그리고 수백개의 상영관, 엄청난 물량의 홍보와 광고로 관객들에게 달려간다. 1만명 시장은 단관 또는 5개관 미만의 작은 상영관에서 관객들을 기다린다. 전자를 상업영화 시장이라고 한다면 후자는 예술영화 또는 독립영화 시장이라고 말한다.

한국에 만명 단위의 작은 영화 시장이 형성된 건 90년대부터다. 물론 극장에서 <파리, 텍사스>나 <정복자 펠레> 같은 해외 영화제 수상작들을 볼 기회가 없었던 건 아니지만 본격적인 작은 영화 시장은 95년 <희생>을 개봉한 종로 코아아트홀이나 같은 해 ‘예술영화관’이라는 명칭을 처음 사용한 동숭시네마텍의 개관과 함께 열렸다. <희생>의 2만명 관객동원은 지금도 예술영화관에 대해 이야기할 때 빠지지 않는 기적같은 성과이다.

10년 전에 비해 상업영화 시장은 몇십배 늘어났지만 작은 영화 시장의 규모는 여전히 만명 단위에 머물러 있다. 동숭시네마텍과 코아아트홀에 이어 만들어진 예술영화관인 광화문 씨네큐브와 대학로 하이퍼텍나다가 지난해 1만명을 넘긴 영화는 각각 <권태>와 <아무도 모른다> 한편씩에 불과하다.

그러나 장기 침체로 허덕이는 작은 영화 시장에 희망이 보이지 않는 것은 아니다. 올 1월 서울 5개관에서 개봉해 대전, 광주, 대구 등을 순회상영한 <메종 드 히미코>는 지금까지 8만5천여 명의 관객을 동원했다. 이 ‘기적적인’ 기록에는 가렸지만 지난 2월 씨큐엔(CQN)명동에서 개봉한 <박치기>도 한달 반만에 2만명 이상 보고 갔다. 지난해 12월 서울 3개관에서 개봉한 <브로큰 플라워>도 2만명의 관객을 모았다.


작지만 의미 있는 이런 변화와 함께 얼마전부터 단순히 ‘예술영화관’으로 묶어 설명하기 어려운 특색있는 극장들이 꾸준히 생겨나고 있다. 올해 개관한 스폰지하우스와 씨큐엔명동, 지난해 개관한 필름포럼, 2004년 말 멀티플렉스에 독립영화관의 개념을 도입한 씨지브이 강변이나 상암은 극장 관객들이 일반 개봉작과 다른 영화를 ‘골라’ 볼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나가고 있다. 짧게는 1년, 길게는 5년 넘게 시행착오를 거듭하며 작은 영화 배급·상영의 노하우를 익혀온 이 극장 관계자들은 조심스럽게 만명대의 작은 영화 시장에서 승산을 타진해 나가고 있다.

씨큐엔 명동을 운영하는 이애숙 부사장은 “도쿄 최고의 번화가인 시부야에는 멀티플렉스 대신 저마다 다른 장르나 특색있는 영화를 단독 상영하는 미니 씨어터(작은 극장)가 많이 들어서 있는 데 비해 한국은 모든 극장이 같은 간판을 걸었다가 1~2주일 만에 바꾸는 게 아쉽다”고 말했다. 다큐멘터리 상영관 등 특화된 단관 극장을 찾는 건 뉴욕이나 파리 같은 대도시 중심가에서도 어려운 일이 아니다. 이런 도시들처럼 서울도 작은 영화, 작은 극장들이 도심의 틈새를 채워나갈 때 영화의 다양화와 문화의 다양화는 현실로 다가올 수 있을 것이다.

김은형 기자 dmsgud@hani.co.kr



흥행 선두 조성규 스폰지 대표
“좋은 영화는 일단 싹쓸이 지난해 수입배급 30여편”

사진 이정용기자 lee312@hani.co.kr
사진 이정용기자 lee312@hani.co.kr
“예술영화 수입을 싹쓸이한다고 욕도 많이 먹는다. 그럼에도 스폰지의 캐치프레이즈는 좋은 영화의 선점과 독점이다.” 스폰지 조성규 대표가 지난해 수입·배급한 영화는 30여 편. 작품수만 따지면 씨제이나 쇼박스같은 대규모 배급사에 못지 않다. 이 가운데 10개 미만의 극장에서 개봉한 영화가 24편이다. 지난해 개봉한 작은 영화를 절반 가까이 배급했지만 그는 <아무도 모른다>와 <유 앤 미 앤 에브리원> <브로크백 마운틴>을 놓친 걸 애석해한다.

2004년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로 시작해 지난해 <토니 타키타니> <브로큰 플라워>, 올해 <메종 드 히미코>까지 작은 영화 흥행의 선두를 달렸지만 이 결과를 내기까지 조 대표 역시 수많은 시행착오를 했다. “<도그빌>이나 <에로스>, 최근에는 <도쿄 타워>까지 욕심 부렸다가 낭패본 영화도 많다. 아직도 상영관 100개 미만의 중간 규모의 배급시장은 예측하기 힘들지만 이 경험들을 통해서 10개 미만의 개봉 노하우는 어느 정도 축적했다.”

스폰지의 작은 영화 배급방식은 다른 배급사에도 영향을 미쳤다. 한 예가 광고를 전혀 하지 않고 개봉작의 주연배우와 감독을 초청하는 것이다. 대규모 개봉 영화가 스타 배우를 초청한 적은 있지만 작은 영화가 홍보 전략으로 배우와 감독을 초청한 건 <조제…>가 처음이다. <69>와 <피와 뼈>로 이어진 이 홍보방식은 최근 중소 규모의 일본 영화들이 개봉을 앞두고 줄줄이 주연배우들을 초청하는데 영향을 미쳤다. 그 밖에 일반 시사회를 전혀 하지 않거나 개봉주기를 빨리 돌리는 ‘단타’형 개봉은 스폰지만의 배급방식이다. 1만명 정도로 한국 독립영화 시장을 추산하지만 그 이하의 관객수로도 충분히 승산이 있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아들>이 6000명 들어 적자라고 생각하겠지만 벌었다. 개봉에 필요한 모든 준비를 ‘모듈화’하면 그만큼 비용이 절감되기 때문이다”. 한 예로 스폰지가 언론에 배포하는 보도자료는 모든 작품이 같은 틀과 스타일로 만들어져 있다.

거장 감독에서 이누도 잇신 같은 미지의 감독 발굴까지 다양하게 작품을 수입해온 스폰지의 선택 기준은 의외로 단순하게 “취향”이란다. “내가, 그리고 직원들이 좋아하는 감독의 작품을 먼저 찾았다. 그렇게 해서 한번 거래를 튼 감독과는 계속 함께 가면서 그 감독의 한국 판권 라이브러리를 완성하는 게 원칙이다.” 다른 데서 이미 개봉한 작품은 시효만료된 판권을 재구매하면서까지 빔 벤더스나 기타노 다케시, 페드로 알모도바르, 왕자웨이, 프랑소아 오종 등의 판권을 대부분 가지고 있다. 올 가을에는 판권을 다시 사 디지털 리마스터링한 왕자웨이 감독의 <중경삼림>과 <타락천사>를 재개봉할 예정이며 보유한 라이브러리들을 이용해 스폰지영화제도 활성화할 예정이다.

지난해 한국 영화 <온 더 로드 투>와 <거칠 마루>를 제작·배급했다가 “처절하게 실패”한 뒤 한국영화 제작은 무기한 유보한 상태. 지금까지 네트워크를 만들어온 아시아 감독들과 합작 제작을 하는 게 장기 계획이다. “이상일 감독(<69>)과 쓰마부키 사토시, 한국 배우가 한 영화에서 만난다면 멋진 결과가 나오지 않겠어요?”

김은형 기자 dmsgud@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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