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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방송·연예

단막극은 왜 계속되어야 하는가

등록 :2020-11-20 19:26수정 :2020-11-21 02: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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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판] 김선영의 드담드담
한국방송 [HDTV문학관-내가 살았던 집]
<내가 살았던 집>의 한 장면. <한국방송> 옛 드라마 전문 공식 유튜브 채널 ‘옛날티비’ 갈무리.
<내가 살았던 집>의 한 장면. <한국방송> 옛 드라마 전문 공식 유튜브 채널 ‘옛날티비’ 갈무리.

중학생 딸과 함께 살아가는 싱글맘 유정(배종옥)에게는 병운(장현성)이라는 5살 연하의 연인이 있다. 과거 그녀에게 청혼을 거절당한 병운은 다른 여자와 결혼한 뒤에도 유정을 잊지 못했고, 유정 또한 다시 돌아온 그를 거부하지 못했다. 유정은 병운과의 부적절한 관계와 사춘기에 접어든 딸과의 어색해진 관계, 그리고 갱년기 엄마(손숙)와의 불화 사이에서 고독함과 피로함을 동시에 느낀다. 오랜 고민 끝에 결국 병운에게 이별을 통보한 유정은 며칠 뒤 그의 갑작스러운 부고를 듣게 된다.

관계의 책임과 억눌린 욕망 사이에서 흔들리는 여성의 심리를 그린 드라마 <내가 살았던 집>은 한국방송(KBS)을 대표했던 전설적인 단막극 시리즈 <티브이(TV) 문학관>의 한 작품이다. 황순원의 <소나기>, 김동리의 <을화>, 이효석의 <메밀꽃 필 무렵> 등 한국의 고전들에서부터 신경숙, 은희경, 김경욱 등 현대 작가들의 대표작에 이르기까지 명작 소설을 영상으로 각색한 <티브이 문학관>은 드라마가 아직 예술성을 중요시하던 시절의 눈부신 성취였다. 문화방송(MBC) <베스트극장>과 함께 단막극 황금시대를 열며 많은 사랑을 받았지만, 드라마의 상업성이 최우선의 미덕이 된 시대에 들어서면서 폐지와 개편을 반복했다. 2005년에는 에이치디(HD) 시대를 맞아 명칭을 <에이치디 티브이 문학관>으로 바꾸고 영상미를 강조한 작품들을 선보였다.

은희경 작가의 동명 소설을 극화한 <내가 살았던 집>도 <에이치디 티브이 문학관> 첫해의 역사를 기록한 작품 중 하나다. 당시 ‘10년간 한국문학 100편을 고화질 영상으로 선보이겠다’는 야심을 밝혔던 한국방송은 영화감독에게 연출을 맡기는 등 단막극의 완성도를 높이려 시도했다. <내가 살았던 집>의 연출은 영화 <여자, 정혜>에서 여성의 심리를 섬세하게 담아냈다는 평을 받은 이윤기 감독이 맡았다. 실제로 이윤기 감독은 이 드라마에서 여러 개의 거울이나 겹겹의 프레임을 이용한 감각적 미장센을 통해 유정의 분열된 내면을 효과적으로 그려냈다. 역시 유정의 복합적인 심리를 완벽하게 소화해낸 배우 배종옥은 이 작품으로 동유럽 최고 권위의 국제 티브이 시상식인 골든체스트에서 여우주연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높은 완성도 외에 <내가 살았던 집>의 또 다른 인상적인 지점은 문학이 영상에, 아날로그 문화가 디지털 문화에 중심적 지위를 내주던 시대의 변화를 반영하고 있다는 점이다. 극 중에서 핸드폰이 본격적으로 대중화되기 시작한 무렵에 정작 소통이 엇갈린 연인들의 비극은 그 변화의 풍경을 잘 보여주고 있다. 몇년 뒤 시청률 지상주의가 모든 가치를 압도하게 된 현실에 밀려 결국 폐지되고 만 단막극의 운명을 미리 예감한 작품이랄까. 전통의 시리즈를 중단한 한국방송은 공영방송의 책무를 저버렸다는 비판의 목소리에 새로운 단막극 시리즈인 <드라마 스페셜>로 돌아왔다. 올해 10주년을 맞이한 이 시리즈는 이달 초 방영을 시작해 10편의 작품을 선보일 예정이다. <드라마 스페셜 2020>을 통해 단막극의 묘미를 맛본 시청자들이라면 <티브이 문학관> 시리즈를 엄선해놓은 한국방송의 유튜브 채널 ‘옛날티비’에서 더 많은 명작을 만나보기를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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