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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문화일반

2020년 운동 콘텐츠가 도달할 수 있는 ‘가장 건강한 자리’

등록 :2020-10-31 18:41수정 :2020-10-31 22: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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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판] 이승한의 술탄 오브 더 티브이
‘즐거운 성취’의 이름 <오늘부터 운동뚱·댄스뚱>

체중 감량이나 보기 좋은 몸 아닌
‘움직임의 즐거움’ 그 자체가 목표
비만이지만 살 빼는 데 관심 없는
출연자들 운동·춤 실력 실컷 뽐내

어려운 목표 앞에서 좌절하거나
타인의 신체적 특징 희화화 없이
빛나는 자기긍정 ‘질리지 않는 맛’
출연자가 가장 잘할 수 있는 것에 집중한 덕에 &lt;오늘부터 운동뚱&gt; 시리즈는 더 폭넓은 시청자들의 지지를 모았다. 운동 콘텐츠가 ‘(근육이 보기 좋게 붙은) 건강한 몸’이라는 목표에 대한 강박을 벗어던진 덕에 시청자들 또한 그 해방감을 함께 누릴 수 있게 된 것이다. &lt;오늘부터 운동뚱&gt; 유튜브 갈무리
출연자가 가장 잘할 수 있는 것에 집중한 덕에 <오늘부터 운동뚱> 시리즈는 더 폭넓은 시청자들의 지지를 모았다. 운동 콘텐츠가 ‘(근육이 보기 좋게 붙은) 건강한 몸’이라는 목표에 대한 강박을 벗어던진 덕에 시청자들 또한 그 해방감을 함께 누릴 수 있게 된 것이다. <오늘부터 운동뚱> 유튜브 갈무리

도대체 어디까지 잘해낼 셈인가? 양치승에게 근력운동을, 심으뜸에게 필라테스를, 홍지승에게 팔씨름을, 김미현에게 골프를, 이천수에게 축구를 배우며 경이로운 운동신경을 뽐낸 김민경이 <오늘부터 운동뚱>에서 도전하는 다음 종목은 야구다. 김민경이 양준혁의 지도를 받으며 타격 연습을 하는 영상이 유튜브 <맛있는 녀석들> 채널에 맛보기로 올라오자 팬들은 한마음으로 환호했다. 안 그래도 자신이 응원하는 팀에 타자가 필요한데 입단해주면 안 되겠냐는 너스레부터, 전문 운동인에게나 할 법한 ‘하체를 사용해서 체중을 실으면 타격에 더 힘이 실릴 것’이라는 진지한 조언까지, 댓글난은 온통 김민경의 능력을 신뢰하고 찬양하는 이들의 목소리로 가득 찼다. 당연한 일이다. 뭐든 가르쳐주면 헤매는 일 없이 단번에 습득해 실전에 응용하는 김민경을 보며 응원하지 않는 건 불가능한 일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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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동 천재 김민경, 댄스 천재 문세윤

뭇사람들의 찬사를 받는 건 김민경만이 아니다. 문세윤의 타고난 운동신경과 춤 실력을 최대한 살릴 수 있는 프로젝트 <오늘부터 댄스뚱>이 가동되면서, 사람들은 홀린 듯 모여들어 댓글난을 찬사로 채우기 시작했다. 그도 그럴 것이, 한 차례 보는 것만으로도 처음 보는 안무의 주요 동작을 얼추 포착해 따라 해내는 눈썰미와 춤 실력은 압도적이다. 세부 동작을 익히고 교정하는 시간까지 해도 1시간 반에서 2시간 사이면 안무를 마스터하는 놀라운 습득력과, 잔뜩 긴장하다가도 막상 무대에 오르면 실수 없이 소화해내는 무대 장악력은 숫제 전업 댄서 수준이다. 괴산고추축제 무대부터 문화방송(MBC) <생방송 음악중심> 무대, 엘지 트윈스 치어리딩 무대를 오르내리며 완벽한 무대를 선보이는 문세윤에게 열광하지 않을 도리가 없다.

코미디티브이 <맛있는 녀석들>이 스핀오프(본편의 내용 일부를 계승하되, 본편에서 갈라져 나와 따로 진행되는 티브이 시리즈)로 선보인 웹예능 시리즈 <오늘부터 운동뚱>과 <오늘부터 댄스뚱>의 인기는 이제 본편인 <맛있는 녀석들>의 인기를 능가할 만큼 뜨겁다. 아마 <맛있는 녀석들> 자체의 인기에 힘입은 바도 있을 테고, 놀랄 만큼 압도적인 능력을 선보이는 김민경과 문세윤을 향한 경이로움도 한몫했으리라. 그러나 이 성공의 가장 큰 비결은, 세계적으로 헬스를 비롯한 생활체육 관련 콘텐츠들이 각광받고 있는 트렌드일 것이다. 실제로 <오늘부터 운동뚱> 초창기에 프로그램을 거쳐 간 양치승 관장이나 필라테스 강사 심으뜸, 심각하게 망가진 유민상의 재활훈련을 도맡아 지도한 김계란 같은 이들은 어떻게 근육을 키우고 몸을 만드는지 지도하는 콘텐츠를 통해 인기를 얻은 이들이다. 더 강인하고 날렵하며 탄탄한 몸을 만드는 것을 목표로 운동을 하는 것은 시대적 트렌드가 되었고, <오늘부터 운동뚱> 시리즈의 성공은 분명 그 트렌드에 기댄 부분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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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기 좋게 건강한 몸’이라는 선망 너머

물론 예전이라고 해서 운동을 권장하는 트렌드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장재근이 아침방송에 출연해 에어로빅을 지도하던 1990년대 초반부터 지금까지 운동 콘텐츠의 수요는 꾸준히 존재했다. 그러나 과거의 운동 트렌드는 주로 ‘살을 빼서 예쁘고 멋진 몸을 만들어 외모를 가꾼다’는 방향이었고, 목표가 다이어트라는 것을 숨기지 않았다. 비만이나 과체중이 단순히 게으름이나 잘못된 생활습관의 결과가 아니라 엄연한 질병이란 사실이 밝혀진 지금은 더 이상 그런 방향으로 운동을 권장할 수 없게 되었다. 외모적인 측면으로 접근해 운동을 권장하는 일은 옳지 않을 뿐만 아니라 더 이상 설득력도 없다는 인식이 퍼지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체중 감량이 목표가 아니기에 출연자들은 운동이나 안무 연습이 끝나고 나면 또 한바탕 맛있게 식사를 하고, 카메라를 보고 씩씩하게 “오늘도 잘 놀고 잘 먹었습니다”라고 외친다. 근사하게 자기 능력을 증명한 이들이기에 시청자들 또한 이들의 체지방지수나 체중의 변화를 궁금해하지 않고, 출연자들도 구태여 ‘건강한 몸’이란 걸 증명할 필요를 느끼지 않는다. &lt;오늘부터 댄스뚱&gt; 유튜브 갈무리
체중 감량이 목표가 아니기에 출연자들은 운동이나 안무 연습이 끝나고 나면 또 한바탕 맛있게 식사를 하고, 카메라를 보고 씩씩하게 “오늘도 잘 놀고 잘 먹었습니다”라고 외친다. 근사하게 자기 능력을 증명한 이들이기에 시청자들 또한 이들의 체지방지수나 체중의 변화를 궁금해하지 않고, 출연자들도 구태여 ‘건강한 몸’이란 걸 증명할 필요를 느끼지 않는다. <오늘부터 댄스뚱> 유튜브 갈무리

비만이 질병이란 사실이 밝혀진 것이 의학적 측면의 변화였다면, 비만인을 조롱하고 마른 체형을 찬양하는 게 무신경하고 무례한 일이라는 인식이 퍼져 나간 건 사회적 측면의 변화였다. 과거에는 아예 ‘뚱보 코미디’라는 세부 장르 분류가 있을 만큼 비만인을 조롱하는 일은 예사로운 일로 여겨졌다. 그러나 모델 같은 체형을 갖기 위해 무리한 다이어트를 하다가 건강을 잃고 거식증을 앓는 이들이 증가하면서, 점차 사람을 외모로 평가하는 일은 잘못되었으며 특정 체형을 단일한 미의 기준으로 제시하는 것은 폭력적이라는 주장이 점차 힘을 얻었다. 2000년대 후반부터는 있는 그대로의 자신의 몸을 긍정하자는 ‘바디 포지티브’ 운동이 전개되었고, 빅사이즈 모델들이 등장해 아름다움의 기준은 단일한 것이 아니라는 메시지를 설파했다.

그 무렵 등장한 트렌드가 ‘건강한 몸’을 만들어 유지하자는 ‘자기관리’였다. 체지방지수와 근육량을 정밀하게 체크하고, 식단을 관리하며 꾸준한 운동을 통해 근육이 보기 좋게 붙은 몸을 만들어 건강을 유지하자는 것이 그것이다. 비만을 외모적으로 비하하거나 게으르다고 질타할 수는 없지만, ‘질병’ 상태를 벗어나기 위해 건강을 관리하자고 말할 수는 있으니까. 건강해지자는데 누가 뭐라고 하겠는가? 비만인에 대한 직접적인 공격이 사라진 자리에, 꾸준한 피트니스와 식단관리로 잘 관리한 ‘(근육이 보기 좋게 붙은) 건강한 몸’이라는 이데올로기가 들어앉았다. ‘건강한 몸’의 반열에 오르지 못한 몸에는 자연스레 ‘자기관리를 하지 못한 몸’이라는 인식이 씌워졌다. 누구도 대놓고 ‘보기 좋은 몸’을 만들자는 이야기를 하진 않지만, 모두가 그걸 염두에 두고 있는 기묘한 상황이 2010년대 후반의 트렌드였던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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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잘 놀고 자~알 먹었습니다!

<오늘부터 운동뚱> 시리즈는 바로 이 지점에서 기존의 ‘자기관리’ 트렌드와 차별점을 둔다. 두 프로그램은 출연자인 김민경과 문세윤의 체중을 감량한다거나 눈에 띄는 변화를 추구하는 데 아무런 관심이 없다. 애초 프로그램의 기획 목적부터 ‘지속 가능한 먹방’을 위한 최소한의 건강을 갖추는 것이었고, 김민경이 압도적인 운동능력을 뽐내며 모두의 감탄을 자아내자 <오늘부터 댄스뚱>부터는 아예 본격적으로 출연자가 가장 잘할 수 있는 콘텐츠에 집중한다. 체중 감량이 목표가 아니기에 출연자들은 운동이나 안무 연습이 끝나고 나면 또 한바탕 맛있게 식사를 하고, 카메라를 보고 씩씩하게 “오늘도 잘 놀고 잘 먹었습니다”라고 외친다. 근사하게 자기 능력을 증명한 이들이기에 시청자들 또한 이들의 체지방지수나 체중의 변화를 궁금해하지 않고, 출연자들도 구태여 ‘건강한 몸’이란 걸 증명할 필요를 느끼지 않는다.

&lt;오늘부터 댄스뚱&gt; 유튜브 갈무리
<오늘부터 댄스뚱> 유튜브 갈무리

출발은 자기관리 트렌드에 힘입은 운동 콘텐츠였을지 몰라도, 결정적인 지점에서 ‘건강한 몸’ 이데올로기에 빠지지 않고 출연자가 가장 잘할 수 있는 것에 집중한 덕에 <오늘부터 운동뚱> 시리즈는 더 폭넓은 시청자들의 지지를 모았다. 운동 콘텐츠가 ‘(근육이 보기 좋게 붙은) 건강한 몸’이라는 목표에 대한 강박을 벗어던진 덕에 시청자들 또한 그 해방감을 함께 누릴 수 있게 된 것이다. 오로지 성취의 즐거움에만 집중한 <오늘부터 운동뚱> 시리즈를 보며 용기를 얻어 운동에 나선 이들이 늘어났고, 김민경과 문세윤의 활약으로 말미암아 “비만인 것과 건강, 개인의 신체 능력이 반드시 반비례하는 것은 아니다”라는 인식이 조금씩 퍼지는 중이다. <오늘부터 운동뚱> 시리즈는 그렇게 2020년 운동 콘텐츠가 도달할 수 있는 가장 건강한 자리에 도착했다.

그리고 <오늘부터 운동뚱>처럼 출연자가 가장 빛날 수 있는 면을 찾아서 부각시켜주는 콘텐츠가 뜨거운 인기를 모으고 있다는 것은 여러모로 시사하는 바가 크다. 콘텐츠 경쟁이 치열해질수록, 사람들의 이목을 모으기 위해 더 자극적인 방향을 추구하고자 하는 유혹은 더 커진다. 출연자들에게 이루기 어려운 목표를 제시하고는 그들이 좌절하고 고통받는 모습을 보여주는 서바이벌 콘텐츠나, 타인을 비난하고 단점만 꼬집어 부각시키거나 희화화하는 방식의 콘텐츠들. 그러나 이런 콘텐츠들은 보는 이들이 빨리 피로감을 느끼기 쉽고, 꾸준히 갈등을 조장하기에 장기적인 지속 가능성이 낮다. 콘텐츠 무한 경쟁의 시대에 오래도록 지속 가능한 콘텐츠를 고민하는 사람이라면, 이처럼 <오늘부터 운동뚱> 시리즈의 성공을 벤치마킹할 필요가 있지 않을까? 개인의 특성을 집어 조롱하지 않고, 장점이 가장 빛날 수 있는 환경을 찾아 보여주고, 성취의 즐거움을 모두가 함께 누릴 수 있도록 하는 콘텐츠의 성공을 말이다. 티브이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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