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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문화일반

YG! 니들 블랙 핑크 없으면 어쩔뻔 했냐

등록 :2020-07-31 18:14수정 :2020-08-01 16: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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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익의 노래로 보는 세상]

와이지 엔터테인먼트 제공
와이지 엔터테인먼트 제공

2019년은 와이지(YG) 엔터테인먼트 최악의 한 해가 분명하고 마지막 해가 될 뻔했다. 지금의 와이지를 있게 해준 ‘일등공신’ 빅뱅이 몰락의 ‘일등공신’이 될 줄이야. 태양을 제외한 빅뱅 멤버들이 줄줄이 불미스러운 사건에 연루되더니 결국 막내 승리가 그야말로 ‘빅뱅’을 터뜨렸다. 온갖 성범죄와 마약 사건으로 뒤덮인 버닝썬 스캔들 한복판에 그가 있었고, 창업주인 양현석 본인도 성 접대와 해외 원정 도박 혐의로 수사기관을 들락거리다 대표직을 사임했다.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다가 바닥까지 추락한 주가가 회사의 흥망성쇠를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와이지라는 기획사에서 만드는 음악을 듣지 말아야 한다는, 이른바 ‘메이드 인 와이지 불매운동’을 얘기하는 팬들도 많았다. 그렇게 와이지는 끝나는가 싶었다.

하지만 1년 뒤, 와이지의 대표 걸그룹 블랙핑크가 세계 팝 시장을 점령했다. 블랙핑크는 여러모로 독특한 그룹이다. 걸그룹 치고는 소수정예인 4명인데 한국인 2명, 타이(태국)인 1명, 한국과 뉴질랜드의 이중국적자 1명으로 국적이 다양하다. 양현석 대표가 아니라 프로듀서 테디가 처음으로 전면에 나서 만들고 관리하는 팀이기도 하다. 블랙핑크는 국내외 차트를 휩쓴 것은 물론이고 요즘엔 음원 판매나 순위 차트보다 더 의미 있는 지표로 인정되는 유튜브 채널 구독자 수로 여성 아티스트 1위를 차지했다. 우리나라가 아니라 전세계 1위다. 와우. 이 글을 쓰고 있는 2020년 7월 마지막 날 기준으로 구독자 수가 4300만 명에 육박. 무려 테일러 스위프트나 아리아나 그란데보다 더 많다. 남녀 합쳐도 저스틴 비버, 마시멜로, 에드 시런, 에미넘에 이어 전세계 가수 중 다섯 번째.

신곡 ‘하우 유 라이크 댓’ 뮤직비디오는 공개 첫날 8630만 뷰를 기록하며 유튜브 역사를 다시 썼고 32시간 만에 1억 뷰, 일주일 만에 2억 뷰, 3주 만에 3억 뷰를 넘겨 계속 기록을 만들어내고 있다. 이 노래의 뮤직비디오에서 블랙핑크가 입은 개량한복이 전세계적으로 화제를 끌며 한복 판매가 급증했다는 후일담은 뉴스를 통해 많이 봤으리라 믿는다. 다른 노래인 ‘뚜두뚜두’의 유튜브 조회수는 12억 뷰를 넘었고, 바닥을 쳤던 와이지의 주가를 블랙핑크가 멱살 잡고 끌어올렸다는 소식도 주식 투자를 하는 분이라면 봤을 테고. 백문이 불여일견이니 일단 뮤비 한번 보시고 다시 글을 읽어주시길.

잘 보셨는지? 그럼 같이 가사를 한번 뜯어봅시다. 노래를 만드는 건 작곡·작사가의 일이고, 노래를 부르고 춤추는 일은 가수의 몫이고, 뜯어보는 건 팬과 평론가의 권리니 마음껏 감상과 분석의 나래를 펼쳐본다. 가사 속 영어 부분을 떼어내고 나면 대략 이런 가사가 남는다.

보란 듯이 무너졌어/ 바닥을 뚫고 저 지하까지

옷 끝자락 잡겠다고/ 저 높이 두 손을 뻗어 봐도

다시 캄캄한 이곳에/ 더 캄캄한 이곳에

실컷 비웃어라 꼴좋으니까

날개 잃은 채로 추락했던 날/ 어두운 나날 속에 갇혀 있던 날

그때쯤에 넌 날 끝내야 했어

어떤가? 가사만 보면 마치 와이지라는 기획사의 심정과 결기를 대변한 게 아닌가 싶다. 바닥을 뚫고 추락해 저 지하까지 처박혀 대중의 비웃음을 견디던 와이지가 기사회생한 지금의 상황을 보여주는 것 같다. 노래 제목도 살펴볼까? ‘하우 유 라이크 댓’(How you like that). 우리가 학교에서 배우는 영문법에는 맞지 않는 구어체 표현이다. 얼핏 보면, 감탄문으로 ‘넌 정말 그걸 좋아하는구나!’ 혹은 ‘어떻게 그런 걸 좋아할 수 있니?’ 같이 해석하기 쉬운데 그런 뜻이 아니다. 상대에게 크게 한 방 먹인 다음에 자신만만하게 비웃으며 툭 건네는 말이다. 노래의 분위기와 가장 잘 어울리는 우리말로 번역하자면 ‘자, 어때?’ 혹은 ‘까불지 마’ 정도? 제목 역시 와신상담 후 블랙핑크를 컴백시킨 와이지의 심정을 대변한다고 느끼는 사람은 나만이 아닐 듯.

메이드 인 와이지, 블랙핑크를 어떻게 봐야 할까? 버닝썬 사건 이후 와이지를 둘러싼 악취는 블랙핑크의 책임이 아니다. 이렇게 멋진 팀이 왜 하필 와이지에 있냐며 탈퇴를 종용하는 팬들도 많은데, 와이지의 역량이, 이를테면 프로듀서 테디가 블랙핑크를 탄생시킨 일등공신이라는 점도 부인할 수 없다. 그러니 이제부터가 중요하다. 마약과 도박, 성범죄로 얼룩진 회사 이미지를 개선하지 못하면 이번의 기사회생이 물거품이 될 수도 있다. ‘니들 나 없으면 어쩔 뻔했냐?’ 독립영화 <박화영>의 도발적인 카피 문구를 와이지는 상기해봐야 한다. 니들 블랙핑크 없으면 어쩔 뻔했냐?

그런데 불과 두달쯤 전에 이런 일이 있었다. 블랙핑크의 멤버 리사가 매니저에게 사기를 당했다. 그 매니저는 타이 출신인 리사에게 부동산을 대신 알아봐준다며 무려 10억원이라는 거금을 받아 도박에 탕진했다고. 또 도박…. 와이지는 관리 감독 책임을 통감하고 재발 방지에 힘쓰겠다고 했는데, 믿어도 될까?

에스비에스 라디오 피디·<시사특공대> 진행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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