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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문화일반

드라마 ‘인간수업’, 구원 없는 시대의 비극적 학원물

등록 :2020-05-22 20:05수정 :2020-05-23 0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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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판] 김선영의 드담드담
넷플릭스 한국 오리지널 드라마 <인간수업>
넷플릭스 제공
넷플릭스 제공

18살 지수(김동희)는 학교에서 성실하고 조용한 모범생으로 통한다. 좀처럼 속을 내보이지 않는 그를 주의 깊게 지켜보는 담임 교사 진우(박혁권)는 자신이 담당하는 사회문제연구소 동아리에 지수를 끌어들인다. 몰래 좋아하던 같은 반의 규리(박주현)가 동아리 회원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 지수는 진우를 따라가지만, 곧 규리에게 오랫동안 숨겨왔던 또 다른 얼굴을 들키고 만다. 온라인 성매매 포주 사업으로 돈을 버는 지수의 본모습을 알게 된 규리는 그를 고발하는 대신 자신을 사업에 끼워달라고 제안한다. 지수가 마지못해 규리와 손을 잡으면서, 둘의 사업은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흘러간다.

지난달 29일 넷플릭스가 공개한 한국 오리지널 시리즈 <인간수업>은 죄의식 없이 범죄의 길에 들어선 청소년들이 파국으로 달려가는 이야기를 그린다. 10대들을 주인공으로 한 학원물로서는 파격적인 소재와 높은 표현 수위 등으로 인해 정작 청소년들은 볼 수 없는 ‘19금’ 등급을 받아 화제가 됐다. 흔히 청소년 드라마는 꿈과 성장의 장르라고도 불린다. 학교폭력, 극한 경쟁의 폐해, 계급 갈등 등 우리 사회의 부조리를 축소한 문제점들을 고발하면서도, 아이들은 기성세대와 다르게 자라야 한다는 계도와 희망의 메시지를 잃지 않기 때문이다.

넷플릭스 제공
넷플릭스 제공

하지만 <인간수업>은 그러한 구원의 가능성이 전혀 남아 있지 않은 세계를 그린다. 이 드라마는 지수와 규리가 왜 범죄의 길에 들어섰는지는 자세히 설명하지 않으려 애쓴다. 부모 없이 혼자 생계를 유지해야 하는 지수와 부모의 지나친 억압으로 인해 자살 충동에 시달리는 규리의 가정환경이 범죄의 한 조건으로 제시되기는 하지만, 그들의 범죄 동기에 대한 합리화로 이어지지는 않는다. 지수를 고민하게 하는 것은 죄책감이 아니라 범죄가 발각될지도 모른다는 공포이며, 규리는 이마저도 없이 그저 현실에 대한 탈출 욕망만으로 움직인다.

<인간수업>의 가장 지배적인 정서는 그처럼 생존 본능만 남은 ‘요즘 아이들’을 바라보는 기성세대의 충격과 무기력감에 가깝다. 보통의 학원물이라면 소위 ‘문제아’들을 끝까지 계도하는 역할을 했을 담임 교사 진우는 그의 연민 어린 시선에도 불구하고 드라마 마지막까지도 지수와 규리를 이해하는 데 실패한다. “이건 뭐 벌점도 없고, 경고 먹은 것도 없고, 투명인간도 아니고, 뭔 단서가 없으니 파악할 수가 있나.” 첫 회에서 진우가 지수를 보면서 내뱉은 말이 이 드라마를 관통하는 핵심 대사다.

아이들을 끝까지 지키려 했던 또 한 명의 어른 해경(김여진) 역시 좌절을 느끼기는 마찬가지다. 학교전담 경찰인 해경은 진우와 함께 무기력한 공적 시스템을 상징한다. 아이들은 출구 없는 길로 저만치 달려가고 있는데, 이들은 항상 뒤늦게 도착한다. <인간수업>은 구원 없는 시대의 가장 비극적인 학원물이다.

티브이 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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