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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3.11.14 20:21 수정 : 2013.11.15 11:05

스티븐 킹은 현존하는 가장 대중적 작가인 동시에 정치적 의견을 활발히 피력하는 활동가기도 하다. 12일(현지시각)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그는 신작 등 자신의 작품에 대해 시종일관 유쾌하고 소탈하게 이야기를 이어갔다. 파리/윤석준 통신원

[문화‘랑’] 파리서 만난 ‘은둔의 공포소설 작가’ 스티븐 킹

전세계에 3억5000만부의 책을 팔아온 베스트셀러 작가면서도 좀체 미국 밖 공개석상에 나서지 않는 스티븐 킹. 그가 파리에 나타났다. ‘공포의 대가’라는 이름에 가려있던 유머 있고 소탈한 면모와 정치적 의견을 솔직히 드러낸 인터뷰를 파리 통신원이 전해왔다.

스티븐 킹(66)은 ‘공포의 대가’다. 미국을 포함한 전세계 수많은 독자들은 <캐리>, <샤이닝>, <스탠드> 등 미스터리나 판타지 소설을 통해 그가 그려낸 공포에 열광해왔다. 그의 여러 소설은 <미저리>, <쇼생크 탈출>, <데드존>, <언더 더 돔> 등 영화나 텔레비전 시리즈로도 제작되었다.

프랑스에서는 이런 스티븐 킹을 불어권의 대표적 추리소설 작가인 조르주 심농에 빗대곤 한다. 60권 이상의 다작, 여러 개의 필명 사용, 작품의 다수가 영화나 텔레비전 시리즈로 제작되고 판매량 높은 대중적인 소설들을 써왔다는 점에서 두 작가는 사실 많이 닮았다.

하지만 젊은 시절 언론사에서 일했던 조르주 심농이 언론이나 대중과의 접촉에 적극적이었던 것과는 달리, 스티븐 킹은 ‘은둔의 작가’라 불릴 만큼 특히 외국 언론과의 인터뷰에 소극적이다. 그런 그가 12일(현지시각) <닥터 슬립>의 프랑스어판 출간(한국은 내년 출간 예정)에 맞춰 파리에서 대화의 시간을 갖겠다고 하자 전세계 150여개 언론사가 모였다. 한국에선 <한겨레> 등 2개 매체가 참석했다.

“이렇게 많은 사람이 모여 있다니 놀랍군요. 난 이제 늙고 힘없는 일개 작가일 뿐인데, 여기 모인 당신들을 보니 오늘은 내가 마치 저스틴 비버라도 된 느낌이에요.”

파리의 가을빛을 닮은 회색 스웨터를 입고 기자회견장에 나온 그는 마음씨 좋은 시골 할아버지처럼 편안하고 유쾌하게 이야기를 풀어나갔다. 올해 9월 미국에서 나온 그의 신작 <닥터 슬립>과 대표작 <샤이닝>에 대해 말문을 열었다. <닥터 슬립>은 1977년 나왔던 <샤이닝>의 속편 성격이다. 스탠리 큐브릭 감독의 영화로도 유명한 <샤이닝>에서 미치광이가 되어가던 잭 토랜스의 아들이자 초자연적 능력을 가졌던 꼬마 대니가 36년 만에 등장한다.

‘닥터 슬립’ 출간기념 이례적 간담회
취재진 보자 “저스틴 비버 된 듯”

내 작품 속 현실과 소설 관계는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와 비슷
JFK 죽지 않았다면 세계 달라졌을 것

 내년 보스턴 테러 다룬 신작 준비
부자 증세 주장 등 사회참여도 활발

“대니 토랜스의 귀환이죠. <닥터 슬립>에서 이제 그는 성인이 되었어요. 대니는 그동안 내 영혼에서 잠시도 떠난 적이 없었어요. 그가 어떻게 변했을지 늘 내 호기심을 자극해왔어요. 대니가 폭력적인 가정에서 끔찍한 유년기를 겪었잖아요. 대니도 자기 아버지처럼 알코올중독이 되었지만, 그는 아버지보다 더 잘 극복해나갈 거예요. 내가 알코올중독에 대해 잘 알잖아요. <샤이닝>을 쓸 때 나도 술을 많이 마실 때였죠. 지금은 (테이블 위 콜라 캔을 들어 보이며) 보다시피 이걸 마시지만.” 그는 자신의 과거 ‘힘들었던’ 얘기도 거리낌없이 하며 웃었다.

스티븐 킹의 <11/22/63>(2011)과 신작 <닥터 슬립>(2013)표지. 연도는 미국 출간 기준. <한겨레> 자료사진

“많은 사람이 <샤이닝>을 인생에서 가장 공포스러운 소설이었다고 이야기해요. 그에 비해 <닥터 슬립>의 공포는 옛날 같지 않다고 말할 수도 있어요. 하지만 <샤이닝>은 당신들이 10대 때 여름캠프에 가서 한밤중 이불 속에서 몰래 랜턴 불빛으로 읽었던 책이었죠. 당연히 무서웠을 거예요. 사실 (공포스럽게 하는 것이) 별로 어렵지도 않았어요. 하지만 이제 그 독자들이 나이를 먹었잖아요. 암이나 가까운 사람들의 죽음처럼 진정한 비극을 경험한 나이죠.”

그는 <샤이닝>의 영감을 받은 여행 이야기도 꺼냈다.

“아주 오래전, 아내와 함께 콜로라도주에 있는 스탠리 호텔이라는 곳에 간 적이 있어요. 마침 모든 손님들이 떠났을 때 우리가 도착했어요. 내가 주인에게 ‘여기서 주말을 보내고 싶다’고 이야기하자, 그는 ‘현금으로만 지급해야 된다’고 했죠. 마침 여행자 수표가 있어 묵었어요. 제기랄, 그런데 등골이 오싹한 곳이었어요. 바람 소리, 텅텅 비어 있는 식당. 적막에 싸인 복도를 혼자 걸어다녀야 했어요. <샤이닝>의 이야기는 바로 거기서 시작된 거죠.”

본인이 초자연적인 힘에 대한 갈망을 실제 가지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질문에는, 현실과 소설의 상호작용이라는 그의 작품관으로 대답하며 차기작을 살짝 예고했다. “나는 사실 <샤이닝>에 나오는 그 아이처럼 다른 사람들의 생각을 읽어내는 초자연적인 힘이 내게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요. 그리고 잃어버린 물건들을 찾아내는 능력도 있으면 좋겠어요. 난 늘 열쇠를 잃어버리는 건 물론이고, 냉장고에서 겨자소스도 잘 찾지 못하거든요. 오죽하면 아내가 ‘냉장고 실명’이라고 부르겠어요?”

“내 작품에서 현실과 소설의 상호작용은 닭이 먼저인지, 달걀이 먼저인지와 같아요. 무엇이 먼저인지 모르죠. 하지만 분명한 건, 사건을 계획한 인물의 역사를 쓴다는 거죠. 내년에 나올 신간은 이러한 관점에서 보스턴 마라톤 대회 폭탄 테러사건을 다룰 거예요.”

존 에프 케네디 대통령의 암살을 소재로 한 그의 소설 <11/22/63>에 대해 묻는 <한겨레>의 질문에 그는 가장 많은 시간을 할애해 대답했다.

“케네디 대통령이 만약 그날 죽지 않았다면 지금의 미국은, 그리고 세계는 더 나았을 거라고 생각하냐고요? 케네디 대통령 암살은 정치가도, 과학자도, 노벨상 수상자도 아닌 한 사람이 세상의 흐름을 바꾼 아주 보기 드문 사건이었죠. 나는 이 책을 쓰기 위해 연구조교를 고용해서 그때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는지 면밀히 살펴보았어요. 역사의 문제이기도 하니까요. 그의 서거 이후 많은 것들이 최악으로 치달았어요. 그래요, 만약 그가 살아있었더라면 많은 것은 달라졌을 거예요.”

그의 눈망울이 순간 한없이 깊어졌다. 방금 전까지 공포영화의 장면들을 흉내 내며 유쾌하게 대화를 나누던 스티븐 킹은 어디론가 사라졌다. 그리고 1963년으로부터 50년이 지난 오늘날 미국의 현실로 돌아와 날선 지적을 던진다.

“정치적 측면에서, 지금 미국은 ‘초현실적’이에요. 민주당과 공화당은 더 이상 이야기도 하지 않죠. 마치 새로운 남북전쟁이라도 일어난 것처럼.”

사실 스티븐 킹을 미스터리와 판타지를 쓰는 대중적 상업작가로만 소개하는 건 어딘가 부족한 면이 있다. 그가 활발한 정치사회적 활동을 하는 작가라는 이면 때문이다. 하지만 그의 책을 출판하는 출판사들이 책 판매에는 별 도움이 될 것 같지 않아 홍보를 원치 않는 이력이다 보니, 지금까지 언론들에서도 별로 주목받지 못했다.

실제 그는 미국에서 자신을 포함한 고소득자들의 증세를 줄기차게 주장하고, 총기 소유 규제 공론화를 위해 <총기류>(Guns)라는 논쟁적인 책을 출판한 활동가이기도 하다. 지난 대선에서는 버락 오바마를 공개 지지했으며, 청소년 교육 문제를 위해 자신이 거주하는 메인주 뱅고어시에서 지역사회 활동도 누구보다 열심히 해온 사람이다.

<11/22/63> 이야기가 끝난 뒤, 스티븐 킹은 자신의 닷새간 파리 일정을 화제로 삼으며, 그래도 자신이 ‘공포의 대가’임을 잊지 말라는 듯 한마디를 남기며 인터뷰를 마쳤다.

“파리에서의 개인 일정이요? 빨간 립스틱을 바르고, 오스카 와일드 비석에 키스를 하고, 짐 모리슨을 보러 가야죠. 그게 나 아닌가요? 공동묘지에 가야죠.”

파리/윤석준 통신원 semio@naver.com

※오스카 와일드, 짐 모리슨은 모두 파리 공동묘지에 묻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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