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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0.02.25 19:54 수정 : 2010.02.25 19:54

사진 문학과지성사 제공

[집중진단 이명박 정부 2년]김병익 초대 문예위원장





“지금 이 사태까지 와서는 해소가 어렵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무력감에 답답합니다.”

평생 문화에 몸바쳐온 김병익 전 한국문화예술위원회(문예위) 위원장의 목소리엔 안타까움이 가득했다. 문화예술계를 지원하는 문예진흥원이 민간자율기구인 문예위로 바뀌면서 초대 위원장을 맡았던 김 전 위원장은 문예위의 ‘두 위원장 사태’를 비롯한 요즘 문화계 전반의 갈등 상황에 대해 착잡한 심정을 감추지 못했다. 문학평론가로 오랜 세월 문화계에서 활동해왔고 문예위 위원장으로 문화 행정에도 몸담았던 김 전 위원장은 “문화계에 대해 책임질 수 있는 사람들이 원칙을 지켜야 하는 것을 다시 생각해보길 바란다”고 부탁했다.

기관장들 임기보장 마땅
책임자들이 원칙 지키길
문화에도 진보 허용하고
예술인 자존 훼손 말아야

-문화예술위원회 사태가 장기화하고 있습니다.

“원칙론으로 이야기하자면 임기가 보장된 사람은 임기를 보장해줘야죠. 특별한 하자 없이 업무를 수행하고 있는데 정권이 바뀌었다고 억지로 바꾼다면 제대로 된 문화행정을 기대할 수 없다고 봐요. 외국에선 문화기관장들이 몇 십년씩 연임하기도 합니다. 그래야 한 국가의 문화행정적인 성격이 분명하게 세워지기 때문입니다. 박물관이든 도서관이든 고유한 성격을 가지려면 장기간 연임을 시켜 문화기관으로 육성을 하는 겁니다. 지금 우리 기관장 임기 3년으로는 그런 성격을 만들어내기도 어려운데…. 임기직은 임기를 보장해주는 것이 전제가 되어야 가능한 제도예요. 그걸 정권에 따라 바꾸는 것은 원칙에 맞지 않습니다.”

-문예위가 문화 단체들에게 지원금을 주는 대신 시위 불참 서약서를 요구해 반발이 거셉니다. 지원에 조건을 내거는 것은 어떻게 봐야할까요?

“문예위가 예술 단체를 지원하는 것은 돈이 가장 현실적인 문제이기 때문이지만 그 못잖게 문화에 대한 국민적 존경심과 명예를 지켜갈 수 있게 해주는 측면이 있습니다. 그것 역시 문화 지원 기관으로서의 책무가 아닌가 생각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예술인들이 굴욕감을 느끼도록 만드는 것, 특히 지원을 받으면서 굴욕감을 갖게 하는 것은 참 부끄러운 일입니다.”


-문화계 전반에 걸쳐 진보와 보수의 대결구도가 점점 격해지고 있습니다.

“문화적인 것이 정치적 이데올로기에 흔들릴 수는 없다는 생각에 문화기관장 교체를 강요한 것 같은데, 문화와 문화행정에서 이데올로기를 완전히 없애기는 어렵습니다. 문화기관장의 임기를 보장하는 것은 문화의 바닥에 이념적인 문제가 깔려 있는 것을 허용하는 걸 전제로 합니다. 그런 점이 다시 한번 확인되기를 바랍니다.”

-지금 우파 문화인들은 진보 좌파가 10년 동안 문화계를 장악해왔으니 그 이전처럼 다시 돌려놔야 한다고 말합니다.

“제 자신이 원래 보수적인 사람인데, 제가 보기에도 우리 문화는 그동안 보수주의가 압도해왔어요. 그렇기 때문에 진보적인 이념이나 문화행정이 조금 들어와도 좋다고 생각해왔고, 최근 몇년 동안 진보적인 예술가들에게도 지원이 이뤄진 것에 별 유감이 없습니다. 정치적 진보, 경제적 진보만이 아니라 문화에서도 진보가 허용 되어야 한다는 것을 일반인들이 좀 알아주셔야 합니다. 불과 몇년 진보적 예술인들에게 지원을 했다고 심각하게 우려할 문제는 아니라고 봐요.”

-지금 상황을 해결할 방안이 잘 보이지 않는 듯합니다.

“지금 진보냐 보수냐 문제라기보다는 문화계 전반에 걸쳐 체통이 없어지는 사태가 벌어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문화계에 대해 책임질 수 있는 사람들이 먼저 생각을 다시 해보기를 바랍니다. 우리 사회가 품위가 있는 사회가 되었으면 하는 생각이 간절합니다.”

구본준 기자 bonbon@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