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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9.11.12 21:46 수정 : 2009.11.12 21:46

경남 창녕의 6세기 가야 고분에서 순장된 채 발견된 여성 인골의 복원 모형상을 연구원이 제작하고 있는 모습(왼쪽 큰 사진)이다. 위쪽 사진들은 영산강 유역의 고대 옹관을 직접 복원하는 장면과 가야 여성 인골을 온전한 몸의 인물상으로 복원하는 과정을 담은 그래픽 이미지다. 사진 제공 국립가야문화재연구소 국립나주문화재연구소

재현 고고학 ‘새바람’
가야인 복원·고대 토기 굽고 칼 만들고…
해부학·조형학 등 학제간 연구 탄력받아

땅만 파는 것이 전부는 아니다!

4대강 등의 대형 토목 사업으로 더욱 바빠진 국내 고고학계 한편에 ‘재현 고고학’ 바람이 불고 있다. 땅에 묻힌 옛사람들의 물질적 자취를 찾아내는 본령에서 한발 나아가 유물·유적들을 직접 복원·재현하는 실험들이 새 유행으로 떠올랐다. ‘발굴 회사’로 전락한 한국 고고학의 인문적 정체성을 살리려는 안간힘으로도 읽힌다.

국립가야문화재연구소는 지난해 7월부터 가야 무덤에서 거둔 사람뼈의 원래 얼굴과 몸, 의복을 복원하는 학제간 연구 사업을 벌이고 있다. 2006~2007년 경남 창녕 송현동 15호 고분 안에서 금동귀고리를 끼고 순장된 채 발견된 여성의 인골을 법의학, 해부학, 조형학, 유전학, 생화학 분야 등의 전문가들과 손잡고 과학적으로 분석했다. 가톨릭대 의대, 충청문화재연구원 등의 공동연구진 외에 범죄현상을 감식하는 국립과학수사연구소의 자문까지 받았다.

지난 7일 한국 고고학 전국대회(전북대)에서 공개된 1년여간의 작업 성과는 고무적이다. 키 151.5㎝에 16~20살로 추정되는 여성의 골격은 물론 투박한 얼굴 근육과 앳된 몸매, 가르마 진 머리, 고구려풍의 의복까지 3차원 스캔 그래픽 기술로 재현했다. 또 뼈와 이 조직 분석을 통해 순장 여성이 평소 빈혈과 충치가 있었고, 시종처럼 무릎을 많이 꿇으며 살았다는 것까지 밝혀냈다. 얼굴 복원의 경우 16살짜리 현대인의 얼굴 물렁조직 근육의 두께값을 참조하며 얼굴 근육을 붙였다. 곱게 앞가르마 탄 머리 모양은 경주 황성동 신라 토용과 일본 다카마쓰 고분 벽화의 시녀상을, 복식은 대가야 박물관의 복원 의복을 참조했다. 실물 실리콘상 모형은 이달 말 공개된다. 가톨릭대 의대 해부학 교실의 한승호 연구원은 “고대 인골의 전신 복원을 위해 국내 처음 학제간 융합 연구가 이뤄졌다”며 “앞으로 과거 인골 관련 자료에 대한 공동연구가 활성화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고대 토기와 이를 구운 가마를 통째로 만드는 실험도 벌어졌다. 국립김해박물관과 우리문화재연구원 직원들은 지난 4~6월 경남 양산시 호계동의 삼국시대 토기가마 유적 바닥면 위에다 고대 가마 양식으로 벽체와 천장을 직접 쌓아 올렸다. 가마틀이 흙 무게에 무너지기도 했지만, 결국 가마를 완성했다. 여기에 연구원이 물레를 돌려 직접 만든 점토띠 두른 토기 등을 넣고 불을 때고 구웠다. 홍진근 김해박물관 학예사는 “고생스러웠지만, 실험으로 가마에서 구운 토기의 전후 크기와 무게의 변화치 등을 파악했고, 가마 평면이 남근 모양이라는 데서 가마 자체가 땅의 지모신과 결합해 자식인 토기를 생산한다는 민속 신앙적 고찰까지 얻어냈다”고 말했다. 또 철제 무기를 연구하는 소장 고고학자들이 만든 철문화연구회는 최근 영남권 등의 고대 칼 출토품 등을 모델로 직접 칼을 만들고 성분을 분석하는 작업을 진행하기도 했다.

고고학계의 재현 실험 시도는 2000년대 중반부터다. 충청문화재연구원은 2006년 청동기시대 집을 만들어 불을 지피며 난방 온도를 재는 실험을 했고, 국립나주문화재연구소도 지난해 영산강 유역 무덤의 초대형 옹관을 직접 빚고 굽는 제작 기법 조사로 주목받았다. 선조 생활상 복원과 고고학 대중화를 내건 실험 고고학은 더욱 확산될 전망이다. 하지만 고증 기준이나 과학적 분석 방법 등이 미숙해 고증의 객관성을 잃을 여지가 보인다는 게 문제다. 실제로 가야 인골 복원 전모가 공개된 이번 고고학대회에서 일부 학자들은 “고대 인골의 경우 유전자 등에서 유의미한 분석값을 얻기 어렵고 복원 근거자료도 빈약한데, 이번 분석 내용을 너무 단정적으로 발표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를 내놓았다.

전주/글·사진 노형석 기자 nuge@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