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9.07.13 18:42
수정 : 2009.07.13 23:29
|
|
‘공짜 만화’ 새 시장에 “창작권 존중” 한목소리
|
‘오픈 마켓’ 만화계 토론회 열려
네이버 ‘다운로드 제한’ 등 전향
지난 10일 서울 홍익대에서 ‘오픈마켓, 어떻게 접근할 것인가’라는 제목의 만화계 토론회가 열렸다. 포털업체 네이버가 지난 5월 말 애플사의 앱스토어(모바일 기기 전용 소프트웨어의 온라인 장터)에 웹툰(인터넷 전용 만화) 무료 다운로드 서비스를 시작(<한겨레> 6월23일치 19면)하면서 불거진 문제와 향후 과제 등을 논의하기 위한 자리였다.
앞서 한국만화가협회, 우리만화연대 등 만화계 단체들은 네이버의 무료 정책에 대해 “새로운 만화 시장을 왜곡할 우려가 있다”며 반대의 뜻을 밝혔고, 이에 네이버는 충분히 대화하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만화계가 꾸린 디지털만화정책 태스크포스팀은 지난달 25일 네이버 쪽에 무료 서비스의 잠정 중단을 요구하는 공문을 보낸 데 이어, 이번 토론회를 마련했다. 토론회에서는 네이버의 문제를 넘어 ‘모바일 오픈마켓’이라는 근본적 화두를 다루는 데 집중했다. 발제자들은 만화 콘텐츠 신규 유료 시장의 창출 가능성을 짚고, 애플 앱스토어를 통한 만화 콘텐츠 사업 모델과 전략 등을 소개하기도 했다. 이어서 마련된 난상토론에서는 만화계 내부와 포털 쪽의 인식을 엿볼 수 있는 치열한 논의가 오갔다.
이번 토론회의 가장 큰 성과는 네이버 무료 서비스로부터 촉발된 논란을 불과 한달 반 만에 발빠르게 만화계 전체의 사안으로 공론화했다는 데 있다. 또 토론회 준비 과정을 통해 포털의 무료 정책이 만화에 대한 인식을 해칠 수 있다는 우려에서 시작한 논란을 다양한 측면의 쟁점들로 발전시켰다. 단순한 유·무료 논쟁을 넘어 애플 앱스토어라는 시장의 본질, 만화계가 무료 정책을 민감하게 받아들이는 근본 이유, 만화계 내부 세대 사이의 단절이 낳은 거대한 인식차 등까지 거론함으로써 만화계와 포털이 상생하기 위해 무엇이 필요한가를 모색할 수 있었다. 실제로 네이버는 토론회에 앞서 기존 방침에서 한발 양보해 모바일 기기로 인터넷에 접속한 상태에서 웹툰을 볼 수는 있지만 무료 다운로드는 못하도록 하는 등 전향적 태도를 보이기도 했다.
토론회에 참석한 발제·토론자들은 대체로 애플 앱스토어라는 새 시장의 출현이 만화계에 긍정적 구실을 할 것으로 기대하면서도, 지나친 환상을 품는 것을 경계했다. 또 새로운 기술적 화두와 그에 맞는 모델을 만들 것도 주문했다. 무엇보다도 애플 앱스토어를 넘어 ‘모바일 오픈마켓’이란 형태로 다가올 앞으로의 다양한 시장을 앞두고 틀에 갇히지 않은 여러 시도들이 필요하며, 이를 위해 미지의 영역을 향해 왜곡되지 않은 첫발을 떼어야 한다는 점, 창작의 권리를 존중하는 상식적 합의가 필요하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었다. 토론회의 이야기들이 새 시장을 앞두고 잘 끼운 첫 단추가 될 수 있을지, 시선을 돌리지 말고 꾸준히 지켜봐야 할 일이다.
서찬휘/만화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