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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9.06.24 18:52 수정 : 2009.06.24 18:52

대기오염도 실시간 표시 이색 조형물

대기오염도 실시간 표시 이색 조형물

“이게 뭐꼬?”

서울 상암동 월드컵경기장 건너편 평화의 공원에 낯선 돔형 구조물이 등장했다. 투명 아크릴 패널 조각 여러 개를 스테인리스강으로 뻐끔뻐끔 이어붙여 돔으로 만들고, 그것을 여덟 개의 쇠기둥이 각각 2~3개의 가지를 뻗어 지탱하는 구조다. 공원 안에 있으니 비를 긋거나 햇빛을 피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서울 지도 본뜬 ‘다각형 돔’
상암동 평화의 공원에 설치
지난해 같은 날과 수치 비교
LED 조명으로 오염상태 표시

서울시 공공미술 프로젝트인 도시갤러리가 지난 22일 설치한 미디어 조형물 ‘리빙라이트’다. 조명을 켜고 끔으로써 서울 25개 구의 대기오염도를 실시간으로 느낄 수 있도록 했다. 큰길가에 시내의 대기오염 정도를 뭉뚱그린 수치로 알려주는 기존의 전광판 표지를 한 단계 업그레이드해 조형물로 만든 것이다.

다각형 돔은 서울시 지도의 모양새다. 27개의 아크릴 패널 조각은 환경부가 설치·운영하는 27개의 대기오염 센서가 커버하는 지역 범위와 일치한다. 패널에는 발광 다이오드 장치(LED)가 설치돼 각각 점멸이 가능하다.

서울시의 웹사이트에서 실시간으로 받은 대기 측정 자료들을 지난해 같은 날의 수치와 비교해 공기가 깨끗해진 곳은 불이 켜지고 그렇지 않은 곳은 불이 꺼지게 함으로써 오염도를 알 수 있도록 했다. 또 15분마다 모두 불이 꺼졌다가 대기가 깨끗한 순서대로 27개 패널의 불이 켜지게 하여 지역별 순위를 시각화했다. 자기가 사는 곳의 대기 상태를 확인할 수도 있다. 작품 앞에서 ‘핫라인’(013-3366-3615)으로 자기 동네의 우편번호가 담긴 문자 메시지를 보내면 그 동네에 해당하는 패널이 반짝이면서 작년과 비교된 상태를 표시해준다. 도시갤러리 쪽은 “서울시 대기오염의 정도를 감성적으로 경험하게 함으로써 시민들한테 환경의 중요성을 새롭게 환기하는 게 목적”이라고 설명했다.



대기오염도 실시간 표시 이색 조형물
설계자는 건축가 양수인씨와 데이비드 벤저민. 미국 뉴욕에서 ‘더 리빙’이란 팀으로 공동 작업을 하는 두 건축가는 실내 이산화탄소의 양에 따라 스스로 개폐되어 신선한 공기를 끌어들이는 ‘리빙 글래스’ 등 환경 지표를 감성 정보화하는 디자인 실험으로 눈길을 모은 바 있다. 이들은 실험적인 건축 작업으로 2006년 뉴욕건축가연맹이 주는 ‘젊은 건축가상’을 받았다.

‘리빙라이트’는 구조물 설계에 최신 자동최적화 기법을 활용한 것도 특징. 이 기법은 설계의 목적과 제한 조건을 컴퓨터 시스템에 입력하고 ‘유전자 알고리즘’(생물체처럼 스스로 진화해가는 문제 해결 과정)을 통해 최적의 설계를 찾아내는 방식을 쓴다. 성능 향상과 비용 절감에 크게 도움이 된다고 한다.

이번 리빙라이트 설계에서는 27개 아크릴 조각을 안정적으로 고여 받칠 것, 바람과 눈의 무게를 견딜 것, 최소한의 쇠기둥을 쓸 것, 기둥 사이로 사람이 드나들 수 있을 것 등의 몇 가지 조건을 주어 선택할 수 있는 시안 25000여개를 뽑아내고, 이 시안들을 최종적으로 압축해서 현재의 결과물을 얻었다.

임종업 선임기자 blitz@hani.co.kr, 사진 양수인씨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