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9.05.21 22:10
수정 : 2009.05.21 2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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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문화예술위원회 본관(옛 서울대 본관·사적 278호·왼쪽 사진)과 산하 아르코미술관(오른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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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부, 유 장관 지침 따라 올 하반기부터
미술계 “비영리 전시공간 사라진다” 반발
서울 동숭동 대학로를 대표하는 문화시설인 한국문화예술위원회 본관(옛 서울대 본관·사적 278호·왼쪽 사진)과 산하 아르코미술관(오른쪽)이 올 하반기부터 다장르 예술을 다루는 복합문화센터로 바뀐다.
문화예술위 쪽은 “지난 13일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위원회 직원들과 간담회를 열어 두 시설을 연계해 공연, 문학, 시각문화 등 여러 장르의 공연예술이 펼쳐지는 종합예술센터로 만들라는 지침을 내렸다”며 “그 뒤 예술위 내부에서 기본 운영 계획을 짜고 있는 중”이라고 21일 밝혔다. 예술위 쪽 관계자는 “새 시설의 이름은 가칭 ‘대학로 아트센터’로 정했으며, 아르코미술관 명칭은 사라지게 된다”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해 아르코미술관 쪽은 지난주 문화부에 본관과 미술관에서 전시 외에 공연, 문학 등 다원장르 예술행사를 운영하는 예산 계획안을 만들어 제출한 것으로 확인됐다.
문화부, 예술위 등의 말을 종합하면, 문화 관련 기관의 지방 이전 방침에 따라 2012년 문화예술위가 전남 나주로 옮겨가면서 비게 되는 본관을 예술가들의 거주 창작 공간으로 바꾼다. 또 미술공간으로서 인지도가 떨어진다는 평가를 받아온 아르코미술관은 연극, 춤 등에도 공간을 대폭 개방해 활용하겠다는 복안이다. 유 장관은 13일 간담회에서 “공연 예술 진흥공간으로서 미술관, 본관을 무대 연습실, 문인들의 라이팅센터(창작방)로도 활용했으면 한다”는 뜻을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아르코 관계자도 “최근 문화부로부터 ‘대학로가 공연중심지인데 왜 미술관이 있어야 하느냐’ ‘역할을 별로 못 한다’는 등의 지적을 자주 받아왔다”고 전했다.
문화예술위 쪽은 “구체적인 계획안이 완성된 것은 아니지만, 본관의 경우 신속하게 사무실 이전 작업을 추진해 하반기에는 공연연습실과 창작 레지던스 공간을 개설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그러나 이런 움직임은 지난해 문화예술위의 지방 이전 방침이 확정될 당시 두 시설을 매각해 이전 비용을 충당하라고 한 재정경제부의 방침과는 배치돼 문화부-재경부 사이에 또다른 알력도 예상된다.
문화계는 유서 깊은 두 공간의 복합 예술공간화 사업을 폭넓은 여론수렴 없이 장관 지시에 따라 속전속결로 추진하고 있는 배경을 궁금해하고 있다. 유력한 전시 시설을 사실상 잃게 된 미술계 쪽에서는 상당한 반발이 일어날 조짐이다. 아르코미술관이 1979년 5월 ‘문예진흥원 미술회관’으로 개관한 이래 비영리 공공 전시기관으로서 상업성과는 거리를 두면서 문제적인 소장·중견 작가들을 소개하고 미술사적으로 중요한 기획전을 벌여왔기 때문이다. 게다가 이 미술관이 2000년대 이후 젊은 문제 작가들을 지원하기 위해 만든 인사미술공간 사업과 미술자료 수집 등의 아카이브 활동이 최근 오광수 문화예술위원장 취임 뒤 기능 통합으로 사실상 중단된 것도 반발을 돋우는 요인이다. 박천남 성곡미술관 학예실장은 “배우 출신 장관이 사실상 미술계 몫을 뺏어 공연계로 넘겨주는 것으로 비칠 수 있다”며 “미술계를 무시하는 처사”라고 비판했다. 김종길 경기도 미술관 학예사도 “아르코 미술관은 실험적 작가에게 공간을 주고 공공성에 대한 화두 등을 미술계에 던졌던 공간”이라며 “미술계의 기초가 사라진다는 느낌”이라고 말했다.
유인촌 장관은 이에 대해 20일 <한겨레> 기자와 만나 “미술관 공간에서 전시를 포함한 여러 장르의 복합적 예술 활동들이 벌어진다는 것이지, 공간 자체를 없애는 것은 아니지 않으냐”고 되물었다.
노형석 임종업 기자
nuge@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