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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9.03.16 14:05 수정 : 2009.03.17 15:43

(※클릭하면 그림이 확대됩니다)

세로로 길쭉한 월매도·송죽도
신권뒷면에 가로그림처럼 배치
“명작 서화를 눕혀 전시하는 셈”

최근 한국은행이 내놓은 5만원권 지폐 뒷면의 전통 그림 디자인을 놓고 미술사학계에서 논란이 일고 있다. 뒷면을 가득 채운 조선 중기 선비 화가 어몽룡(1564~?)의 ‘월매도’와 탄은 이정(1541~1622)의 ‘풍죽도’가 실제 그림과 달리 옆으로 뉘어져 배치돼 있기 때문이다.

한국은행이 공개한 5만원권 뒷면에는 매화 꽃 핀 꼿꼿한 가지를 수직으로 곧추세워 올린 ‘월매도’가 등장한다. 그 배경엔 바람에 흔들리는 대나무 이파리의 모습을 담은 ‘풍죽도’의 실루엣이 자리잡고 있다. 그런데 원작들이 세로축의 긴 그림이어서, 한국은행 쪽은 그림이 향하는 방향을 정면에서 봤을 때 오른쪽으로 90도 틀어 그림을 담았다.

도안 심사과정에 자문위원으로 참여한 미술사학자 강우방(전 이화여대 교수)씨는 “세간의 고정관념을 깨기 위해 국내에서 처음으로 파격적인 디자인을 채택했다”며 “화가, 미술사학자, 디자인 전문가 등으로 구성된 자문위원들 사이에서 만장일치로 합의를 본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상당수 미술사 전문가들은 이런 디자인이 시각적 혼란을 줄 뿐 아니라 원작에 대한 잘못된 이해를 낳을 수 있다고 지적한다. 이들 두 그림은 원래 족자·화첩 그림의 스타일대로 위에서 아래로 내려오는 수직적 시선으로 보아야 정상인데, 의도적으로 고개를 틀거나 화폐를 세로축으로 돌려놓고 보는 것은 부자연스럽다는 것이다. 안휘준 문화재위원장(서울대 명예교수)은 “지폐를 보는 일반적 시선은 횡축이 중심인데, 시선을 옆으로 틀어 보아야 원형을 볼 수 있다는 건 아무래도 어색하다”며 “지폐는 파격성보다는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쉬운 것이라야 하는데, 전통 회화 명작을 옆으로 눕혀놓은 디자인을 파격으로 합리화하는 것은 모순”이라고 말했다.

회화사를 전공한 강관식 한성대 교수도 조선 중기 선비 화가의 정절을 드러낸 매화와 대나무 그림의 품격에 배치되는 디자인이라고 비판했다. 강 교수는 “박물관에 <월매도>를 눕혀서 전시한 것과 똑같다”면서 “위쪽을 향해 수직 상승하는 매화 가지의 드높고 간결한 기운이 월매도의 핵심인데, 지폐의 배치 구도를 보면 <월매도>의 매화는 마치 가시 철조망처럼 보인다”고 밝혔다. 국립중앙박물관 학예실 관계자도 “박물관 도록 등에서 난초 그림의 위아래를 뒤바꿔 내걸었다가 바로잡은 적은 있지만, 의도적으로 배치를 바꾼 경우는 처음 본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강우방 교수는 “일각의 지적은 지폐를 횡축으로만 보는 시각적 고정관념에서 나온 것”이라며 “참신한 디자인인 만큼 한두 번만 보면 친숙해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국은행 발권정책팀 정상덕 차장도 “스위스, 콜롬비아 등에서 이런 세로축 지폐 디자인을 채택한 전례가 있다”며 “별 하자가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새 5만원권은 지난달 공개된 이래 앞면의 신사임당 초상이 강릉의 오죽헌에 보관된 표준 영정과 달리 속된 필치로 그려졌다는 비판도 받는 등 도상을 둘러싼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노형석 기자 nug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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