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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8.07.06 22:39 수정 : 2008.07.06 22:39

여름에는 특별한 문화체험을 해야 한다. 평소 나오지 않던 이색·틈새 읽을거리들이 몰려 나오니까. 여름은 평소 접하기 어려웠던 새로운 장르와 만나보는 문화 일탈의 기회다.

최근 몇 년 새 이른바 ‘장르’ 문화 콘텐츠가 주목받으면서 독특한 코드, 마니아 취향의 책들이 많이 나오고 있다. 올여름 나온 틈새 취향 볼거리들 가운데 특히 눈길을 끄는 세 가지 책을 골랐다. 이미 그 장르의 걸작으로 칭송받는 유명 작품, 또는 새로운 주요작으로 떠오르는 것들로, 모두 자기 장르의 특성을 진하게 담고 있어 이번 여름 색다른 독서체험을 시도할 때 볼만하다.

그래픽 노블의 걸작 20년 만에 한국 상륙

지난해 독특한 시각 이미지를 앞세운 영화 <300>으로 돌풍을 일으킨 잭 스나이더 감독이 2009년 선보일 차기작으로 고른 작품이 <왓치맨>이란 소식은 전세계 많은 ‘그래픽 노블’ 팬들을 설레게 했다. 그래픽 노블은 국내에선 흔히 ‘미국 만화’의 또다른 이름으로 쓰이지만, 골수 팬들에겐 ‘성인을 대상으로 하며 철학적 주제의식을 지닌 글씨가 많은 소설 같은 미국 만화’란 의미가 더 강하다. 이 그래픽 노블을 대표하는 작가 앨런 무어의 최고작으로 꼽히는 <왓치맨>(전 2권·시공사)이 나온 지 21년 만에 국내에서 출간됐다.

앨런 무어가 쓰고 데이브 기빈스가 그린 <왓치맨>은 그래픽 노블을 말할 때 빠지지 않고 인용되는 주요작이다. 만화로 유일하게 에스에프문학 권위상인 휴고상을 받은 작품으로도 유명하다. <왓치맨>은 슈퍼 히어로들의 세계를 철학적 관점에서 들여다보는 한편의 하드보일드 서사시 같은 만화다. 남들과는 다른 능력과 무기로 악과 맞서는 영웅들이 갖게 되는 존재론적 불안과 고뇌를 다루면서 현대사회 전체를 관통하려는 문제의식이 강한 점이 이 작품의 매력인 동시에 내용을 이해하기 어렵게 만드는 난점이기도 하다.


끔찍함 그 자체의 마력을 추구한다

아름다움의 기준에는 우열이 없다. 하얀색이 더 예쁘고, 부드러운 소리가 더 듣기 좋다는 사람들이 있는가 하면 누군가에겐 검정색이 더 예쁜 색일 수 있고, 거친 음이 더 매력적일 수 있는 법이다. 사랑스럽고 행복한 이야기도 좋지만 끔찍하고 처절한 이야기의 재미를 만나보고 싶다면 단연 <유니버설 횡메르카토르 지도의 독백>(히라야마 유메아키 지음·이미지박스)이 꼽힐 법하다. 이미 장르소설 팬들 사이에선 ‘괴물 같은 책’으로 입소문이 났다.

<…지도의 독백>은 에스에프, 미스터리, 호러를 넘나드는 단편소설 모음집으로 작품을 관통하는 공통점은 ‘기괴함’과 ‘끔찍함’ 그 자체다. 끔찍함을 참고 보게 만드는 ‘이야기의 힘’이 독자들을 강하게 빨아들인다. 지은이는 때론 일상 속에서 벌어질 수 있을 법한 상황을 증폭시키고, 때론 도저히 일어나지 않을 법한 설정을 만들어 다른 소설에선 만나보기 어려운 이야기들을 선보인다. 이유 없이 사람을 죽이거나, 사람을 먹어버리는 식인 장면이 장르소설에서 드문 것은 아니지만 이 책에선 훨씬 더 강렬하면서도 독특하게 묘사된다.

조용히 다시 찾아온 동화 같은 추리소설의 고전

새 아파트에 입주자들이 이사 온다. 이 아파트 옆 저택에 살던 새뮤얼 웨스팅이란 백만장자가 자기 저택에서 살해된 채 발견되는데, 그의 유언장에는 아파트에 이사 온 주민 중 16명이 그의 유산 상속자라고 적혀 있다. 더욱 놀라운 것은 그들 중 한 명이 범인이므로 그 범인을 찾아내는 이에게 유산을 상속한다는 것이다. 상속자이면서 용의자인 16명이 범인 찾아 유산 받기 경쟁에 뛰어든다.

<웨스팅 게임>(엘렌 라스킨 지음·황금부엉이)은 1978년 나온 미스터리의 고전으로 국내에 <샘 아저씨 유산>이란 이름 등으로 여러 번 나왔는데 이번에 다시 출간됐다. 이 책은 추리소설이면서도 독특하게 미국 문학계의 대표적인 상인 뉴베리상을 받았다. 청소년들이 주요 등장인물로 나오고 유머러스하고 따듯해 온 가족 모두가 즐겁게 읽을 수 있기 때문이다.

구본준 기자 bonbon@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