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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문화일반

[이사람] “아직도 국산물감 깔보는 풍조 개탄스럽다”

등록 :2007-11-16 19: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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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영탁 회장
전영탁 회장
창립 45돌 알파색채 ‘미술재료 개척자’ 전영탁 회장
올림픽공원 평화의 문. 채색한 지 불과 4년 만에 박락현상이 벌어졌다. 작가는 주어진 대로가 아닌 알파 아크릴 칼라로 다시 칠했다. 눈 비 바람 12년이 넘은 지금도 금방 칠한 듯 색깔이 선명하다.

한국 미술재료의 역사를 써온 ‘알파색채’ 창사 45주년을 맞아 창립자인 전영탁(88) 회장을 지난 15일 종로구 평창동 사옥에서 만났다.

“재미로 시작한 게 사명감이 됐어요. 손 가는 게 어찌 많은지 돈 벌자고는 못합니다.”

교사였던 아내가 어느 날 전해준 말이 씨가 됐다. “학생들이 쓰는 물감의 질이 너무 떨어진다. 희게 칠한 게 시간이 지나면 핑크색으로 변하는 어처구니 없는 일이 벌어진다”는 것. 좋은 게 있기는 했지만 비싼 일본제. 전 회장은 일본의 ‘구사카베 유화회구’를 찾아갔다. 일본 주오대 출신인 그는 그곳 사장이 대학 후배임을 빌미로 재료와 배합에 관한 기초기술을 전수 받았다.

62년 창업 이래 알파색채가 만든 물감은 모두 ‘국내 최초’라는 수식어가 달린다. 전문가용 포스터칼라(69년), 전문가용 수채물감(75년), 포스타 칼라(76), 동양화 접시채색(77), 아크릴 칼라(81) 마커 펜(85), 아크릴 과슈(2003), 수채화 과슈(2004) 등. 69년에 개발한 포스터칼라는 700번의 실험 끝에 개발했다고 해서 이름도 ‘알파700’이다.

학생들 저질 물감 보고 시작 ‘사명감’
모든 제품 ‘국내 최초’…변색방지 세계적
‘최장 50년 보존’ 단청물감 정부는 외면
‘싼값’ 입찰로 7~8년마다 재도색 낭비

“쓰기 편하고 선명한 색깔이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변색되지 않는 게 중요해요.”

그는 외제물감과 알파물감을 비교실험한 종이를 양복 안주머니에서 꺼내 보여주었다. 변색 퇴색한 외제와 달리 알파는 거의 그대로였다. 좋은 안료를 쓰는 데다 배합 뒤 숙성 과정을 거치고 그만의 노하우를 가미한다는 것. 그는 자사의 단청물감이 최장 50년은 간다면서 한 가지 일화를 소개했다.

절, 고궁 등 건물문화재의 단청을 7~8년마다 다시 칠하는 것을 보고 당국을 찾아갔다. 관련 당국에선 품질을 인정하면서도 서로 밀어냈다. 알고보니 일괄 입찰방식으로 싼 값을 제시한 보수업체와 계약을 하는데 비용 가운데 90%는 인건비 나머지 10%가 물감비용인데, 보수를 자주 할수록 업체와 공무원한테 모두 유리하다는 것.

“현재 수리할 것이 3천건이 된다는데 돈이 모자라 미루고 있다니 아이러니죠.” 일본에서는 물감은 따로 지정하고 나머지만 입찰에 부친다고 설명했다. 그는 말이 나온 김에 터널 도색도 때 안타는 흰색 특수도료를 칠하면 현재 조명의 3분의 1이면 가능하다고 덧붙였다.

그는 물감은 사실상 같은 안료를 쓰기 때문에 국산, 외제의 구별이 없는데도 국산을 깔보는 일각의 풍조를 개탄했다. 국산을 쓰는 게 알려지면 그림값이 떨어진다면서 쉬쉬하는 작가도 있다는 것. 하지만 남관, 류영국, 김흥수 등 알 만한 화가들은 알파를 썼(쓴)다며 자부심을 내비쳤다.

전 회장은 세계 물감계에서 ‘머리 흰 한국의 엔지니어’로 잘 알려져 있다. 눈으로 쓱 보면 무엇을 어떻게 섞은 것인 알아내는 탓에 블랙리스트에 올라있다. 그는 실제 미국의 펠리칸 문구 전시회 입구에서 출입을 제한 당한 적이 있다고 털어놨다. 함께 만난 아내이자 대표이사인 남궁요숙씨는 “영업은 자신이 맡고 남편은 천상 학자”라고 말했다. 전 회장은 <미술재료학>, <알고쓰는 미술재료> 등 저서가 있으며 여러 대학에 출강하고 있다.

19일 오후 6시 소공동 롯데호텔 크리스탈볼룸에서 창립 45주년 기념식 겸 전 회장의 미수연을 연다.

글·사진 임종업 선임기자 blitz@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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