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텐츠 바로가기
로그인
컨텐츠

등록 : 2007.03.01 18:55 수정 : 2007.03.01 18:55

신세계 본관 중앙계단 4, 5층 사이에 있는 작가 서도호씨의 〈Cause & Effect〉.

재개관한 서울 신세계 본관
단순장식 넘어 전시장화
400억어치 사들여 곳곳 배치

‘백화점은 미술관이 되고 싶다.’

27일 재개관한 서울 회현동 신세계백화점 본관은 새 얼개를 통해 이런 욕망을 드러냈다. 명품관 성격인 7층 건물 각 층의 옷, 구두, 보석 등 주요 매장의 통로와 사이 벽 곳곳은 국내외 거장, 중견 작가들의 쟁쟁한 진품 사진, 그림들이 촘촘히 내걸렸다. 엘리베이터 옆 벽과 대기공간은 그림 들어찬 화랑 공간처럼 디자인됐다. 옥상엔 외국 거장들의 조각 정원이 들어섰다.

약 2년간의 리모델링 결과물인 매장미술관 스타일은 국내 유통공간에서 전례가 없다. 1년여전 신관 개관 때 미술품들을 장식처럼 활용한 아트 마케팅에서 한발 더 나아간 브랜드 전략이다. 개관 행사도 이탈리아 작가 비크로프트가 기획한 여성모델 31명의 집단 퍼포먼스로 장식했다. 30년대 미쯔코시 백화점 시절부터 소비 문화 발신지였던 본관의 장소성에 현대미술 트렌드를 대거 끌어들인 것이다.

현재 각층 매장 사이의 빈 벽과 엘리베이터 옆 유휴공간인 아트 월은 여성을 주제로 한 사진전이 차려졌다. 신디셔먼, 위노그랜더, 아버스, 윌리엄 클라인, 로버트 프랭크, 아베돈 등 거장들의 다양한 여성 사진들을 패션과 매혹, 일상의 열쇳말로 갈라 선보였다. 1층 매장에선 교태 부리며 담배 피우는 클라인의 여성 사진이 보인다. 중앙계단에서는 김환기의 점그림과 솔 르윗의 채색 벽화를 볼 수 있다. 4~5층 계단은 최근 국제스타로 떠오른 작가 서도호씨가 자잘하게 줄처럼 뒤얽힌 인간군상들을 거대한 커튼 모양으로 엮은 합성수지 설치물을 늘어뜨렸다. 옥상 공원은 헨리 무어의 인물상, 루이스부르조아의 거미 등 거장들의 야외 조각 대표작들이 시선을 붙잡는다.

2005년 시작한 본관 아트 리모델링을 위해 사들인 새 컬렉션만 400억원에 육박한다. 시찰팀을 꾸려 미국과 유럽의 백화점, 공공미술 현장들을 10차례 이상 둘러보았다고 신세계 쪽은 전했다. 쇼윈도우 등을 작가 작업공간으로 맡긴 로스앤젤레스의 니만 마커스, 매장 곳곳을 명작 전시장화한 뉴욕 버그도르프굿맨 백화점 등에서 단서를 얻었다고 한다. 맞수인 롯데 백화점 애비뉴엘이 실내 디자인과 인기작가 대여전에 치중한다면, 신세계 본관 내부는 예술품 장식 성격의 ‘아트데코’를 벗어나 장르적 전문성을 부각시켰다는 주장이다. 임근준 전 〈아트인컬처〉편집장은 “여전히 유명작가 작품들에 치우쳤으나, 조각정원 조성 등은 상업공간에서 큰 결단이자 양보”라고 평가했다

이 전례없는 미술투자는 최근 신부유층의 문화수요 급증세, 이를 배경으로 한 미술시장의 활황과 무관치않다. 문화 대중화로 취향의 차별성을 상실한 기존 고급 문화 향수층에게 손짓하면서 미술 유행도 창출해 브랜드 권위를 차별화하려는 의도란 분석이 나온다. 아트홀, 조각공원 등의 컨셉과 디자인 등은 미술계 큰 손인 이명희 회장, 그의 딸인 정유경 조선호텔 상무가 주도했다는 게 신세계 쪽 전언이다. 지명문 신세계 갤러리 관장은 “이제 백화점에서 예술적 영감, 문화적 메시지도 고객에게 같이 주겠다는 것이고, 단기간 수익성과를 예측해 잡은 전략은 결코 아니다”라고 말했다.

광주, 인천 분점에 대안 화랑도 운영중인 신세계쪽은 본관 아트홀에서 소외된 지역, 청년작가들의 작품도 전시하겠다는 의욕을 비쳤다.

옥상정원에 설치된 거장 클래스 올덴버그의 조형물 〈건축가의 손수건〉.

사람 인형 18000여개를 줄처럼 얽어모아 거대한 장막 모양으로 늘어뜨렸다.


글·사진 노형석 기자 nuge@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