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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일 작가회담’ 찾은 시마다 마사히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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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일 작가회담’ 찾은 시마다 마사히코
일본의 중견 작가 시마다 마사히코(45)가 2박3일 일정으로 한국을 방문했다. 1983년 〈부드러운 좌익을 위한 희유곡〉이 아쿠타가와상 후보에 오르면서 일찌감치 주목을 받기 시작한 시마다는 〈미확인 미행물체〉 〈천국이 내려오다〉 등의 작품으로 국내에도 잘 알려졌다. 그는 고려대 일본학 연구센터와 일본문화원이 10일 오후 고려대에서 주최한 심포지엄 ‘문학의 새 지평-기억·경계·미디어’에 동료 작가 기리노 나쓰오와 함께 참가해 한국 작가 구효서·신경숙씨와 더불어 발표와 토론을 벌였다. 인간의 언어능력과 예술활동 사이의 상관관계에 대해 발표한 시마다는 자신이 직접 쓴 시 두 편도 낭독해서 눈길을 끌었다. “시는 10년 전부터 썼어요. 시집도 한 권 냈지요. 창작 오페라 대본 작업도 틈나는 대로 하고 있습니다.” 시마다의 한국 방문은 벌써 여덟 번째다. 90년대 초부터 한국과 일본의 작가들이 참여해서 양국을 오가며 진행된 ‘한·일 작가회담’에 꾸준히 참여했고, 가족과 함께 휴가차 방한하기도 했다. “2004년 가을 미국 아이오와대 창작프로그램에 참여했을 때는 한국 소설가 조경란씨와 권지예씨가 끓인 김치찌개도 맛있게 얻어 먹었어요.” 그러나 유감스럽게도 한국 작가들의 소설은 별로 읽어 본 게 없다. “번역된 게 많지 않아서”라는 게 이유. 대신 영화 등 다른 매체를 통해서 한국을 이해하고 있다고. 시마다는 현재 호세이대 국제문화학부에서 문학사 등을 가르치면서 소설 창작을 병행하고 있다. 자신의 소설 중에서는 최근작인 ‘무한 캐논’ 시리즈 전3권과 〈퇴폐 자매〉를 가장 좋아한다고 밝혔다. 〈혜성의 주민〉 〈아름다운 혼〉 〈에토로후의 사랑〉 삼부작으로 이루어진 ‘무한 캐논’ 시리즈는 푸치니 오페라 〈나비부인〉의 모델이 된 주인공 이야기에서 시작해 종전 이후 일본을 통치한 맥아더 미군 사령관의 애인을 거쳐 현재의 천황가에 이르기까지 한 세기를 훌쩍 뛰어넘는 시간을 배경으로 돌고 도는 사랑의 이야기를 그린 대작이다. 소설의 배경에는 일본의 고전 소설 〈겐지 이야기〉의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으며, 오페라 〈나비부인〉은 물론 소설 〈폭풍의 언덕〉과 서사시 〈오디세이〉의 영향 역시 짙게 느껴진다. “하루키가 노벨상 탄다면 글로벌리즘의 승리일테죠”
22살때 아쿠타가와상 후보, ‘무한캐논’ 시리즈 곧 완역 “‘무한 캐논’ 시리즈는 4대에 걸친 사랑의 대하 드라마를 다루고 있습니다. 그런데 역사상의 모든 사랑은 정해진 몇 개의 틀이랄까 표준에서 크게 이탈하지 않는 것 같아요. 그런 의미를 시리즈 제목에 담았습니다.” ‘무한 캐논’ 시리즈는 첫 권인 〈혜성의 주민〉이 내년 초에 나오는 것을 필두로 김난주씨의 번역으로 국내에도 완역 출간될 예정이다.
그의 소설로서는 가장 최근작인 〈퇴폐 자매〉는 미군 점령기에 몸을 팔아 살아가는 자매를 주인공으로 등장시킨 작품이다. ‘무한 캐논’ 시리즈와 〈퇴폐 자매〉에서 보다시피 시마다의 소설 세계는 초기의 실험적이고 도전적인 색채가 옅어지는 대신 전통과 역사 쪽으로 회귀하는 양상을 보인다. 시마다 자신 “어렸을 때는 역사에 대한 관심이 전혀 없었는데 나이 들고 생각이 많아지면서 역사적 소재로 눈을 돌리게 된다”고 말했다. 시마다 마사히코가 참여한 ‘한·일 작가회담’의 일본 쪽 우두머리는 평론가 가라타니 고진이었다. 한국에서도 커다란 반향을 일으킨 가라타니의 ‘근대문학의 종언’ 론에 대해 시마다에게 물어 보았다. “가라타니 선생의 그런 생각은 벌써 20년 전부터 이어져 온 논리의 자연스러운 귀결이라고 봅니다. 저 자신은 워낙 근대문학은 끝났다는 전제 위에서 일종의 ‘망상문학’을 추구해 왔기 때문에 별 충격은 받지 않았어요. 일본 안에서도 감정적인 반발만 있었을 뿐 생산적인 논쟁으로 이어지지는 않았죠.” 그는 일본의 다음 노벨문학상 수상 후보로 무라카미 하루키가 거론되는 데 대해 “하루키가 노벨상을 받는다면 민족문학이 아닌 글로벌리즘의 승리라는 평을 들을 것”이라며 “그런 식으로 간다면 파울로 코엘료나 스티븐 킹이 노벨상을 받지 말란 법도 없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두 무라카미 이후’를 노리는 시마다의 견제구? 글 최재봉 문학전문기자 bong@hani.co.kr 사진 장철규 기자 chang21@hani.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