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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책&생각

악당이자 경쟁자이자 동반자… 그 이름 ‘기생충’

등록 :2012-01-06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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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생충, 우리들의 오래된 동반자

정준호 지음/후마니타스·1만3500원

2011년 문지문화원 ‘사이’와 한겨레신문사의 과학웹진 ‘사이언스 온’이 공동기획한 제3회 ‘올해의 과학책’에 <기생충, 우리들의 오래된 동반자>(정준호 지음·후마니타스)가 선정됐다.

이 책은 기생충의 생태와 진화, 기생충 연구의 역사, 기생충의 유용성(치료법, 약물개발)에 관해 고전적 연구 성과를 기본으로 하면서도 최신의 연구 성과들을 반영해 서술했다. 지은이는 영국에서 기생충학 석사를 마친 뒤 1년 동안 아프리카 스와질란드 시골마을에서 의료봉사를 하면서 얻은 결과를 바탕으로 기생충을 박멸 대상만이 아니라 기나긴 생물 역사와 현 생태계에서 함께해온 생태계의 일원으로 그려냈다.

이 책에서 기생충은 어떤 경우엔 악당이며 어떤 경우엔 경쟁자이고 어떤 경우엔 생태를 구성하는 연결고리이다. 회충, 편충, 요충, 십이지장충이나 간디스토마처럼 우리 몸에 기생하는 ‘벌레’들만이 아니라, 다른 생물체와 긴밀한 관계를 맺으면서 그 생물체의 에너지를 빼앗아 오거나 이용하는 기생의 생물체들을 모두 아울러 ‘기생충’으로 다루고 있다. 기생충학계에서 쓰는 더 정확한 말은 기생물 또는 기생생물이겠지만, 지은이는 일반인한테 이미 더 친숙한 말인 ‘기생충’을 기생생물과 같은 의미로 쓰고자 한다고 밝히고 있다. 단순한 국민 위생 지침서가 아니라 숙주와 기생충의 다양한 관계들을 살피는 자연사이자 생태학, 그리고 인간과 기생충의 투쟁 역사와 기생충을 매개로 한 제국주의 역사까지 포괄하는 기생충의 인문·사회와 과학 교양서라고 할 수 있다.

선정위원회는 이 책의 장점으로 “한국어로 된 연구 성과는 물론, 영어로 된 많은 연구 성과들을 성실하게 수집하고 분류했을 뿐 아니라, 자신의 시각으로 연결고리를 찾으려 노력한 점”을 꼽았다. “일관되게 자연계 전체, 혹은 생물체 간의 상호작용을 살피는 거시적인 시각을 잃지 않고, 진화적이고 생태적인 관점에서 기생충과 관련한 현상을 서술한 것도 돋보인다”고 평가했다.

‘올해의 과학책’으로 마지막까지 경합을 벌인 책은 <한반도 자연사 기행>(조홍섭 지음·한겨레출판사)이었다. 현재와 과거 인간과 자연을 오가며 한반도 자연사를 설명하는 이 책은 과학계의 최근 연구 동향을 기행 형식으로 풀어 지질학 및 고생물학의 연구 성과들을 손쉽게 접할 수 있게 해준 점에서 높은 점수를 얻었다.

그 외에 후보에 오른 8권은 <웃음의 과학>(이윤석 지음·사이언스북스), (이강영 지음·사이언스북스), <생명과학 교과서는 살아있다>(유영제, 박태현 등 지음·동아시아), <곤충의 유토피아>(정부희 지음·상상의숲), <찰스 다윈 서간집>(찰스 다윈 지음, 김학영 옮김·살림), <조복성 곤충기>(조복성 지음, 황의웅 엮음·뜨인돌), <사회생물학 대논쟁>(김동광, 김세균, 최재천 엮음·이음), <호모 심비우스>(최재천 지음·이음).


이 가운데 <찰스 다윈 서간집>, <웃음의 과학>, , <호모 심비우스> 등도 선정작 못지않게 좋은 평가를 받았다. 선정위원회는 “생물학 쪽의 책들이 많이 후보에 올랐는데 이는 수학, 물리학, 화학 분야보다는 생물학이 대중성을 확보하기가 쉽기 때문에 그런 것 같다”고 분석했다.

임종업 선임기자 blitz@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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