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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7.07.30 20:33 수정 : 2007.07.30 20:33

조지 레이코프의 ‘프라임 전쟁’

조지 레이코프의 ‘프라임 전쟁’

조지 레이코프의 ‘프레임 전쟁’
보수세력에 맞선 진보의 선거 성공전략 연구
중도 끌어들이려 오른쪽으로 이동하는게 패착
표심은 정책보다 ‘세상 보는 심적 구조’에 달려

세금 구제라는 말을 백악관이 계속 흘리자 보수언론만이 아닌 모든 언론이 ‘대통령의 세금구제안’을 읊어댔고, 심지어 민주당 국회의원들도 세제안을 다루는 내부회의에서조차 세금 구제라는 말을 썼다. 그 다음 선거에서 공화당의 감세정책에 반대한 민주당은 참패했다.

워터게이트 사건 때 리처드 닉슨 대통령은 사임 압박이 거세지자 텔레비전에 나와 “나는 사기꾼이 아닙니다”라고 역설했다. 그 순간 사람들은 그를 사기꾼으로 생각하게 됐다.

지난해에 번역 출간된 〈코끼리는 생각하지 마〉에 소개된 유명한 예화들이다. 저자 조지 레이코프는 버클리대에서 자신의 전공인 인지과학 입문 수업 첫 시간에 “무슨 일이 있든 코끼리에 대해 생각하지 않기”라는 과제를 내줬다. 과제를 푼 학생은 한 명도 없었다. 코끼리를 생각하지 말아야지 하고 생각하는 순간 학생들은 이미 코끼리(공화당 상징동물이기도 하다)가 어떻게 생겼는지 생각하기 시작했던 것이다.

‘구제’ 하면 고통과 영웅을 떠올리고, ‘코끼리’ 하면 긴 코와 서커스 등을 떠올리는 것, 이것이 ‘프레임(frame)’이다. “우리가 세계를 이해하고 세계와 상호작용하는 심적 구조”, “문화적 관례나 세상에 대한 믿음, 일을 처리하는 익숙한 방식, 사물을 바라보는 방식 등에 대해 특정하게 구조화된 심적 구조”다.

세계관과 닮았지만 그보다 더 포괄적이며, 무의식이 지배하는 인지과학적 개념이다.

〈프레임전쟁〉의 저자는 선거 결과는 유권자의 합리적 선택이 아닌 무의식에 따라 움직인다고 주장한다. 부시 미국 대통령이 지난 2004년 로널드 레이건 빌딩에서 열린 재선 승리집회에서 연설을 하고 있다. 한겨레 자료사진
레이코프의 또 다른 책 〈프레임 전쟁(Thinking Points: Communicating Our American Values and Vision)〉(창비)이 번역 출간됐다. 그는 책에서 이념적으로 진보와 보수 양 극단이 있을 뿐 그 중간은 없다면서 여론조사 때 유권자 중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것으로 나오는 이념적 중도세력 공략에서 진보주의 쪽이 항상 실패하는 이유를 다음과 같이 지적한다.


진보진영 후보자는 중도세력을 끌어들이기 위해 흔히 약간 오른쪽으로 이동한다. 그러나 그것은 진정성을 잃는 것이며, 유권자들이 모를 리 없다. 이는 그의 정치기반을 허무는 것을 의미한다. 그리고 오히려 보수주의 세계관을 활성화해 상대방을 유리하게 만든다.

노무현 정권의 ‘(여론 획득) 실패’에 그대로 적용할 수 있지 않을까.

진보주의 진영이 이기려면 프레임을 자신들에게 유리한 쪽으로 새로 짜야 한다. 그럴 때 명심할 것은, 사람들이 합리주의적이라는 망상을 버리는 일이다. 사람들은 무의식, 프레임에 따라 움직인다.

레이코프는 유권자들의 표심을 가르는 것은 진실이니 훌륭한 대안 정책 상세 목록들이 아니라 가치와 인간적 유대, 진정성, 신뢰, 정체성이라고 말한다. 로널드 레이건의 보수혁명은 이슈나 정책이 아니라 바로 그런 것들을 선취했기 때문에 성공했다.

개별 이슈나 정책들이 표층 프레임과 관련된 것이라면 가치와 관련된 것이 심층 프레임이다. 이 심층 프레임을 자신들에게 유리한 쪽으로 설정하기 위해 공화당은 엄청난 투자를 했다.

지난 40년간 보수주의자들은 40억달러 이상을 들여 우파 지식인이 운영위원으로 있는 수십 개의 정책연구소와 교육기관이 망라된 체제를 구축했다. 쿠어스, 스케이프, 올린 등 재벌가를 설득해 헤리티지 재단, 올린 기금, 하버드 올린연구소 등을 만들어 자파 세력을 양성하고 좌파들보다 훨씬 많은 책을 써냈으며 훨씬 더 많이 언론에 등장했다.

미국 텔레비전 지식인 출연자의 80%가 보수주의 싱크탱크 소속이다. 언론 자체가 보수화했다.

이런 대대적인 보수주의 오리엔테이션이 조성한 프레임을 통해 절대다수 유권자들은 세금, 복지, 테러, 민주주의, 시장, 자유 등의 단어들을 무의식적으로 보수주의자들 논리에 따라 짜맞추는 동일시에 빠지게 됐다. 저자는 책에 이런 내용을 담았다.

한승동 선임기자 sdhan@hani.co.kr

조지 레이코프의 ‘프라임 전쟁’

조지 부시 미국대통령이 정권을

잡은 뒤 백악관에서

세금구제(tax relief)라는 용어를

사용하기 시작했다. 구제, 구원은

고통을 없애는 것이다.

고통받는 자를 구제하는 사람은

영웅이며, 그것을 방해하는 자는

악당이다. 구제라는 말 앞에

‘세금’을 붙여 놓으면 다음과 같은

은유가 만들어진다.

세금은 고통이다.

세금 깎는 사람은 영웅,

거기에 반대하는 자는 악당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