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스무살, 너희가 별이야>김택환 지음. 삼인 펴냄. 9000원
|
좋은 직장에 돈 많이 버는 것만 성공이라 되뇌는 세상
불의가 정의 누르고 독점이 나눔 비웃는 ‘거꾸로’ 세상
팔레스타인 NGO 대표·직장 관두고 캄보디아 간 사진가
이 여덟 사람들처럼 ‘진짜 성공’을 위한 반란 일으켜라
한때 글을 쓰며 살았고, 지금은 정당과 기업 일을 하고 있다는 서울 면목고등학교 총동문회장 김택환의 정신은 의외로 자유롭고 활달하다. 녹록치않은 인문학적 소양에 글솜씨도 보통이 아니다. 그가 발품을 팔아 만난 8명의 세상 새내기들 이야기를 묶은 <스무살, 너희가 별이야>(삼인)의 짧지만 거침없는 머리말은 마음을 울린다.
“성공이라는 강요된 신화는 스무 살을 시들게 한다. 무엇이 성공인가. 남들보다 앞서 쓸 만한 자격증을 따는 것, 안정된 직장에 들어가는 것, 높은 직책을 차지하는 것, 무슨 짓을 해서라도 돈을 많이 버는 것, 치열한 경쟁에서 살아남는 것, 주변에서는 불리한 여건을 딛고 성공한 자들의 신화만을 반복해서 들려준다. 손해 보더라도 착하게 사는 것, 돈은 안 돼도 하고 싶은 일을 하는 것, 누구도 가보지 않은 새로운 길을 가는 것, 꿈과 희망, 정의에 미래를 거는 일은 위험한, 궤도밖의 삶이다. 그래서 ‘패배’의 확률이 높은 길은 가지 말라 한다.”
그러면서 ‘선동’한다. “나는 스무 살이 반란을 일으켰으면 한다. 그렇다. 지금 반란이라 했다. 세상엔 뒤집을 것들이 얼마나 많은가. 거꾸로 서 있기 때문이다. 불의가 정의를 타고 앉고, 불평등이 평등을 목조른다. 독점이 나눔을 비웃고, 돈과 권력이 정신적 가치를 조롱한다. 상식이라 말해지는 것들이 몰상식한 경우는 너무도 많다. 가지 말라는 길을 가는 스무 살이 많아져야 한다. 우리 사회는 너무 많은 ‘범생이’들로 가득 차 있다. 나는 역설적으로 ‘미친 놈’들이 많은 세상이 좋은 세상이라 생각한다.”
이 선동이 그냥 이런 정도의 토로에 그치고 말았다면 흔한, 내용없는 비분강개에 지나지 않았을 것이다. 저자는 반란을 일으킨 8명의 ‘미친 놈’들이 어떻게 세상을 뒤집어 엎고 있는지 하나 하나 그들 자신의 목소리를 통해 들려준다. 그들이 신체적 나이 스무 살인 것도 아니고 딱히 모두 새내기라 하기도 어색하다. 굳이 ‘스무 살’이라 한 것은 오히려 이 책을 읽을 젊은 독자들, 인생항로의 새로운 출발점인 사회생활을 막 시작하려는 또는 시작한 진짜 새내기들을 겨냥한 것이다. 그들을 향해, 기성세대가 얘기하는 성공에만 집착해 세상 시시하게 살지 말라고, 남 눈치보지 말고 정말 자신이 하고 싶은 것 찾아 밀고나가라고 외친다. 새 봄에 딱 어울리는 얘기 아닌가. ‘미친 놈’ 8명의 행로는 그게 어떤 일인지, 무엇을 의미하는지 보여주는 구체적 사례들이다.
‘반란자’들의 목소리 생생
팔레스타인문제만 다루는 비정부기구(NGO) 국내1호 ‘팔레스타인평화연대’ 대표 안영민. “한마디로 그냥 필이 꽂혀” 팔레스타인 문제에 관심을 쏟기 시작했지
만 5년 뒤에야 평화연대를 시작했고, 거기엔 인도여행 체험이 큰 몫을 했다. 불가촉천민들의 삶을 보면서 느낀 게 많았다. “그런 말 많이 하잖아요, 먹고 살기 힘들다…. 거기 있으면 그런 말 할 수 없어요. 일상을 유지하기 위해 필요한 대부분이 없다고 생각하면 될 거예요. 먹지 못해 배가 불룩 솟아오른 아이들이며 귀에 상처가 생겨도 치료하지 못해 구더기가 들끓는 채로 견디는 사람들까지. 나의 시각과 관심이 한국이라는 땅덩어리 안에 갇혀 있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러면서 팔레스타인운동을 진짜 시작해봐야겠다는 결심을 했죠.” 제대로 된 팔레스타인 소식을 전하기 위해 국내외 뉴스들을 수집해 홈페이지에 올리고, 거리 캠페인과 집회, 교육이나 강연, 그리고 자료집 만드는 일까지, 하루종일 눈코뜰새 없이 바쁘다. 왜 하필 팔레스타인이냐고? 2000년 9월 후반부터 5년간 팔레스타인 사람들 4천명이 이스라엘 군인 총에 맞아 죽었다. “팔레스타인 인구가 360만 명 정도 됩니다. 지금 부산 인구가 360만 명가량 되고요.
|
|
|
부모 모두 에이즈 환자인 캄보디아의 소아 에이즈 환자들. 죽음을 기다려야 하지만 웃음마저 없는 건 아니다. 임종진은 이런 캄보디아에 가면 자신의 부모도 여자친구도 잊는단다. 임종진 촬영
|
‘연봉 100만원’ 스태프 “사는 맛” 최고라고 여기던 직장 때려치우고 빈곤과 에이즈로 고통받는 캄보디아 현장으로 가는 사진가 임종진, 10여년 된 한국 성적소수자운동 역사의 산 증인인 한채윤 한국성적소수자문화인권센터 대표, 어렸을 때 지지리도 못난이였으나 자원봉사를 거쳐 춤테라피 강사로 인생을 완전히 바꾼 신차선, 소년원 출소자나 가정형편이 어려운 청소년들 20여명을 예수로 여기며 포천에서 공동체생활을 꾸려가고 있는 참나무청소년배움터 교사 윤용희, “좋은 직장” 생활 6개월만에 그만두고 연극에 미쳐 연봉 50만원(!)에도 굴하지 않고 자기 길을 당당히 걸어온 연극배우 이영진, 공부하는 과정 자체를 즐기고 1주일에 70, 80시간씩 공부하는 게 소원이지만 ‘조선일보 반대운동’ 등 세상 바로잡기에도 뒤지지 않는 과학기술학(STS)계의 진보적 과학도 김성원. 저항, 도전, 소통, 금기, 치유, 형성, 끈기, 학문 등의 주제로 엮은 이들이야말로, 아직 시작에 불과하지만, 진짜 성공한 사람들이 아니냐고 저자는 묻고 있다. 한승동 선임기자 sdhan@hani.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