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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리게 가는 버스> 성우제 지음, 강 펴냄. 1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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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각장애 아들 “방법 없다” 무뚝뚝한 의사에 상처
13년간 일했던 시사잡지사 관두고 캐나다로 훌쩍
환자와 가족 성심껏 배려하는 의료진에 큰 감동
4년여 경험·성찰 담고 ‘묻지마 이민’ 허점도 지적
성우제(44)씨는 2002년 5월 캐나다로 이민을 갔다. 만 13년 동안 기자로 일했던 잡지 <시사저널>에 사표를 낸 뒤였다. 그 이듬해 한국의 텔레비전 홈쇼핑에는 ‘캐나다 이민 상품’이 나와 수백억원 어치의 매출을 올렸다. 그러나 성씨가 홈쇼핑의 이민 상품 ‘대박’을 미리 예견하고서 발빠르게 움직인 것은 아니었다. 그가 캐나다로 이민 갈 결심을 하게 된 때는 2001년 2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뉴욕 출장길에 토론토를 방문한 그는 “대단히 놀라운 풍경”을 만나게 된다.
“버스기사가 정류장에 차를 세우더니, 어느 승객의 손을 잡고 함께 내리는 것이었다. 두 사람은 길을 가로질러 갔다. 그 승객이 혼자 안전하게 길을 찾아갈 수 있을 때까지 기사가 안내를 했다. 승객은 지팡이를 들고 다니는 시각장애인이었다./바쁜 출근 시간에 버스기사가 차를 세우고 시각장애인을 돕는 그 광경보다 더 놀라운 것이 있었다. 일반 승객들이었다. 장애인 한 사람을 위해 출근길 버스가 몇 분 동안이나 멈춰 서 있어도 불평하는 사람이 없었다.”(22~23쪽)
이런 광경을 보았다고 모두가 이민을 결심하는 것은 아닐 것이다. 성씨에게는 나름대로 절박한 이유가 있었다. 청각장애인 아들 시경의 존재가 그것이었다. ‘캐나다에서 바라본 세상’이라는 부제를 거느린 <느리게 가는 버스>는 아들 시경의 치료를 중심으로 성씨가 캐나다 이민 생활 4년여의 경험과 성찰을 담은 에세이다.
캐나다의 버스 기사와 승객들이 그를 캐나다 쪽으로 끌어당겼다면, 장애 아들의 치료를 위해 찾았던 한국의 대학병원 의사는 그의 등을 한국 바깥으로 떠밀었다. 채 두 살도 되지 않은 아이의 청력에 이상이 있음을 진단한 의사는 눈물 바람을 하며 방법을 묻는 성씨 부부에게 “방법이 없다. 보청기를 끼면 조금은 들을 수 있을 것”이라고 짧고도 무뚝뚝하게 답할 따름이었다. 장애인들을 위한 특수학교의 존재를 가르쳐준 것도 의사나 간호사가 아니라 보청기업자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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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이 불편한 이들을 위해 토론토교통위원회(TTC)에서 운영하는 특수버스. 전화로 요청하면 버스가 와서 장애인 승객을 태우고 목적지까지 데려다 준다. 강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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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에서 내려다본 어린이병원 내부. 병원이라기보다는 놀이동산같은 느낌을 준다. 강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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