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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6.11.26 17:11 수정 : 2006.11.27 03:23

해방전후사 제3의 인식 ‘근대를 다시 읽는다’ 출간

‘해방 전후사에 대한 제3의 인식’을 보여주는 논문집 <근대를 다시 읽는다>(역사비평사 펴냄)가 두 권으로 나왔다.

일제 강점기에서 박정희 정권까지의 시대를 포괄하는 역사·사회·문학 각 방면의 논문 28편이 묶였다. 윤해동 성균관대 동아시아학술원 교수를 비롯해 탈근대 역사학의 학문인식을 함께하는 학자 28명이 필자로 참여했다.

<근대를 다시 읽는다>가 ‘제3의 인식’을 지향하고 있음은 윤해동 교수 등 편집진이 쓴 ‘머리말’에서 확인된다. 편집진은 올해 초 논란을 불러일으켰던 <해방전후사의 재인식>(이하 재인식)과 이 책이 겨냥했던 <해방전후사의 인식>(이하 인식)이 모두 근대주의와 내셔널리즘(국가주의·민족주의)의 틀에 갇혀 있다고 지적하면서 ‘한국 근대 인식의 새로운 패러다임’ 창출을 제안하고 있다.

요컨대, 탈근대주의의 시선으로 근대를 새롭게 인식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근대는 동경의 대상이나 지향해야 할 목표가 아니며, 근대주의가 내포하는 폭력을 바로 보고 근대를 넘어설 전망을 열어야 한다는 것이 편집진의 공통 인식이다.

민족주의를 갇혀 식민지 경험 과잉부각 비판
“재인식, 새로운 우익적 논리만 강화” 혹평

이들은 특히 “근대 민족주의가 한편으로는 제국주의에 저항하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제국주의를 모방하면서 형성된 인위적 구성물임”을 강조한다. 한반도의 경우 민족주의는 식민지 경험과 긴밀하게 연결돼 있는데, 편집진은 이 경험을 과도하게 특화해선 안 된다고 지적한다.

식민지가 ‘근대 미달’이거나 ‘왜곡된 근대’가 아니라 근대 속에 포함된 ‘근대의 작동기제’이며 한국의 근대사는 그런 ‘보편적’ 작동 기제 속에서 해명될 수 있는 전형적인 대상이라는 것이다. “식민지는 근대 세계체제의 가장 중요한 축이었으며, ‘근대’의 고유하고 중요한 현상의 일부였다. 서구와 식민지는 동시적으로 발현한 근대성의 다양한 ‘굴절’을 표현하고 있을 뿐이다. ‘서구=보편’이나 ‘식민지=특수’라는 도식은 성립되지 않는다.”

서구든 식민지든 근대성이 관철되는 공간이며, 따라서 식민지도 근대성의 관점에서 바라보아야 한다는 논리다. 이런 인식 위에서 편집진은 ‘친일’ 행위를 ‘민족에 대한 배신’이라는 ‘국민윤리적 관점’에서 읽을 것이 아니라 ‘협력’이라는 개념으로 바꿔 그 양상을 보편적인 관점에서 읽어내야 한다고 제안한다. 또한 식민지 시기를 지배와 저항이라는 이분법으로 보아선 안되며 둘 사이의 넓은 ‘회색지대’를 살펴야 한다고 말한다.


편집진은 이런 논점을 명확히 하기 위해 <인식>과 <재인식>의 논의를 비판적으로 검토하고 있다. 이들은 특히 <인식>의 한계를 극복하겠다고 천명한 <재인식>이 심각한 논리적·실천적 문제점을 안고 있다고 논박한다.

“<재인식>에는 도저히 이해하기 힘든 그리고 낡은 사고방식, 곧 ‘(근대)국가는 문명의 상징’이고 ‘민족은 전근대적 야만의 상징’이라는 이분법이 깔려 있다.” 나아가 편집진은 “이 논리가 ‘대한민국=문명’,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야만’이라는 사고를 정치적 배후이자 ‘의도’로 삼고 있다는 점에서 황당하다”고 평하면서 “<재인식>의 논리는 민족주의를 지양·극복하기는커녕 새로운 우익적 ‘대한민국 국가주의’를 강화할 뿐”이라고 진단한다.

편집진이 <재인식>을 이렇게 혹평한 것은 <재인식>의 편집진이 ‘탈근대’의 역사인식으로 해방전후사를 다시 보겠다고 했지만, 결과적으로는 <인식>의 민족주의에 대항해 ‘탈민족’만 외쳤을 뿐 ‘탈국가’는 전혀 이루지 못했을 뿐만 아니라 오히려 민족주의 대신 ‘애국주의’를 강조함으로써 ‘저열한 변종 근대주의’를 옹호했다고 보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편집진은 <재인식>이 한국 사회에 “명백히 부정적이고 파괴적인” 영향을 끼치고 있으며, “보수우익의 정치적 이해에 복부하면서 시대착오적인 좌우대립에 편승하는 논리적 빈곤과 퇴행을 보여주고 있다”고 주장한다.

고명섭 기자 michael@hani.co.kr

탈근대 역사학이란?=기존의 역사학이 근대주의와 민족주의의 패러다임에 갇혀 있다고 보면서 탈국가·탈민족의 관점에서 역사를 재해석할 것을 요구하는 역사학이다. 이들에게 근대는 달성해야 할 목표가 아니라 극복해야 할 대상이다. 국가·민족·계급 중심으로 역사를 해석하는 것이 전형적인 근대주의적 역사 인식이며 이런 인식이 억압한 여성·소수자 등 다양한 주체들의 목소리를 복원해야 한다는 게 탈근대적 역사학의 관점이다.

탈근대 역사학은 실증적 자료 중심인 근대적 역사방법론도 비판하면서 기록을 남길 수 없는 하위주체들의 ‘기억’과 ‘증언’을 역사 해석의 중요한 요소로 강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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