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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옥마을 ‘임대료 인하’ 결의는 ‘공생실험’ 첫발이죠”

등록 :2020-02-16 20:11수정 :2020-02-17 02: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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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짬] 전주한옥마을사랑모임 한광수 회장

전주 한옥마을사랑모임 한광수 회장이 지난 13일 자신의 한약방에서 임대료 인하 배경 등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 박임근 기자
전주 한옥마을사랑모임 한광수 회장이 지난 13일 자신의 한약방에서 임대료 인하 배경 등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 박임근 기자

지난 12일 전북 전주 한옥마을사랑모임과 전주시는 한옥마을의 지속적 발전과 코로나19 극복을 위한 ‘상생선언문’을 발표했다. 선언문에는 소유 건물 내 임차인의 안정적인 경제활동과 피해 최소화를 위해 코로나19의 상황 종료 시점을 고려해 일정비율(3개월 이상·10% 이상)의 임대료를 내리기로 했다는 내용이 담겼다. 또 건물주의 참여를 권장하고, 상생협력하는 한옥마을을 만들며, 관광지 품격을 높이기로 하는 등 한옥마을 안정화와 상생문화 정착을 위한 협력을 다짐하는 내용이었다. 이런 약속은 이틀 뒤인 지난 14일 전주의 전통시장과 옛도심 지역 건물주 64명의 추가 동참으로 이어졌다. 이들은 임대료를 5~20% 가량 내리기로 했다. 한옥마을의 작은 몸짓이 나비효과로 나타난 것이다.

‘코로나19 극복을 위한 공생실험’의 첫발을 내딛은 전주 한옥마을사랑모임 한광수(70·남창당한약방) 회장을 지난 13일 그가 운영하는 한약방에서 만났다.

최근 전주시와 ‘상생선언문’ 공동발표
‘코로나19 종료까지 10% 이상 내리자’
전통시장·옛도심도 동참 ‘나비효과’
문 대통령 16일 페이스북 “박수 보낸다”

‘국가위기 극복’ 취지에 서둘러 결의
“관광객 감소 ‘비바람’ 기회로 삼아야”

지난 12일 김승수(앞줄 맨가운데) 전주시장과 전통시장 등 전주지역 건물주들이 상가 임대료를 자발적으로 내리는 상상협력 선언식을 했다. 사진 전주시 제공
지난 12일 김승수(앞줄 맨가운데) 전주시장과 전통시장 등 전주지역 건물주들이 상가 임대료를 자발적으로 내리는 상상협력 선언식을 했다. 사진 전주시 제공

“건물이 그릇이라면 어떤 음식을 담아야 할까요? 한옥마을의 정체성을 훼손하지 않는 먹거리를 담아야 합니다. 중화요리나 양식을 굳이 한옥마을 안에서 찾을 필요는 없다고 생각해요. 돈버는 게 능사가 아니라, 전통과 가치를 담아야 합니다.”

상생선언문에 대한 내용을 구체적으로 묻자, 그는 건물주와 임차인 사이 ‘조건의 최소한’으로 보면 된다고 말했다. 건물·업소마다 서로 조건과 처지가 다르기 때문에 일괄적인 적용이 어렵다는 설명이다. 한시적인 감면만이 아니라 계약을 갱신해야 하는 등 여러 문제가 있기 때문이다. 국가 위기상황에서 고통을 겪는 임차인들의 마음을 조금이라도 위로하자는 뜻이 담겼다고도 전했다. 언론 보도를 보고 동참을 해온 건물주도 있고, 이미 임대료를 내려준 곳도 있다고 그는 덧붙였다.

‘전통한약방 1호’라는 별칭도 지닌 한 회장은 14살 때부터 이곳 한옥마을에서 살았다. 바른 임대문화 조성으로 ‘둥지 내몰림’(젠트리피케이션)을 방지하기 위해 지난해 1월 건물주로 꾸려진 한옥마을사랑모임은 전주시와 협의 끝에 이번 선언문의 합의를 이뤄냈다. 모임 내부적으로는 규제 여부와 업종 선별 등으로 서로 의견이 달라 충돌하는 사례도 있다고 했다. 예컨대 2016년에 재지정된 ‘국제슬로시티’를 지향하면 상업 활동에 걸림돌이 될 수 있는 규제 문제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다. 하지만 지난달 지역관광거점도시로 선정된 만큼, 한옥마을 정체성 훼손을 막는 데에는 의견을 모았다고 한다.

그는 애초 임대료 인하 결정이 생색내기로 비칠까봐 우려를 했다고 고백했다. 그러나 사익 추구가 아니라 공익을 내세우며 국가위기를 극복하자는 취지에 더 힘을 실어 떳떳하게 임하자고 결의했고, 이왕 하려면 시기가 빠른 게 좋겠다는 방침도 정했다.

임대료를 이미 다 올려 놓고 이제와서 내린 것이 아니냐는 일부의 지적에 대해 물었다. 그는 “애초부터 건물주들이 나서서 임대료를 인상한 게 아니다. 2013~18년 동안 한옥마을 인기가 정점을 찍었는데, 상권으로 떠오르자 부동산업자와 외지인들이 점포를 쪼개서라도 가게나 식당을 더 내려고 건물주에게 공간을 달라고 종용했다. 건물주들의 돈 욕심보다는 수요 초과로 얼떨결에 임대료가 올랐다”고 해명했다.

일반적인 5단계의 젠트리피케이션 과정 중에서 어느 단계에 해당하는지에 대해 물었다. 한 회장은 전주한옥마을에 그런 개념을 갖다 붙이기에는 적당한 사례가 아닌 것 같다고 했다. 옛도심에서 편안히 살던 원주민이 자본의 부분별한 개발과 외지인 유입 때문에 밀려나는 현상이 아니라는 것이다. 원주민이 개인적인 사정으로 부득이 팔고 나가는 사례일 것이라고 그는 분석했다.

연간 관광객 1천만명이 넘었으나 최근 들어 인기가 떨어진 듯 하다고 지적하자, “그것도 자연스런 사이클(순환과정)이다. 날씨가 좋을 때도 있고, 비바람이 몰아칠 때도 있다. 하지만 비바람이 언제나 세게 부는 것은 아니다. 모든 것은 변화한다. 이번을 기회로 삼아 주민들이 역량을 모은다면 더 좋아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전주시와 건물주들의 상생 선언문’을 언급한 문재인 대통령의 16일 페이스북 담벼락.
‘전주시와 건물주들의 상생 선언문’을 언급한 문재인 대통령의 16일 페이스북 담벼락.

전주시는 전주 주요 상권의 건물주들이 임대료 인하 등 상생협력에 동참한 덕분에 앞으로 전주 전역은 물론 전국적으로 이런 추세가 확산할 것을 기대하고 있다. 김승수 전주시장은 “이번 임대료 인하 공생실험의 나비효과를 통해 어려울 때 더 따뜻하고 더 감동적인 전주를 시민과 함께 만들어 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시작이 반입니다. 건물주 뿐만 아니라 영업을 하는 세입자도 의식을 바꾸었으면 합니다. 그래서 전주를 아시아의 10대 명소(세계적인 배낭여행 안내서 <론리 플래닛> 2016년 7월호 ‘1년 안에 가봐야 할 아시아의 10대 명소’ 3위 선정)로 계속 가꿨으면 좋겠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은 16일 페이스북을 통해 “전주시와 시민들께 박수를 보냅니다. 코로나19로 인한 극심한 소비 위축과 매출 감소, 지역경제 침체를 이겨내는 데 큰 힘이 될 것입니다”라며 격려를 보냈다.

박임근 기자 pik007@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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