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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천어축제의 고장 화천이 ‘전국 첫 대학 무상교육’을 했더니…

등록 :2020-10-27 15:27수정 :2020-10-27 17: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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접경지역 화천, 중학 졸업생보다 고교 입학생이 많아
대학 등록금 100% 지원 등 교육복지 정책 100여개
예산 14% 교육복지 배정…“농산어촌 유토피아 모델”

화천군은 서울 학원 수준의 교육 지원을 위해 방과 후 기숙사와 같은 개념인 화천학습관을 운영하고 있다. 화천학습관에서 공부하는 모습. 화천군 제공
화천군은 서울 학원 수준의 교육 지원을 위해 방과 후 기숙사와 같은 개념인 화천학습관을 운영하고 있다. 화천학습관에서 공부하는 모습. 화천군 제공

강원도 화천군은 인구 2만5000여명에 불과한 접경지역 ‘초미니’ 지방자치단체다. 겨울이 되면 국내 최대 겨울축제인 ‘산천어축제’를 여는 덕분에 해마다 100만명이 넘는 관광객이 북적이지만 축제가 끝난 화천은 여느 농촌과 다르지 않다.

화천군의 65살 이상 노인 비율은 21.2%(전국 평균 15.5%)에 이른다. 주민 5명 가운데 1명이 노인인 셈이다. 1980년부터 2000년 3월까지 18개 초등학교가 학생이 없어 문을 닫았다. 학원 등 사교육 기관 부족으로 학생 대부분이 인근 도시로 떠났다. 저출산·고령화에 따른 인구 감소로 지역경제와 사회안전망, 교육체계에 빨간불이 켜지는 등 ‘존립’ 기반 자체가 뿌리째 흔들리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2018년부터 고등학교 입학생이 중학교 졸업생을 추월하는 ‘변화’가 시작됐다. 초등학교나 중학교까지는 농촌에서 다니다 고등학교는 인근 도시로 떠나는 농촌의 일상적인 풍경이 사라진 것이다. 오히려 외지에서 화천에 있는 고등학교로 전입하는 ‘기현상’까지 나타나고 있다. 화천군에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지난 26일 오후 화천군 어린이도서관에서는 농촌 부흥의 가능성을 보여주는 현장 사례들을 발굴하고 전국으로 확산하기 위한 ‘농산어촌 유토피아’ 현장 토론회가 열렸다. 성경륭 경제인문사회연구회 이사장과 김사열 국가균형발전위원회 위원장, 정현찬 농어업·농어촌특별위원회 위원장이 공동대표를 맡은 농산어촌 유토피아 기획단에는 농림축산식품부와 산림청, 한국농촌경제연구원 등 30여개 기관이 참여하고 있다.

이날 토론회에선 화천군의 혁신적인 교육복지 정책에 관심이 쏠렸다. 화천군은 2014년 최문순 군수가 취임한 민선6기 이후 ‘아이 기르기 가장 좋은 화천’을 최우수 과제로 삼고 추진하고 있다. 접경지역이자 농촌에서 생기는 각종 문제의 해법을 ‘확실한 교육복지’에서 찾겠다는 처방을 내린 셈이다. 화천군은 먼저 2015년 전국에서 처음으로 교육복지과를 신설했다. 2017년에는 전담조직인 ‘아이 기르기 가장 좋은 환경 만들기 태스크포스’까지 꾸렸다. 태스크포스는 2017년부터 2026년까지 2427억원을 투입하는 중장기 추진 계획을 세우는 등 생각을 구체화했다.

화천군은 대학생 자녀의 4년치 등록금 전액을 지원하는 대학 무상교육을 전국 지방자치단체 가운데 처음으로 시행하고 있다. 화천군 제공
화천군은 대학생 자녀의 4년치 등록금 전액을 지원하는 대학 무상교육을 전국 지방자치단체 가운데 처음으로 시행하고 있다. 화천군 제공

이런 과정을 거쳐 나온 화천군의 대표적인 정책이 ‘전국 첫 대학 무상교육’이다. 화천에 살면 대학생 자녀의 4년치 등록금 전액을 지원받을 수 있다. 사업 첫해인 2018년에는 첫째 학기당 100만원, 둘째 등록금 70%, 셋째 등록금 100%를 지원했지만 2019년부터 대학교(전문대 포함)만 가면 첫째부터 등록금 100%를 지원하고 있다.

등록금뿐 아니라 살 곳도 마련해준다. 매월 거주공간 지원금 명목으로 최대 50만원을 지원하는데 대학가 주변의 월세 등을 고려하면 사실상 전액이다.

이 사업은 부모 소득 수준과 상관없이 모든 대학생에게 등록금 전액을 지원하는 것이라 눈길을 끈다. 전국적으로 많은 지방정부가 장학기금을 운영하고 있지만, 부모 소득과 상관없이 모든 자녀에게 대학 등록금 100%와 거주공간 지원금까지 지원하는 것은 화천군이 처음이다. 지난해 화천군은 학자지원금과 거주지원금으로만 22억원을 지출했다.

화천군은 글로벌 인재를 육성하기 위한 지원도 아끼지 않고 있다. 모든 학교에 원어민 교사를 배치했으며, 미취학·초등학생 무상 영어교육을 하고 있다. 청소년 해외 배낭여행과 중학생 어학연수, 청소년 해외교류활동 등 프로그램도 다양하다.

또 하나는 방과 후 기숙사와 같은 개념인 화천학습관 운영이다. 서울 학원 수준의 교육 지원을 위해 화천군이 직접 설립해 운영하고 있다. 서울의 유명강사 6명이 교육을 맡고 있다.

먼 곳에 사는 학생을 위한 강원도 첫 ‘무상 통학버스’도 주목을 받았다. 접경지역인 화천군 면적(908㎢)은 서울시의 약 1.5배에 이르지만 대중교통은 열악하다. 화천군은 2017년 9월부터 중·고교생 가운데 학교로부터 직선거리 3㎞ 초과한 곳에 사는 학생에게 교통비를 지원하고 있다. 지난해 83명에게 3천여만원을 지급하는 등 학생 1인당 약 36만원의 혜택이 돌아갔다.

이런 식으로 화천군이 제공하는 교육복지 정책은 대학지원금 등 100여개에 이른다. 초·중·고교 방과 후 활동비 전액 무료와 우리 아이 온종일 돌봄 시스템 가동 등 다채롭다. 이를 위해 화천군은 올해 전체 예산 4034억원 가운데 13.8%에 이르는 558억원을 교육복지 관련 예산으로 편성했다. 재정자립도 10%가량에 불과한 소멸 위기 지자체에는 적지 않는 금액이지만, 행사성 경비와 일회성 소모 예산 등을 줄여 감당하고 있다.

그 결과 2009년 49.3%에 이르렀던 타 지역 학교 전학 비율이 현재 13% 수준으로 뚝 떨어졌다. 주민 만족도도 높다. 지난 8월 한림대 산학협력단이 ‘화천군의 교육정책에 대한 만족도’를 조사한 결과를 보면, 68.8%가 ‘만족’한다고 응답했다. ‘보통’이 25.3%였으며, ‘불만족’과 ‘매우 불만족’은 각각 3.4%, 1.6%에 불과했다.

화천군이 제공하는 교육복지 정책은 대학지원금뿐 아니라 초·중·고교 방과 후 활동비 전액 무료 등 100여개에 이른다. 사내초등학교에서 미술 방과 후 수업을 진행하는 모습. 화천군 제공
화천군이 제공하는 교육복지 정책은 대학지원금뿐 아니라 초·중·고교 방과 후 활동비 전액 무료 등 100여개에 이른다. 사내초등학교에서 미술 방과 후 수업을 진행하는 모습. 화천군 제공

이날 화천군의 교육복지 사례를 발표한 최수명 민원봉사실장(전 교육복지과장)은 “화천군이 추진하는 교육복지 정책에 대한 성과가 가시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하지만 주택 부족으로 인한 청년계층의 도시 출퇴근과 보건의료·문화 인프라와 양질의 일자리 부족 등의 문제는 여전히 남은 숙제”라고 말했다.

이날 토론자로 참석한 이기원 한림대 교수는 “학습관에서 공부한 학생들이 화천에 공무원을 하는 등 지역사회로 돌아오는 모습을 보면서 화천의 교육복지 정책을 농산어촌 유토피아의 모델로 삼아도 손색이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라고 칭찬했다.

화천으로 귀농한 지 17년째를 맞았다고 자신을 소개한 박기윤 귀농학교장은 “농촌에 살려 해도 자녀의 교육이 가장 큰 걸림돌이다. 하지만 화천에 살면서 교육에 대한 부분은 걱정한 적이 없다. 학원에 가지 않아도 학습관 등이 있어 문제가 없다. 화천군이 전국에서 가장 좋은 교육복지 시스템을 운영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김인중 농림축산식품부 농촌정책국장은 “교육 문제를 중심으로 농촌의 문제를 해결하려는 화천의 사례가 인상 깊다. 농촌 문제 해결의 일차적인 교두보는 각 지방정부다. 농식품부 등 중앙부처는 자율적이고 주도적으로 농촌 문제를 해결하려 하는, 열의를 가진 지방정부를 우선 지원할 수 있도록 사업 체계를 개편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지난 26일 오후 화천군 어린이도서관에서 농촌 부흥의 가능성을 보여주는 현장 사례들을 발굴하고 전국으로 확산하기 위한 ‘농산어촌 유토피아’ 현장 토론회가 열렸다. 화천군 제공
지난 26일 오후 화천군 어린이도서관에서 농촌 부흥의 가능성을 보여주는 현장 사례들을 발굴하고 전국으로 확산하기 위한 ‘농산어촌 유토피아’ 현장 토론회가 열렸다. 화천군 제공

전문가들은 화천뿐 아니라 농촌이 지닌 고질적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다양한 지원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이상현 강원대 교수는 “토론회를 앞두고 ‘어떤 농촌에서 살고 싶냐’는 질문을 했더니 학생 1명을 뺀 모든 학생이 공교롭게 ‘의료시설과 편의시설을 갖춘 농촌에서 살고 싶다’는 답변을 했다. ‘슬세권(슬리퍼와 잠옷 같은 편한 차림으로 쇼핑몰과 문화센터 등을 누릴 수 있을 정도로 가까운 곳)’까지는 아니더라도 젊은 층엔 20분 안에 다양한 편의시설에 접근할 수 있는 것은 필수”라고 지적했다. 송미령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농촌은 젊은층 부족으로 미래 지속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고 있고, 도시는 인구 집중에 따른 비정상적인 집값 상승, 빈곤, 실업 등의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이런 현실을 개선할 잠재력을 지닌 공간이 바로 ‘농산어촌’”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코로나19 이후 증가가 예상되는 도시민의 농산어촌 거주 요구를 뒷받침하기 위해 한국형 마을 스테이 체인을 구축하는 등의 지원책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성경륭 경제인문사회연구회 이사장은 “인재양성에 중점을 둔 학생 교육복지 지원은 지역의 일이기도 하지만 국가의 일이다. 화천군이 정말 귀하고 중요한 일을 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그는 또 “요즘은 실시간으로 건강상태 등을 확인할 수 있는 원격 의료시스템이 발달해 있다. 화천과 같은 농촌이 도시와 멀어 의료서비스 제공 등에 어려움이 있다면 이런 시스템을 시범적으로 도입하는 식으로 농촌의 문제를 적극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고 말했다.

농산어촌 유토피아 구상은 농업인과 농촌 주민을 넘어 도시민 등 국민 전체로 지평을 넓혔다는 점에서 기존의 농촌개발 사업과 구분된다. 2018년 12월 서울 토론회를 시작으로 충남 홍성, 전남 나주, 경남 함양을 거쳐 경북 의성 토론회까지 시범계획 수립과 현장 토론회, 협동 연구가 진행 중이다.

화천/박수혁 기자 ps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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