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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원 홍학이 행복하게 살려면…

등록 :2018-03-14 09:39수정 :2018-03-24 1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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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니멀피플] 노정래의 동물원 탐험
전시 위해 날개 꺾인 홍학 날지 못한다
대안으로 ‘활주로’ 없앤 동물원도
서울대공원 홍학쇼 폐지, 번식 행동 관찰
홍학은 헬리콥터처럼 그 자리에서 하늘로 빨려 올라가듯 날지 못한다. 비행기가 하늘로 뜨고 내릴 때 활주로가 필요한 것처럼 홍학도 활주로가 필요하다. 서울대공원의 홍학.  김진수 한겨레21 기자 jsk@hani.co.kr
홍학은 헬리콥터처럼 그 자리에서 하늘로 빨려 올라가듯 날지 못한다. 비행기가 하늘로 뜨고 내릴 때 활주로가 필요한 것처럼 홍학도 활주로가 필요하다. 서울대공원의 홍학. 김진수 한겨레21 기자 jsk@hani.co.kr
제일 예쁜 동물이 누굴까? 동물원에서는 홍학을 손꼽기도 한다. 이런 뜻에서 동물원에 들어오자마자 처음으로 홍학을 만나게 하는 곳도 있다. 서울동물원, 타이베이동물원이 대표적인 예다. 홍학의 미모를 내세워 첫 번째 보는 것부터 관람객 혼을 빼놓으려는 동물원의 전략이다.

홍학은 멀리서 봐도 정말 예쁘다. 쭉쭉 뻗어 날씬한 다리는 볼수록 부럽고 분홍빛 색깔도 곱다. 다리 하나를 가슴에 묻고 쉬는 홍학은 영락없이 인형을 닮았다. 질투 나게 얼굴도 예쁘다. 먹이 먹는 모습이 독특하다. 홍학은 먹이를 참새처럼 콕콕 찍어 먹지 않는다. 고래처럼 물을 한 모금 입에 넣고 물을 밖으로 내보내면서 먹이를 입에서 걸러 남겨 먹는다. 바가지로 우물물을 뜨듯 머리를 숙여 물을 한 입 머금고 물만 뱉는 식이다. 이런 먹이 먹는 습성을 이용해 동물원에서 사료를 물에 뿌려준다. 물에 동동 뜨게 만든 사료다.

홍학은 날지 못할까? 하늘이 뻥 뚫린 동물원에 사는 홍학은 도망가지 않는다. 동물원에서 눌러앉아 살다 보니 못 날게 됐을까? 열대나 아열대 지방의 염습지에 서식하는 홍학은 세계적으로 6종이 있다. 국내에는 서식하지 않는다. 하지만 지난해 여름 새만금 간척지에서 홍학 한 마리를 봤다는 언론 보도가 있었다.

홍학은 계절에 따라 이동하는 철새는 아니지만 사는 곳 상황이 나빠지면 다른 곳으로 이동했다가 조건이 다시 좋아지면 되돌아온다. 얼음이 얼어 먹이를 잡지 못하고 살기 불편하면 따뜻한 곳으로 갔다가 다시 온다. 가뭄으로 수위가 낮아져 생활하기 어려우면 조건이 좋은 곳으로 갔다가 되돌아온다. 무리 지어 밤에만 이동하며 최고 시속 50~60㎞로 하룻밤에 500~600㎞를 거뜬히 이동한다고 알려져 있다. 이렇게 잘 날 수 있다.

2009년 서울대공원 동물원에서 홍학쇼가 열리고 있다. 홍학쇼는 2013년 폐지됐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2009년 서울대공원 동물원에서 홍학쇼가 열리고 있다. 홍학쇼는 2013년 폐지됐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새가 하늘에 떠 있으려면 깃털의 역할이 중요하다. 매처럼 하늘에 떠서 방향을 자유자재로 쉽게 바꾸려면 날개가 넓고 깃털이 길고 많아야 한다. 이보다 날개가 짧고 깃털이 적은 제비는 하늘에서 안 떨어지려고 날갯짓을 방정맞게 빨리한다. 러시아에서 일본까지 넘나드는 두루미 날개와 겨우 옆 동네 정도 나들이하는 참새 날개는 다르게 진화했다. 두루미는 체격에 비해 날개가 길고 넓다. 한반도 상공에 떠 넓은 날개를 펄럭이며 동해로 갈까 서해로 갈까 생각할 정도다. 반면에 참새 날개는 짧고 좁아 고민하고 자시고 할 틈 없이 펄럭여야 하늘에서 안 떨어진다.

먼 거리를 이동하는 홍학 날개는 두루미처럼 길고 넓다. 동물원에 사는 홍학이 바람이 많이 부는 날이면 도움닫기 하듯 몇 발 달려가다 날개를 쭉 뻗어 들썩들썩 날갯짓 하며 박차고 하늘로 날아오를 자세를 한다. 하지만 하늘로 날아오르지 못한다. 야생에서 바람 타고 날아가는 습성에서 나오는 반사적 행동이다. 날고 싶은 마음뿐 날지 못한다는 것을 알고 포기한다. 나는 시늉만 할 뿐이다. 사람들이 날지 못하게 해 놨다. 한쪽 날개 끝을 살짝 잘라 날개가 좌우 불균형이라 날아오르지 못한다. 홍학이 있는 모든 동물원에서 다 이렇게 잘라내지 않는다.

홍학은 헬리콥터처럼 그 자리에서 하늘로 빨려 올라가듯 날지 못한다. 비행기가 하늘로 뜨고 내릴 때 활주로가 필요한 것처럼 홍학도 활주로가 필요하다. 도움닫기로 몇 발 달려가면서 바람을 타고 하늘로 올라챈다. 이런 특성을 이용해 홍학 사육장 중간에 나무를 몇 개 심어 활주로 기능을 할 수 없게 한 곳도 있다. 홍학의 행동특성을 이용하면 한쪽 날개 깃털을 잘라내지 않아도 된다. 중국 대련동물원 홍학사가 대표적인 예다. 대련 동물원은 행동전시로 유명한 아사이야마동물원보다 더 일찍 홍학의 행동특성을 적용했다.

잠을 자고 있는 홍학.  노정래 제공
잠을 자고 있는 홍학. 노정래 제공
먹이를 먹고 있는 홍학. 노정래 제공
먹이를 먹고 있는 홍학. 노정래 제공
홍학의 가장 큰 스트레스는 관람객이다.  2007년 서울대공원에서 열린 홍학쇼.  김진수 한겨레21 기자
홍학의 가장 큰 스트레스는 관람객이다. 2007년 서울대공원에서 열린 홍학쇼. 김진수 한겨레21 기자
홍학 마음을 더 괴롭히는 것은 코앞에서 정신 사납게 왔다 갔다 하는 관람객이다. 한 발짝이라도 관람객에게 더 가깝게 내놓여진 홍학일수록 그렇다. 이는 한 뼘이라도 뒤로 물러나 멀찌감치 떨어져 지내고 싶은 홍학 마음을 무시한 처사다. 관람객은 가까이 봐서 좋지만 홍학한테는 아침에 동물원 대문이 열리는 소리가 긴장하는 시작종이다. 휴일에 수많은 관람객과 눈을 마주치느라 긴장했던 홍학은 월요일마다 월요병에 시달리고 있다. 휴일 다음 날이면 어김없이 입맛이 뚝 떨어져 밥을 싹싹 비우지 못하고 남기기 일쑤다. 심리적 안정을 취할 수 있는 홍학 방사장 개선이 필요하며 관람객들도 예민한 동물 앞을 지나칠 때 큰 소리 내거나 놀래지 않게 배려해야 한다. 관람 에티켓이 싹 터 홍학의 월요병이 치료되길 기대한다.

동물원에서 홍학을 가둬놓고 보여주는 것쯤으로 생각했다면 큰 오산이다. 동물원에서 홍학을 번식시키려고 공을 많이 들이고 있다. 일부 홍학을 따로 떼 한적한 곳에 생활하게 하면서 전담 사육사 외에 누구도 얼씬 못하게 한다. 편안하게 살면서 번식하라는 배려다. 벽을 거울로 빙 둘러놨다. 거울에 비친 자기 모습을 동료로 생각하며 지낸다. 원래 홍학이 무리 지어 사는 종이라 거울에 비친 동료가 심리적으로 안정감을 줘서 좋다. 다양한 방법으로 국내 동물원에서도 홍학 번식을 꾀하고 있으며 성공한 곳도 있다. 2015년 타이베이동물원에서 개최된 동남아시아동물원수족관협회(SEAZA) 콘퍼런스에서 싱가포르 동물원 직원이 발표한 ‘홍학 번식 성공 사례’를 들은 적이 있다. 서식지에서 개체수가 감소하고 있는 상황에 멸종위기종을 번식시켰다는 것만으로도 동물원의 기능을 제대로 하고 있다.

2013년 서울동물원 홍학쇼를 완전히 없앴다. 쇼라는 이름을 붙여 놨지만, 솔직히 사육사가 홍학을 살살 몰고 다니며 홍학의 예쁜 동작을 보여주는 정도였다. 홍학이 걸어갈 때 살짝 방향을 바꾸게 유도하면 동시에 머리를 돌려 걷는 모습이 절도있게 보여 인기가 좋았다. 쭉쭉 뻗은 다리를 일제히 총총거리며 걷는 모습 또한 멋있었다. 어림잡아 키가 1m나 되는 분홍색 예쁜 홍학이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는 모습이 예쁘지 않을 리 없다. 설령 그랬어도 홍학 쇼를 폐지하길 잘했다. 폐지 후 홍학 식욕이 돋았고 그동안 보여주지 않던 다양한 행동도 보여줬다. 예상과 달리 번식을 시도하는 놈도 나타났다. 진흙을 긁어모아 볼록하게 둥지를 만들어 그 위에 알 낳을 준비를 하기도 했다.

홍학쇼 폐지를 두고 동물원이 나아갈 바인 ‘동물복지’의 실현 사례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었다. 뭘 모르는 소리다. 동물원의 역할은 동물복지가 아니다. 멸종위기종이 수두룩하게 많은 동물원은 생물다양성을 위한 ‘보전센터’ 역할을 하는 곳이다.

노정래 전 서울동물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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