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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니멀피플생태와진화

꼬리로 세계 정복…헤엄 못 치는 물고기가 바다 건넌 방법

등록 :2021-02-23 15:40수정 :2021-02-23 1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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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니멀피플]
지느러미 없는 정착 물고기, 해마
폭풍 때 해조 등 ‘뗏목’ 타고 대양 건너
사라진 고대 바다 테티스 해 통과도
지느러미를 꼬리로, 척추 일부를 가시로 바꾼 해마는 은밀한 정착 물고기이지만 대항해 시대 범선처럼 전 세계를 이동한 것으로 밝혀졌다. 위키미디어 코먼스 제공.
지느러미를 꼬리로, 척추 일부를 가시로 바꾼 해마는 은밀한 정착 물고기이지만 대항해 시대 범선처럼 전 세계를 이동한 것으로 밝혀졌다. 위키미디어 코먼스 제공.

해조류나 꼬리를 감고 숨어 사는 소형 어류인 해마가 세계 전역으로 퍼져나간 비결은 ‘뗏목’을 이용한 표류인 것으로 밝혀졌다. 이들의 이동 경로는 대항해 시대를 방불케 하는 전 세계 규모였으며 대양이 열리고 닫히는 지질학적 변화를 따랐음이 드러났다.

리 천인 중국 과학아카데미 생물학자 등 국제 연구진이 전 세계에 분포하는 해마 21종의 유전체 염기서열을 해독해 분석한 결과가 과학저널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스’ 최근호에 실렸다. 연구자들은 “해마가 부족한 이동성을 해류를 타고 표류하는 것으로 극복했고 빠른 적응을 통해 새로운 서식지를 점령해 나갔다”고 밝혔다.

전 세계에 46종이 있는 해마는 호주와 동남아의 해안에서 기원했다. 랄프 슈나이더 제공.
전 세계에 46종이 있는 해마는 호주와 동남아의 해안에서 기원했다. 랄프 슈나이더 제공.

해마는 실고기 과의 어류이지만 형태와 생태가 일반 물고기와는 많이 다르다. 이와 턱이 없이 삐죽 튀어나온 입과 머리, 목은 말과 비슷하고 꼬리와 배지느러미가 없는 대신 해조류나 산호를 쥘 수 있는 꼬리가 달렸다.

또 엘 자 형태의 뼈가 물고기의 비늘 대신 피부에 자리 잡아 가시가 돋은 갑옷을 입은 것처럼 보인다. 수컷의 보육낭 속에 암컷이 알을 낳으면 새끼가 독립해 나갈 때까지 수컷이 돌보는 부성애도 유명하다(▶'수컷 임신' 물고기 해마, 진화의 비밀 밝혀져).

무엇보다 해마는 이동과 거리가 먼 동물이다. 지느러미 대신 달린 꼬리로 장애물을 감고 해류에 흔들리며 위장하는 것이 장기이다.

또 육아낭에서 다 자란 새끼를 직접 내놓기 때문에 다른 물고기처럼 유생이 해류를 따라 멀리 퍼져나가지도 못한다. 그런데도 해마는 2500만년 전 호주와 동남아 바다에서 출현한 뒤 전 세계 온대와 열대 바다에 확산했다.

그동안 해마가 폭풍 때 먼바다로 쓸려나간다는 사실은 종종 확인됐다. 2013년 아르헨티나 파타고니아 만에서는 부유물 80개에서 477마리의 어린 해마를 관찰했다고 보고되기도 했다.

폭풍 때 쓸려나간 해마는 꼬리로 해조류나 나뭇가지 등 잡동사니에 꼬리를 감고 수백㎞ 밖으로 이동한 뒤 새로운 환경에 적응해 정착한다. 이번 연구는 유전체 분석을 통해 그 확산 경로와 시기를 정밀하게 밝혔다.

해마의 세계 확산 과정. (위) 동남아의 해마가 1800만∼2300만년 전 인도양과 테티스 해를 거쳐 퍼져나가기 시작한다. (가운데) 테티스 해가 막히기 직전 대서양을 횡단해 북아메리카로 확산한다. (아래) 500만년 전 인도양의 해마가 아프리카 최남단 희망봉을 돌아 남아메리카로 퍼지고 이어 파나마 해협을 지나 태평양에 진출한다. 리 천인 외 (2021)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스’ 제공.
해마의 세계 확산 과정. (위) 동남아의 해마가 1800만∼2300만년 전 인도양과 테티스 해를 거쳐 퍼져나가기 시작한다. (가운데) 테티스 해가 막히기 직전 대서양을 횡단해 북아메리카로 확산한다. (아래) 500만년 전 인도양의 해마가 아프리카 최남단 희망봉을 돌아 남아메리카로 퍼지고 이어 파나마 해협을 지나 태평양에 진출한다. 리 천인 외 (2021)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스’ 제공.

동남아의 해마가 어떻게 대서양에 진출했는지는 이제까지 수수께끼였다. 놀랍게도 해마는 지금은 사라진 고대 바다인 테티스 해를 거쳐 대서양으로 이동한 것으로 밝혀졌다.

테티스 해는 중생대 동안 아직 인도양과 대서양이 생기기 전 남반구의 초대륙 곤드와나 대륙과 유라시아와 북아메리카가 붙은 북반구의 로라시아 대륙 사이에 있던 바다였다. 신생대 들어 아프리카 대륙이 북상하면서 테티스 해는 사라지고 지중해가 생겼다.

유전자 분석 결과 1500만년 전 아시아의 해마는 아직 막히지 않은 테티스 해를 따라 대서양으로 향했고 해류를 따라 내쳐 북아메리카로 이동했다. 테티스 해가 닫혀 육지가 되기 불과 몇백만년 전 일이었다.

이후 해마는 또 다른 대장정에 오른다. 500만년 전 인도양에서 해류를 따라 남아프리카 희망봉을 돌아 남아메리카 대륙으로 확산한 것이다. 나아가 360만년 전에는 아직 떨어져 있던 남·북아메리카 사이 파나마 해협을 통해 동태평양에 진출했다.

전 세계 해마의 계통도. 별 모양은 가시가 달린 해마가 독립적으로 4차례에 걸쳐 진화했음을 보여준다. 리 천인 외 (2021)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스’ 제공.
전 세계 해마의 계통도. 별 모양은 가시가 달린 해마가 독립적으로 4차례에 걸쳐 진화했음을 보여준다. 리 천인 외 (2021)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스’ 제공.

연구자들은 “유전다양성으로 볼 때 오늘날에도 일부 아프리카 해마가 뗏목을 타고 아프리카 희망봉을 돌아 남아메리카 해마에 유전자를 공급하고 있다”고 밝혔다.

연구자들은 또 척추를 가시처럼 변형시킨 진화가 4차례 독립적으로 이뤄진 사실에 비춰 “해마가 새로운 환경에 빨리 적응하는 진화능력이 매우 뛰어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인용 논문: Nature Communications, DOI: 10.1038/s41467-021-21379-x

조홍섭 기자 ecothin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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