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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개는 안 물어요”라는 착각

등록 :2020-09-29 10:58수정 :2020-09-29 1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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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니멀피플] 서민의 춘추멍멍시대
아무리 오래 같이 산 견주라 해도 자기 개를 다 알지는 못한다. 게티이미지뱅크
아무리 오래 같이 산 견주라 해도 자기 개를 다 알지는 못한다. 게티이미지뱅크

집 근처에 개 전용 놀이터가 생겼다. 안 그래도 먼 곳까지 가기 힘들었는데 잘됐다 싶었지만, 한 가지 확인할 게 있었다. “혹시 거기 대형견과 소형견은 분리되어 있나요?” 사장님은, 아니라고 했다. 그게 좀 불안했지만, 그래도 개들을 데리고 간 것은 대부분의 견주가 소형견을 키우는 현실을 감안해서였다. “누가 대형견 데리고 와있으면 다른 데 가면 되지.”

개 놀이터에 도착해보니 마침 다른 개가 하나도 없었다. 옳거니 하고 개들을 풀어놓았고, 개들은 여기저기 냄새를 맡으며 잘 돌아다녔다. 그런데 저 구석 담벼락 뒤에 세퍼드 두 마리가 보였다. 우리 개를 본 세퍼트들은 잔뜩 흥분해서 연방 점프를 하는 중이었는데, 알고보니 그 세퍼드들은 해당 놀이터에 상주하는 애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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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개는 물지 않는다는 확신 또는 착각

문제는 담벼락이 그리 높지 않아 한번 뛸 때마다 세퍼드 뒷다리가 보인다는 점이었다.
“저러다 담 넘겠는데?”
안 되겠다 싶어 사장님께 가서 물어봤다.
“저 세퍼드가 점프를 하는데요, 설마 담을 넘진 않겠죠?”
사장님은 미소를 머금은 채 말했다.
“왜요, 넘은 적도 많아요.”
“네?”

난 귀를 의심했지만, 아내가 들은 말도 나랑 같았다. 안 되겠다 싶었던 난 유모차에 우리 개 여섯 마리를 넣기 시작했는데, 그 사이 세퍼드가 담을 넘을까 싶어 손이 덜덜 떨렸다. 그 광경을 보던 사장님, “그래서 제가 대형견도 같이 있다고 말씀드렸잖아요.”

오랜 사육사 경력을 가진 그 사장님은 자신의 세퍼드가 다른 개를 물지 않는다고 확신하고 있었다. 어쩌면 그럴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더 중요한 건 우리가 느끼는 불안감이었다. 만일 세퍼드가 달려든다면 난 우리 개들을 지키기 위해 세퍼드를 껴안고 바닥에 나뒹굴 것이다. 문제는 세퍼드가 두 마리라는 점. 아내도 못 말리는 개빠지만, 과연 세퍼드 한 마리를 혼자 제압할 수 있을지 의문이었다.

“우리 개가 원래 무는 개가 아니에요.” 사고가 일어난 뒤 이 말을 아무리 해봐야 소용없다. 미리 조심해야 한다. 게티이미지뱅크
“우리 개가 원래 무는 개가 아니에요.” 사고가 일어난 뒤 이 말을 아무리 해봐야 소용없다. 미리 조심해야 한다. 게티이미지뱅크

우리의 불안이 근거가 없는 건 아니었다. 다른 지역에 있는 개 놀이터에 갔을 때의 일이다. 그곳은 대형견과 소형견이 분리돼 있어 마음 편하게 개들을 관찰할 수 있었는데, 대형견 구역에서 놀던 진돗개 두 마리가 귀가를 위해 소형견 공간을 지나가야 했다. 개 목줄을 메고 있었지만, 견주인 여성이 그 개들을 통제하긴 어려워 보였다.

불안해진 난 우리 개들이 진돗개에게 접근하지 못하도록 막아섰는데, 가장 나대는 다섯째 강아지 ‘오리’가 그 중 한 마리한테 다가가 짖어대는 것 아닌가? 그 다음 장면은 슬로우비디오 형태로 편집돼 내 머릿속에 남아 있다. 진돗개 한 마리가 우리 개를 덮친 뒤 목을 물고 좌우로 고개를 흔들었고, 넋이 나가 얼어붙은 나와 달리 아내가 그 앞으로 쏜살같이 달려가 진돗개를 손으로 밀어냈다.

겨우 풀려난 ‘오리’는 한 번도 듣지 못한 괴성을 지르며 어디론가 달려갔는데, 얼마 가지도 못한 채 입에 거품을 물고 쓰러졌다. 이는 오랫동안 개를 키워온 내가 겪은 가장 끔찍한 일이었다. 천만다행으로 ‘오리’는 별로 다치지 않았다. 안 그래도 숱이 많은 녀석인데다 미용 시기를 놓쳐 완전히 털북숭이 그 자체였기에, 진돗개가 ‘오리’의 목을 물 때 털을 주로 물렸던 모양이었다. 오랜 시간이 지난 뒤 오리는 안정을 되찾았지만, 녀석은 더 이상 다른 개들에게 나대지 않는다.

산책을 나갈 때 자기 개가 다른 개나 사람을 공격하지 못하도록 각별히 신경써야 한다. 오롯이 견주의 몫이다. 게티이미지뱅크
산책을 나갈 때 자기 개가 다른 개나 사람을 공격하지 못하도록 각별히 신경써야 한다. 오롯이 견주의 몫이다. 게티이미지뱅크

그 진돗개의 견주와 이야기를 나누던 중 그녀가 이런 말을 했다.
“우리 애가 원래 무는 개가 아니어요. 단지 같이 지내는 다른 개를 워낙 아껴서, 그 개가 공격받는다 싶으니 자기가 나선 것 같아요.”
그녀 말대로 그 진돗개는 무는 개는 아닐 것이다. 하지만 아무리 오래 같이 산 견주라 해도 자기 개를 다 알지 못한다.

물론 그 사건에서 잘못은 우리에게 있었다. 먼저 달려든 것은 분명 ‘오리’였으니까. 그렇긴 해도 불과 5kg 남짓한 ‘오리’의 목을 덥석 물고 흔든 건, 그 진돗개에게 야생의 본능이 남아 있다는 증거였다. 이 사건이 아니었다면 그 견주는 이 야생성을 끝내 알지 못했을 테고, 다른 곳에 가서도 ‘우리 개는 안물어요’를 외쳤을 것이다.

개들끼리 있을 때 사고가 나면 어떨까. 지인이 겪은 일은 좀 충격적이다. 리트리버가 한 집에 사는 소형견을 물어 죽였으니 말이다. 몇 년간 같이 지낸 개한테도 이럴진대, 낯선 개를 만났을 땐 어떻겠는가? 거기서 한 발 더 나아가 지나가는 사람을 공격해 부상을 입힐 수도 있다! 견주가 개 산책을 나갈 때 자기 개가 다른 개나 사람을 공격하지 못하도록 각별히 신경써야 하는 건 그래서 중요하다. 그건 ‘오리’같은 소형견도 마찬가지여서, 몸집이 작은 아이들이나 개를 무서워하는 이들에겐 큰 위협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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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개는 물지 않는다는 확신 또는 착각

그렇게 본다면 지난 7월, 맹견으로 분류되는 로트와일러를 입마개도 하지 않고 데리고 나와 산책 나온 스피츠를 물어죽게 만든 견주에게는 엄한 처벌이 뒤따라야 한다. 게다가 그 개는 이전에도 여러 차례 비슷한 사고를 일으켰다지 않는가? 경찰은 그 로트와일러의 주인인 70대 남성을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지만, 피해에 상응하는 처벌이 내려지긴 어려워 보인다. 다른 개를 물어 죽여도 기껏해야 재물손괴죄가 고작인데, 그걸 적용하는 것조차 쉽지 않다니 말이다.

이에 관한 법률이 좀 더 강화돼야 하는 건 당연해 보이지만, 아직까지 별다른 움직임이 없는 건 아쉬운 대목이다. 글을 쓰면서 내 곁에 누워 잠을 자는 ‘오리’를 다시금 바라본다. 그에게 이렇게 말해줬다. “오리야, 그때 위험에 빠뜨려서 미안해. 앞으로는 내가 널 꼭 지켜줄게.”

단국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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