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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대 수의대 실습견, ‘식용 개 시장’에서 사왔다

등록 :2019-12-23 10:14수정 :2019-12-23 12: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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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니멀피플] 정식 동물공급업체 아닌 건강원서 실습견 구매
지난 8월 동물 학대 논란이 일었던 경북대 수의대가 ‘번식 실습견’을 대구시 칠성시장 한 건강원에서 구매한 것으로 드러났다. 동물해방물결 제공
지난 8월 동물 학대 논란이 일었던 경북대 수의대가 ‘번식 실습견’을 대구시 칠성시장 한 건강원에서 구매한 것으로 드러났다. 동물해방물결 제공

경북대 수의과대학이 ‘번식 실습견’을 식용 개 시장에서 구매한 것으로 드러났다.

동물권단체 ‘동물해방물결’은 대구지방검찰청에 해당 수업을 지도한 경북대 수의대 김 아무개교수를 직권남용, 허위공문서작성죄 및 공무집행 방해죄, 동물보호법 위반 혐의로 23일 고발했다.

동물해방물결(이하 동해물)이 지난 11월19일 김해영 의원실(부산 연제, 더불어민주당)을 통해 입수한 자료에 따르면, 김 교수는 4학년 전공과목인 ‘수의산과학실습’ 실습견을 정식 실험동물업체가 아닌 곳에서 공급받고, 동물실험승인신청서를 허위로 기재한 정황이 드러났다.

동해물은 “김 아무개 교수가 실습 전 제출한 실험승인신청서에 기재한 OO동물센터의 주소가 대구 칠성시장 내 건강원과 일치했다. 경북대 동물실험윤리위원회가 교수의 허위답변을 걸러내지 못하고 그대로 검토, 승인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앞서 지난 8월 이 대학의 ‘산과 실습’은 암컷 개들을 이용해 반복적인 질 내 검사를 시행하고, 강제교배를 통해 실제 분만에 이르게 해 논란을 일으킨 바 있다.(▶“강제교배로 낳은 강아지는 학생들 몫이었다”)

애피의 보도 뒤 동물학대 비판이 일자 대학 쪽은 문제가 됐던 ‘질 도말 실습’(암컷의 교배 적기를 파악하기 위해 실시하는 질 내 세포 검사)을 중단하고, 해당 수업에서 개를 비롯한 살아있는 동물을 이용한 실습을 전면 중단했다.

지난 8월10일 애피가 찾은 경북대 수의과대학 지하 사육실에는 5마리의 암컷 믹스견과 4마리의 실험용 비글견이 사육되고 있었다.
지난 8월10일 애피가 찾은 경북대 수의과대학 지하 사육실에는 5마리의 암컷 믹스견과 4마리의 실험용 비글견이 사육되고 있었다.

논란은 실습견들의 불분명한 출처로 퍼졌다. 당시 김 아무개 교수는 개들의 출처에 대해 “(식용) 개 농장에서 구출한 개”, “대구 소재 애견센터에서 산 개”라고 엇갈린 답변을 내놨다.

동해물은 실습 중단 뒤에도 국민신문고, 정보공개청구시스템 등을 통해 대학 쪽에 △해당 실습의 동물실험윤리위원회 승인 여부 △실습견의 구매 출처 등을 밝힐 것을 꾸준히 요구해 왔다.

이후 경북대는 ”실습견은 OO동물센터에서 사들인 것으로, 유기견이나 식용견이 아닌 정상적인 경로로 구입한 것이고 동물실험윤리위원회의 승인을 거친 것”이라는 답변을 내놨다. 대학이 공개한 답변서에서 김 아무개 교수는 2018년 3월 OO동물센터를 통해 수컷 1마리, 암컷 5마리 총 6마리의 실습견을 한 마리에 6만원을 주고 구매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11월19일 동해물이 김해영 의원실을 통해 입수한 자료에 따르면, OO동물센터는 대구시 칠성시장 내 건강원과 주소가 일치했다. 대학 쪽이 밝힌 ‘정상적 경로의 구입’이 의심되는 대목이다.

현행법상 실험동물에 관한 법률(실험동물법)은 정식 공급업체에서 공급받지 않은 동물로 실험했을 때 200만원 이하의 벌금을 내도록 하고 있지만, 법 적용 대상에서 교육기관(대학)은 빠져있다. 만약 건강원에서 구입한 실습견이 유기견이었을 경우, 동물보호법 제24조 위반에도 해당한다. 동물보호법은 유실·유기동물(보호조치 중인 동물을 포함)을 대상으로 하는 실험을 금하고 있다.

경북대 수의대 산과 실습에 이용됐던 실습견 ‘건강이’. 건강이는 지난 10월 사망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북대 수의대 산과 실습에 이용됐던 실습견 ‘건강이’. 건강이는 지난 10월 사망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아무개 교수가 실습견 출처를 허위로 작성, 제출했다면 이는 허위공문서작성죄와 공무집행 방해죄에 해당할 수 있다. 허위로 공문서를 작성한 공무원의 경우, 형법 제237조에 따라 10년 이하의 자격정지에 처할 수 있다. 또 건강원에서 구입한 실습견이 유기견일 경우에는 동물보호법 제24조 1항 위반에도 해당한다.

동해물은 김 아무개 교수가 실습과정에서 태어난 개들에 대한 분양 책임을 학생에게 전가한 것은 형법의 직권남용에 해당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동해물은 지난 9월 실습 중단 직후, 실습견들의 이관을 요청했으나 학교쪽이 거절한 바 있다.

이런 가운데 다섯 마리 실습견 중 가장 건강이 좋지 못했던 ‘건강이’가 지난 10월 세상을 떠난 것으로 뒤늦게 알려졌다. 건강이는 슬개골 탈구로 양쪽 다리를 수술받고, 악성종양 수술을 받고도 한 달 넘게 질 도말 실습에 동원됐던 실습견이다. 지난 8월 동해물이 이들 실습견의 이관을 요청했으나 학교 쪽이 거절한 바 있다. 남은 실습견 가운데 1마리는 입양이 완료됐고, 3마리는 아직 수의대 지하 사육실에 남아있는 상태다.

경북대는 12월13일 김해영 의원실에 제출한 서면 답변서에서 “지난해 3월 실습견을 구매할 당시, 판매업자가 ‘○○ 동물센터’라는 상호명으로 응대를 했고, 직접 배송까지 해주었다. 정식등록 판매업체로 판단해, 사업자등록 및 간판 유무 등은 확인하지 못했다”고 답했다. 이어 “이번 실습견 관련 문제로 2019년 10월 경 판매업자와 통화한 결과 지난해 7월부터 사업 자체를 하지 않는다고 답했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12월15일 현장을 찾은 동해물에 따르면, 건강원 간판은 없었지만 개들이 갇힌 철장은 그대로 남아있었다. 동해물은 “그곳은 애초에 사업자등록 또한 되어 있지 않았던 걸로 안다. 지난주 폐업을 확인하기 위해 전화로 문의했더니, 업주가 개는 여전히 판매한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실습견의 출처에 대해 공식 답변을 내놨던 경북대 연구진흥과 관계자는 “실습견 구입 관련해서는 실험 책임자인 교수님께 직접 확인하시는 게 맞는 것 같다”고 즉답을 피했다. 폐사한 실습견에 대해서도 “이미 연구기한이 종료된 실험 동물의 경우 보호 책임이 연구 책임지는 부분이라 잘 모른다”고 답했다. 애피는 김 아무개 교수와 통화를 여러차례 시도했지만 연락이 닿지 않았다.

한편, 학교 쪽이 제보자를 색출을 위해 학생들을 압박하고 있다는 주장도 나왔다. 이지연 동해물 공동대표는 “졸업시험 문제를 어렵게 출제해 탈락자가 속출하고 있다고 들었다. 이전 해와 다르게 졸업시험을 어렵게 내서 제보자와 학생들 사이의 여론을 안좋게 만들고 있는 것 같다”고 전했다.

경북대 수의대.
경북대 수의대.

이 대표는 “실습 중단 후에도 문제를 파악, 개선하기보다 제보자 색출에 몰두하는 등 국립대인 경북대학교의 동물실험 관련 연구 윤리에 심각한 문제가 있는 것으로 의심된다. 수사와 더불어 교육부 혹은 농림축산검역본부의 감사를 통해 진상을 철저히 밝히길 바란다”고 밝혔다. 이어 “식용뿐 아니라 실험용 개를 거래하는 대구 칠성 개시장은 최근 철거된 부산 구포 가축시장의 사례를 본받아 빠른 시일 내에 철폐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지숙 기자 suoop@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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