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널 ‘강아지 별’로 보낸 뒤… 펫로스 증후군 대처하는 자세

등록 :2018-06-25 09:59수정 :2018-06-25 13: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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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니멀피플] 서민의 춘추멍멍시대-팬더와 미니미가 온 이유
무거운 ‘사람용 심박기’ 달고
고생하다 다섯살에 떠난 예삐
공원을 걷다 흔적만 발견해도
우리는 눈물을 펑펑 쏟았다

죽음을 슬퍼하는 것만으로
개 기를 자격은 충분하다
새 가족 입양해 최선 다하고
뭣보다, 개보다 먼저 죽지 말자
‘예삐’라는 이름의 페키니즈를 입양하면서 난 다시 개아빠가 됐다. 예쁘고 똑똑한 예삐와 함께 시간을 보내면서 벤지와의 이별로 인한 상처를 달랠 수 있었다.
‘예삐’라는 이름의 페키니즈를 입양하면서 난 다시 개아빠가 됐다. 예쁘고 똑똑한 예삐와 함께 시간을 보내면서 벤지와의 이별로 인한 상처를 달랠 수 있었다.
“너 벌써 한잔 마신 거 같은데?”

2005년 6월10일 저녁, 선배는 이미 풀려버린 내 눈을 보더니 술 따르기를 주저했다. 괜찮다고, 아주 조금 마셨다고 하면서 난 기어이 한 잔을 다 받았다. 그리고 원샷을 했다. 아무리 마셔도 취하지 않을 것만 같은 날이었다. 그날은 나와 18년을 같이 했던 ‘벤지’라는 마르티스를 저세상으로 보낸 날이었으니까. 개를 화장터에 보내고 난 뒤 혼자 술을 마셨고, 그러다 모임에 갔다. 하지만 술에는 장사가 없는지라 연거푸 몇 잔을 더 마신 뒤 필름이 끊겼다. 천안역 광장에 큰 대자로 뻗어 있고, 그런 날 알아본 지인이 흔들어 깨우던 기억은 어렴풋이 난다. 그 뒤로도 꽤 오랫동안 술을 마셨다. 슬픔을 이길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혼자서 슬픔을 감당해야 했던 내게 다른 방법은 떠오르지 않았다.

쓰나미 같은 상실감 오는 이유

반려견을 떠나보낸 뒤 겪어야 하는 감정을 펫로스증후군이라 부르는데, 이는 다음과 같은 이유에서 생긴다. 첫째, 사람과 관계를 맺다 보면 이런저런 일로 다투기도 하는데, 개는 한결같이 주인에게 충성한다. 예컨대 발을 뻗다 실수로 잠자는 개를 깨웠을 때, 개가 화를 내주면 덜 미안할 텐데 오히려 개가 미안해한다. 개와 사람 사이엔 ‘미운 정’이 끼어들 틈이 없다는 얘기다. 둘째, 개 주인의 마음속에 개는 여럿 중 하나지만, 개에게 주인은 자신의 전부다. 그러다 보니 개가 떠나고 나면 좀 더 같이 시간을 보내지 못한 걸 책망하게 된다. 셋째, 개는 사람이 따라올 수 없는 미모를 지녔다. 귀가할 때마다 검은 눈동자를 빛내며 자신을 반겨주던 개가 없어지면 그 빈자리는 상상하기 어려울 만큼 크다. 그 결과 한번 개와 이별하고 나면 다시는 개를 키우지 않겠다는 사람이 제법 있는데, 나 역시 그랬다. 길가에서 다른 개들을 보면 멈춰 서서 한없이 지켜보곤 했지만, 다시 개를 키울 엄두를 내진 못했다. 하지만 그로부터 2년 뒤 ‘개빠’인 아내를 만났고, 결혼과 동시에 ‘예삐’라는 이름의 페키니즈를 입양하면서 난 다시 개아빠가 됐다. 예쁘고 똑똑한 예삐와 함께 시간을 보내면서 난 벤지와의 이별로 인한 상처를 달랠 수 있었다.

심장에 문제가 있었던 예삐. 짧은 5년의 삶을 살고 무지개다리를 건넜다.
심장에 문제가 있었던 예삐. 짧은 5년의 삶을 살고 무지개다리를 건넜다.
어느 날, 산책을 하던 예삐가 비명을 지르며 쓰러졌다. 무슨 일인가 싶어 병원에 데려갔더니 심장에 문제가 있단다. 심장이 규칙적으로 뛰어 줘야 하는데, 일정 기간 심장이 뛰지 않는 기간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방법은 인공 심박기를 달아주는 것밖에 없습니다.” 결국 예삐는 강원대병원에서 심박기를 다는 수술을 받았다. 수술비도 비쌌고, 춘천까지 왔다 갔다 하면서 진료를 받는 것도 부담됐지만, 가장 마음 아팠던 건 예삐가 고생하는 걸 지켜보는 일이었다. 심박기가 원래 사람에게 쓸 용도로 나온 것이다 보니 소형견인 예삐에게 지나치게 컸고, 그 때문에 예삐는 두 번이나 더 재수술을 받아야 했다. 그 힘든 과정을 예삐는 아프다는 소리 하나 없이 견뎌 냈지만, 정신력으로 버티는 것도 한계가 있는 법, 예삐는 채 다섯 살을 넘기지 못한 채 저세상으로 간다. 벤지가 떠났을 때 내가 힘들었던 게 이별을 혼자 감당해야 했기 때문이 아니라는 걸 난 그때 알았다. 아내와 나 모두 감당하기 힘든 슬픔의 쓰나미를 겪어야 했으니 말이다. 집안에서 그리고 산책로에서 예삐가 남긴 흔적을 발견할 때마다 우리 둘은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눈물을 펑펑 쏟았다.

* 누르면 크게 볼 수 있습니다.
예삐와의 즐거운 한때.
예삐와의 즐거운 한때.
‘펫로스증후군’을 극복하는 방법 중엔 ‘반려동물과 함께했던 행복한 순간을 담은 사진들로 스크랩북/동영상 만들기’라는 항목이 있었다. 그래서 아내는 사진과 영상을 자동으로 재생해주는 장치를 산 뒤 살아생전 찍었던 예삐 사진들을 업로드 했지만, 이건 슬픔을 더 가중시킬 뿐, 극복하는 데 별 도움이 되지 못했다. 더 안타까운 건 어디에다 하소연할 곳도 없다는 점이었다. 아내와 난 예삐를 자식처럼 생각했지만, 많은 이들은 ‘그깟 개 한 마리 죽은 것에 왜 이리 유난을 떠냐?’는 식의 반응을 보였다. 아주 드물게 우리의 슬픔에 공감해준 분들이 있었는데, 돌이켜보면 그분들의 위로가 큰 도움이 됐던 것 같다. 그렇게 7개월이 지났을 무렵, 우리를 안타깝게 여기던 어느 분이 개 한 마리를 추천해줬다. 보자마자 마음에 들었다. 판다곰처럼 검은색과 흰색이 섞인 강아지여서 이름을 ‘팬더’라고 지었다. 혼자면 심심할까 봐 개 한 마리를 더 입양했는데, 그게 바로 ‘미니미’였다. 영원할 것 같던 슬픔은 그 둘로 인해 조금씩 희석됐고, 우리는 잃어버린 줄 알았던 웃음을 다시금 찾을 수 있었다. 개가 6마리로 불어난 지금도 우리 부부는 예삐의 기일마다 제를 올리고, 혹시 예삐가 서운해 하지 않을까 걱정하지만, 그럴 때마다 ‘아냐, 예삐는 우리가 행복한 걸 더 바랄 거야’라며 합리화하곤 한다.

한 애견펜션에서 예삐와 시간을 보냈다.
한 애견펜션에서 예삐와 시간을 보냈다.

개보다 먼저 죽지 말자

우리처럼 펫로스증후군을 겪으신 분들이 많이 있을 것이다. 이분들 중 상당수는, 벤지가 죽고 난 뒤 내가 그랬던 것처럼, 언젠가 찾아올 이별이 두려워 다시 개를 키울 엄두를 내지 못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난 그럴 필요는 없다고 본다. 첫째, 개의 죽음에 슬퍼한다는 것만으로도 개를 기를 자격이 충분하다. 자격 없는 사람이 개를 키우는 게 문제지, 자격이 있는 분들이 개를 새로 입양하는 건 사람과 개 모두에게 윈-윈이다. 둘째, 새로 입양되는 개가 펫로스증후군에서 탈출하는 데 큰 도움을 준다. 물론 곧바로 개를 입양하는 건 역효과가 날 수 있지만, 충분한 시간이 지났다면 입양을 고려하길 권한다. 셋째, 개가 먼저 떠나는 게 걱정돼서 개를 안 키운다는데, 진짜 문제는 개보다 사람이 더 먼저 떠나는 것이다. 내가 죽으면 이 개가 어떻게 될까를 상상해 보시라. 생각만으로도 끔찍하지 않은가? 정 이별이 두렵다면 개와 함께하는 동안 개한테 더 잘하면 된다. 살아생전 최선을 다한다면, 죽고 난 뒤 슬픔이 덜해지진 않지만 최소한 죄책감은 덜 드니까 말이다. 그게 지금 내가 개아빠 노릇을 열심히 하는 이유다.

글·사진 단국대 교수(기생충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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