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 탄생이 기원 전후를 가르는 종교와 세계 역사의 분기점이 됐다면, 코로나19 사태는 종교사를 코로나 이전(BC: Before Corona)과 이후(AC: After Corona)로 나누고 있다. 특히 대표적인 대면접촉 조직인 종교계는 어느 분야보다 큰 변화를 겪고 있다. 정부가 교회 소모임 금지 조처를 내리자 최근엔 교회 목회자들이 주도해 ‘금지 취소’를 요청하는 청와대 청원을 제기했고, 42만여명이 단기간에 동의했다. 그만큼 종교인들이 갖는 위기감이 어느 때보다 크다.

지난 21일 서울 종로구 성공회대학로교회에서 한국종교연합 주최로 열린 ‘코로나 이후의 종교문화생활의 변화와 그 대응’ 포럼은 이런 현장의 목소리를 잘 대변한다. 종교계를 대표할 만한 사람들이 토론자로 나섰으나, 방역지침으로 인해 소수의 청중만 참여한 가운데 유튜브 생중계로 진행됐다. 발표자와 토론자들은 먼저 종교계가 ‘언택트 시대’를 맞아 겪고 있는 변화와 당혹스러움부터 전했다.

서울대교구 명동대성당의 상설고해소 담당 사제인 김홍진 신부는 “코로나 사태 이후 고해소 안에 신자를 받을 수 없어 본의 아니게 실직자 아닌 실직자가 됐다”며 “신자들의 전례나 성사 참여도는 줄고 냉담자는 늘고 있다”고 전했다. 청주 동막교회 진방주 목사 역시 “스마트 시대라고는 해도 그동안 화상 모임까지는 해본 적이 없는데, 어제 처음 7명이 화상 모임을 하며 변화를 실감했다”며 “교회도 대형 집회 중심에서 작은 모임 혹은 개인 영성을 강화하는 쪽으로 변화해 가는 듯하다”고 말했다.

토론회 좌장을 맡은 원불교 김대선 교무는 급격한 신앙의 디지털화에 따른 우려를 표했다. 그는 “아날로그 세대인 기성세대는 디지털 신앙에 쉽게 적응하지 못해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 대면 종교활동이 줄면서 발생할 ‘재정 악화’ 등 현실적인 문제에 주목하는 발언도 이어졌다. 한국종교연합 사무총장인 이우송 성공회 신부는 “헌금을 카드 리더기로 하는, 현금 없는 봉헌 시대를 맞아 교회의 재정이 악화하고, 유튜브 예배와 법회로 신도들의 신앙성이 약화할 수 있다”고 짚었다.

코로나가 준 교훈을 되새기며 성찰과 변화에 집중해야 할 종교가 생존에 대한 염려와 두려움에만 집중하는 것에 대한 자성론도 나왔다. 김홍진 신부는 “‘어떤 모습으로 살아야 할까’라는 근본적 성찰이 없이 ‘언제 미사를 재개할 수 있을지’에 집중하며 조급해한다”며 “성당에서만이 아니라 자신의 자리에서 거룩한 영성을 만들고, 생활 속에서 참된 신앙을 할 좋은 기회가 되도록 도와야 할 때”라고 조언했다.

코로나 사태가 벌어진 근본 원인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도 있었다. 주선원 천도교 선도사는 “삼시 세끼를 굶지 않고 살게 된 데 자족하고 사람답게 살아가는 정신 먹거리에 신경을 쓰는 사회구조를 만들도록 노력했어야 함에도, 끝 모르는 물욕으로 무한경쟁에 몰입하는 경제 동물로 전락한 우리 사회의 구조가 코로나를 불러왔다”며 “종교인이 인간 본연의 양심과 사랑, 자비를 되찾는 모범을 보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불교 천태종 대전 광수사 주지 무원 스님은 “과거 역병이 창궐해 왕조가 무너지는 경우가 많은 것은 병 자체보다 이를 바라보는 사람들의 불안과 공포, 스트레스가 민심을 흉흉하게 만들었기 때문”이라며 “두려움과 공포, 불안을 다독여줘야 할 종교인이 먼저 그런 감정을 가지면 안 된다. 고난의 시기에 대중의 심신을 위로하는 정신적인 의지처가 되어줘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조현 종교전문기자 cho@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