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서울 목동아이스링크에서 열린 국제빙상경기연맹(ISU) 4대륙 피겨선수권대회 남자 싱글 프리스케이팅에 출전한 일본의 하뉴 유즈루(26)가 연기를 펼치고 있다. 연합뉴스
9일 서울 목동아이스링크에서 열린 국제빙상경기연맹(ISU) 4대륙 피겨선수권대회 남자 싱글 프리스케이팅에 출전한 일본의 하뉴 유즈루(26)가 연기를 펼치고 있다. 연합뉴스

황제는 넘어질지언정 흔들리지 않았다. ‘피겨 황제’ 하뉴 유즈루(26)가 4대륙 피겨선수권대회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며 피겨 남자선수로는 최초로 ‘그랜드 슬램’을 완성했다.

하뉴는 9일 서울 목동아이스링크에서 열린 2020 국제빙상연맹(ISU) 4대륙 피겨선수권대회 프리스케이팅에서 187.60점을 기록해 총점 299.42점으로 우승을 차지했다.

이로써 하뉴는 올림픽(2연패), 세계선수권대회(2회 우승), 그랑프리 파이널(4연패)에 이어 4대륙 선수권까지 제패하며 그랜드 슬램을 달성했다. 남자 선수 최초다. 2위는 미국의 제이슨 브라운(274.82점), 3위는 ‘제2의 하뉴’ 카기야마 유마(270.61점·일본)가 차지했다.

하뉴의 연기는 완벽하지 않았다. 평창겨울올림픽 때 선보였던 영화 ‘음양사’ 주제곡과 함께 등장한 하뉴는 첫 기술 때부터 불안한 착지를 보였다. 연기 중반에는 착지에 실패해 엉덩방아를 찧기도 했다. 그러나 하뉴는 흔들리지 않았다. 그는 곧바로 일어나 다시 연기에 몰입했다. 팬들도 그런 하뉴에게 박수를 보냈다. 그는 경기가 끝난 뒤 “프리스케이팅에서 만족할 만한 연기를 펼치지 못했지만, 팬들의 격려 덕분에 끝까지 연기를 펼칠 수 있었다”고 했다.

이날 경기장에선 하뉴의 인기를 곳곳에서 실감할 수 있었다. 목동아이스링크에는 경기 시작 전부터 하뉴를 보러 온 일본 팬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았다. 하뉴가 좋아하는 곰돌이 푸우 인형이 곳곳에서 눈에 띄었고, 일부 팬들은 아예 푸우 옷을 입거나 모자를 쓰고 경기장을 찾았다. 하뉴의 연기가 끝난 뒤에는 빙상장 위로 팬들이 던진 인형 수백개가 쏟아졌다.

하뉴 유즈루가 연기를 마친 뒤 곳곳에서 팬들이 던진 곰돌이 푸우 인형이 날아들고 있다. 연합뉴스
하뉴 유즈루가 연기를 마친 뒤 곳곳에서 팬들이 던진 곰돌이 푸우 인형이 날아들고 있다. 연합뉴스

한국 남자 피겨 간판 차준환(19)의 선전도 눈에 띄었다. 8일 쇼트프로그램에서 90.37점을 받아 6위를 기록했던 차준환은 이날 프리스케이팅에서 뛰어난 연기를 펼쳤다. 그는 프리스케이팅에서 175.06점을 받아 총점 265.43점을 기록해 5위로 대회를 마쳤다. 차준환은 메달은 따지 못했지만 종전 국제빙상연맹 공인 프리스케이팅 개인 최고점수(174.42점)와 총점 최고점수(263.49점)를 넘어섰다. 여자 피겨 간판 유영(16)은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국내 선수로선 김연아 이후 11년 만의 4대륙선수권대회 메달이다.

유영은 8일 여자 싱글 프리스케이팅에서 149.68점을 얻어 총점 223.23점으로 2위를 차지했다. 쇼트프로그램에서 주특기 트리플 악셀에 실패하며 3위에 머물렀던 유영은 프리스케이팅에서 트리플 악셀에 성공해 2위로 올라섰다. 유영은 지난해 9월 세운 자신의 프리스케이팅 최고점(141.25점)을 갈아치웠고, 총점 역시 자신의 국제빙상연맹 공인 최고 점수(217.49점)를 넘어섰다. 지난 대회 우승자인 일본의 키히라 리카(18)는 232.34점을 기록해 대회 2연패를 이뤘다. 3위는 미국의 브래디 테넬(222.97점)이었다.

한국은 유영 외에도 출전 선수들이 준수한 성적을 거두며 2022년 베이징 겨울올림픽을 향한 기대감을 높여갔다. 김예림(17)은 총점 202.76점으로 전체 6위를 차지했고, 임은수(17)도 총점 200.59점을 얻어 전체 8위에 올랐다. 이준희 기자 givenhappy@hani.co.kr

9일 서울 목동아이스링크에서 열린 국제빙상경기연맹(ISU) 4대륙 피겨선수권대회 남자 싱글 프리스케이팅에 출전한 차준환(19)이 열연하고 있다. 연합뉴스
9일 서울 목동아이스링크에서 열린 국제빙상경기연맹(ISU) 4대륙 피겨선수권대회 남자 싱글 프리스케이팅에 출전한 차준환(19)이 열연하고 있다. 연합뉴스
8일 서울 목동아이스링크에서 열린 국제빙상경기연맹(ISU) 4대륙피겨선수권대회 여자 싱글 프리스케이팅에 출전한 유영이 은메달을 딴 뒤 태극기를 들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8일 서울 목동아이스링크에서 열린 국제빙상경기연맹(ISU) 4대륙피겨선수권대회 여자 싱글 프리스케이팅에 출전한 유영이 은메달을 딴 뒤 태극기를 들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