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블로그나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가죽 공예품을 파는 가죽공방이 유행하면서, 고가의 ‘명품 가방’의 디자인을 베껴 만든 모조품을 이른바 ‘수제 명품백’으로 홍보하거나 파는 일이 늘고 있다. 전문가들은 가죽공방들의 공공연한 ‘명품 카피’에 위법 소지가 있기 때문에 주의해야 한다고 13일 당부했다.

소규모 가죽공방의 ‘명품백 만들기’는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서울시 동대문구에서 가죽공방을 운영 중인 남아무개씨는 “3~4년 전부터 가죽 공예가 유행하기 시작했는데, 소규모 가죽공방들 중 다수가 명품백의 디자인을 그대로 카피한 모조품을 만들어 팔고 있다”며 “가죽 공예를 배운다는 명목으로 소비자가 수강료를 내고 직접 짝퉁을 만드는 일도 성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사회관계망서비스(SNS)나 가죽공방 블로그 등을 통해 판매되는 명품가방 모조품은 보통 150~200만원을 호가한다. 적지 않은 금액이지만 고가 브랜드 ‘에르메스’의 ‘버킨백’이나 ’켈리백’과 같은 가방의 본래 값이 1천만원을 넘어서는 것을 감안하면 절반에도 한참 미치지 못하는 셈이다. 서울 종로구에서 가죽공방을 운영하는 ㄱ씨는 “최근 에스엔에스를 통한 홍보가 활발해지면서 에르메스 카피만 파는 공방이 늘고 있다. 명품 카피에 대한 수요가 많고 그러다 보니 홍보에도 요긴하다”고 말했다.

가죽공방의 ‘명품백 만들기’ 수업은 가죽공예 초보들을 위한 하나의 커리큘럼으로 자리잡은 실정이다. ‘버킨백 만들기’ 수업을 운영 중인 서울 강남구의 한 소규모 가죽공방에 문의해보니, 초보자도 일주일에 한번씩 5주에 걸쳐 강의를 수강하면 ‘버킨백’ 모조품을 만들 수 있다고 설명했다. 공방 관계자는 수입 가죽으로 만들 경우 69만원, 국산 가죽인 경우 49만원의 수강료를 받는다고 안내했다. 13일 오후 ‘버킨백 만들기’, ‘켈리백 만들기’ 등으로 인터넷 포털에서 검색해 보면, 수백여건의 가죽공방 홍보글이 발견된다. 그러나 법조계에서는 명품 카피를 만들어 판매하는 것뿐만 아니라, 수강료를 받고 모조품을 만드는 과정도 법 위반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지적재산권 관련 사건 전문이라는 한 변호사는 “상표를 뗐다고 하더라도 디자인 자체가 잘 알려진 경우에는 저작권법 등 위반일 가능성이 크다”며 “모조품을 판매하는 것 뿐만 아니라, 만드는 과정을 가르치고 배우는 것 역시 상표권 침해의 공범에 해당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다른 변호사도 “업체들이 소송을 걸지 않기 때문에 문제가 되지 않았을 뿐, 법리상으로는 권리 침해에 해당해 보인다”고 말했다.

기성품과 다른 독창성으로 승부를 봐야 할 소규모 가죽공방이 명품 짝퉁을 만드는 행위 자체가 부끄러운 일이라는 자성의 목소리도 나온다. 가죽제품 브랜드를 운영 중인 남씨는 “우리나라의 가죽공방들은 기술력에 비해 독창성이 떨어지는 경우가 많다. 독창적인 디자인을 할 능력이 없는데 명품 카피에 대한 수요는 많다보니 모조품에 집중하게 된다”며 “업체에서 개발한 디자인을 마구 가져다 쓴다는 것 자체가 부끄러운 일”이라고 말했다.

임재우 기자 abbado@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