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스앤젤레스 다저스의 선발 다르빗슈 유가 지난해 10월 18일(한국시간) 미국 시카고의 리글리필드에서 열린 내셔널리그 챔피언십시리즈 3차전에서 7회 승리투수 요건을 갖춘 뒤 마운드를 내려오면서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로스앤젤레스 다저스의 선발 다르빗슈 유가 지난해 10월 18일(한국시간) 미국 시카고의 리글리필드에서 열린 내셔널리그 챔피언십시리즈 3차전에서 7회 승리투수 요건을 갖춘 뒤 마운드를 내려오면서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일본 출신의 메이저리그 투수 다르빗슈 유(32)가 일본 고교야구를 지배하고 있는 ‘근성론’에 쓴소리를 던졌다.

다르빗슈는 <아사히신문> 디지털 판이 지난 1일 공개한 인터뷰에서 고교야구 선수들에게 “너무 열심히 하지 않아도 좋다”는 메시지를 던졌다. ‘여름의 절정’으로 불리는 일본 전국고교야구선수권대회가 올해로 100회를 맞는 상황에서 일본 야구 출신 최고의 투수가 건넨 조언은 야구계에서 큰 화제가 되고 있다.

다르빗슈는 무엇보다 일본 고교 야구선수의 지나친 훈련량을 꼬집었다. 그는 “수백 개의 공을 던진다든지, 수천 번의 스윙을 할 필요는 없다”며 ”도호쿠 고등학교(다르빗슈의 출신학교)에선 이른바 강호 학교에서 하는 훈련을 모두가 했다. 하지만 나는 하지 않았다. 토끼뜀 뛰기 처럼 납득할 수 없는 훈련은 절대로 하고 싶지 않았다”고 밝혔다.

다르빗슈는 또 선수들이 과도한 운동을 하는 배경엔 감독과 코치의 그릇된 인식도 작용하고 있음을 지적했다. 그는 “일본 감독들은 정확한 야구 지식 없이 자신들이 과거에 성공했던 경험을 바탕으로 선수들에게 훈련을 강요한다”며 “개선되고 있겠지만 몸이 망가져 고통받는 선수가 끊이지 않는다”고도 했다.

그가 특히 문제로 지적한 건 선수들의 ‘절대적인 휴식 부족’이다. 다르빗슈는 “지도자들이 올바른 지식을 익혔으면 좋겠다”며 “근력 훈련은 매일 하는 것보다 일주일에 사흘 정도는 쉬는 게 더 좋은 결과를 가져오기도 한다. 아직도 겨울 합숙 훈련땐 열흘, 여름 훈련땐 5일만 쉬는 야구부가 흔하다. 내가 감독이라면 일주일에 이틀은 쉬게 할 것이다. 하루 연습량도 3시간 정도면 충분하다고 본다”고 밝혔다.

동년배보다 뛰어난 투수들이 승리를 위해 무리하게 이닝 수를 채우는 현실을 두고서도 협회 차원에서 규제를 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냈다. 그는 “안라쿠의 ’772구 투구’는 미국에도 보도되면서 논란이 되었다”며 “1학년은 5회, 2학년은 6회, 3학년은 7회까지로 투구 이닝을 제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현재 도호쿠 라쿠텐 골든이글스 소속인 안라쿠 도모히로는 사이비 고교 재학 시절인 2013년 85회 고등학교 야구대회(이하 ‘봄 선발’)에 출전해 5일 동안 13회 연장 완투를 포함해 46이닝 772구를 던져 논란이 일었다. 당시 안라쿠 도모히로가 4경기 연속 완투를 하고 5번째 경기에 선발로 출장한 것을 두고 일본 야구계에서조차 “반복되어서는 안 될 17년 만의 비극”이라는 자성의 목소리가 나왔다. 17년 전 ‘비극’은 1996년 봄, 다섯 경기 연속 선발 출장했다가 어깨 부상을 입고 영영 구위를 찾지 못한 비운의 선수 다카츠카 노부유키를 말한다.

다르빗슈는 규모가 지나치게 커져 버린 일본 고교야구대회를 문제의 근본 원인으로 지적하기도 했다. 그는 “고등학생이 고시엔처럼 큰 대회에 나가면 무리를 하게 된다. 차라리 고시엔 대회 자체를 없애고 1년에 여러 번 나눠서 소규모 대회를 열면 선수가 무리하지 않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일본의 하계 전국고교야구선수권대회인 고시엔은 국가적 축제로 전국에서 약 4000개(2017년 기준 3839개)의 고교가 참가해 예선을 치른다. 이 가운데 49개 팀만이 본선에 올라, 효고 현에 있는 한신 타이거스의 홈구장인 ‘고시엔’에서 토너먼트 경기를 벌인다. 일본방송협회(NHK)는 보름여간 열리는 대부분의 경기를 중계한다. <연합뉴스> 보도를 보면, 지난 9년간 매년 80만명 이상의 관중이 고시엔을 찾았고 그 경제 효과는 351억엔(약 3568억원)에 이른다. 이 대회 캐치프레이즈처럼 ‘내 생애 최고의 여름’을 만들기 위해 선수들은 혹독한 훈련을 마다하지 않는다.

고교 야구에서의 투수 혹사 논란은 일본만의 얘기가 아니다. 지난해 국내 봉황대기에서 준우승을 차지한 충암고등학교의 좌완투수 김재균은 이 대회 동안 7번의 경기 중 6경기에 출전했고, 그중 4번을 선발 등판했다. 김재균은 57이닝의 충암고 경기에서 45⅔이닝을 책임지며, 닷새에 걸쳐 무려 437개의 공을 뿌렸다.

그나마 한국은 일본보다 사정이 조금 낫다는 게 대체적인 견해다. 일본은 전국 단위 대회가 봄 ‘선발(센바츠)’과 여름 ‘고시엔’뿐이라 두 대회에 ‘올인’을 해야 하지만, 우리는 서울을 무대로 한 4개 대회(대통령배, 청룡기, 봉황대기, 황금사자기), 지방을 무대로 한 4개 대회(화랑기, 대붕기, 무등기, 미추홀기)가 모두 전국 단위이고 여기에 전국체육대회까지 포함하면 모두 9차례라 대학 진학이나 프로 진출 등을 꿈꾸는 고교 선수들에게 좀 더 많은 기회가 주어지기 때문이다.

한편, 미국 프로야구 메이저리그에서 이번 ‘자유계약선수(FA) 중 최대어’로 꼽히는 다르빗슈 유는 아직 거취가 정해지지 않았다. 미국의 스포츠 저널리스트들은 유난히 투수 시장의 흐름이 더디다며 다르빗슈를 데려갈 구단 후보로 텍사스 레인저스, 미네소타 트윈스, 밀워키 브루어스, 시카고 컵스 등을 꼽고 있다.

박세회 기자 sehoi.park@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