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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음악·공연·전시

아리가토 레게, 아리가토 후지록!

등록 :2016-07-31 21:19

한국팀 유일 참가 ‘노선택과 소울소스’의 노선택이 보내온 후기
20회 후지록페스티벌에 한국팀으로서는 유일하게 참석한 노선택(가운데 기타 멘 이)과 소울소스. 구둘래 기자
20회 후지록페스티벌에 한국팀으로서는 유일하게 참석한 노선택(가운데 기타 멘 이)과 소울소스. 구둘래 기자

얼떨떨하다는 말은 이럴 때 쓰는 말일 거다. 후지록페스티벌은 상상도 할 수 없는 일들이 벌어지는 곳이다.

페스티벌의 첫 공연장인 카페 드 파리의 백스테이지에 누가 찾아와서는 자신이 하나후사 고이치라고 소개했다. 2015년 세상을 떠난 자메이카의 전설적인 트롬본 연주자 리코 로드리게스의 수많은 앨범 커버 사진을 찍었으며 다수의 앨범을 함께 제작하며 오랜 시간 그와 형제처럼 지낸 이다. 후지록페스티벌을 시작한 초창기 멤버이면서 페스티벌 공연 소식을 전하는 후지록익스프레스(FujiRockExpress.net)의 수장이기도 하다. 그는 우리 밴드의 사진을 찍기 위해 왔다고 했다. ‘노선택과 소울소스’(NST&The Soul Sauce)의 첫 앨범 타이틀곡 ‘송 포 리코’(Song for Rico)는 리코 로드리게스를 추모하는 곡이다.

공연이 시작되자 점차 몰려드는 군중들로 공연장 입구가 좁고 분주해졌다. 중간에 페스티벌 오거나이저인 제이슨 메이올이 무대에 올라왔다. 더 많은 사람들이 볼 수 있도록 앞쪽으로 움직여 달라고 했다.

공연을 마치고 음료를 마시고 있는데 두 사람이 우리 테이블로 왔다. 고이치가 “저 친구들도 레게 하는 친구들이야” 하고 말했다. 바로 ‘레게레이션 인디펜던스’(Reggaelation IndependAnce)의 트롬본 연주자이자 리더인 사이토 데쓰후미와 덥와이저 이치카와 자가베 히로아키였다. 20년 잔뼈가 굵은 뮤지션들로 이뤄진 명성이 자자한 팀이었다. 곧 수염이 덥수룩하고 페도라를 쓴 아저씨가 걸어왔다. 그는 자신을 “레코드가게 사장”이라고 소개했다. 그러면서 내 목에 걸친 수건을 가리켰다. 그는 세계 최대의 자메이칸 음악 스토어 ‘덥 스토어’의 사장 나오키였다. 그가 내게 맥주를 사주겠다고 했지만 몇 달 전 술을 끊었기에 망고주스를 사달라고 했다. 그날 나는 망고주스 맛에 눈을 떴다.

이야기들을 나누다가 이번 페스티벌에 트롬본 연주자가 함께 오지 못했다는 이야기를 하게 되었다. 사이토에게 ‘송 포 리코’를 함께 연주하자는 즉흥적인 제안을 했다.

두 번째 공연장은 새벽 3시의 크리스털 팰리스였다. 리허설 때 사운드가 좋아 기대가 컸다. 공연장에 도착한 사이토는 다른 멤버 세 명도 대동하고 있었다. 연주하며 주고받은 에너지는 지금도 나를 흥분시킨다. 우리는 머지않아 일본에서든 한국에서든 다시 만나서 연주하기로 약속했다. 각자의 자리로 돌아온 우리의 에스엔에스는 국제연애를 시작한 커플들처럼 분주하다. 아리가토 고자이마스 후지록!

노선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