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에서 많이 기르는 금화조 한 쌍. 위키미디어 코먼스
집에서 많이 기르는 금화조 한 쌍. 위키미디어 코먼스

금화조 한 쌍이 다투는 듯 상대방을 향해 지저귀는 장면. sciencemag.org
금화조 한 쌍이 다투는 듯 상대방을 향해 지저귀는 장면. sciencemag.org

새들도 부부싸움을 할까? 한다면 어떻게 할까? 그 장면이 포착됐다. 오스트레일리아가 원산지인 금화조 한 쌍이 새끼 양육 문제를 놓고 티격태격하는 모습이다.

 집에서 애완용으로 많이 키우는 금화조는 일부일처제로 생활한다. 평생을 한 배우자와 함께 지내는 것. 이들은 집 짓기에서 알 보호, 부화에 이르는 각 단계별로 부부가 각기 할 일을 분담한다. 특히 알을 품는 시간은 암컷과 수컷이 똑같이 나눈다. 한 쪽이 알을 품는 동안, 다른 한 쪽은 먹이를 구하러 나간다.

 프랑스 연구진은 집에서 기르는 금화조 부부 12쌍의 행동관찰을 통해 실제로 금화조들이 부모의 의무에 대해 서로 재잘대면서 토론하는지 살펴본 결과를 최근 영국 <린네협회생물학저널>(Biological Journal of the Linnean Society) 온라인판에 공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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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영상 보기 : http://bcove.me/dab47tlu

연구진은 먹이를 구하러 나간 수컷들을 붙잡아 두고 귀가 시간을 늦춘 뒤, 그 이후에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 지켜봤다. 수컷들은 보통 한 번 나가면 30분 뒤에 돌아오지만, 연구진은 이를 1시간으로 늦췄다. 실험 결과 수컷이 늦게 돌아올 땐 보통 때보다 목소리가 커지고 속도도 빨라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흥미로운 건, 귀가 시간이 늦은 수컷이 둥지에 돌아와서 어떤 짓거리를 하느냐에 따라 암컷의 반응이 달라졌다는 점이다. 수컷이 늦게 귀가한 이유를 상세히 해명하지 않을 경우, 즉 울음소리가 40회 미만일 경우엔 암컷은 자신이 외출하는 차례에서 평소보다 늦게 돌아왔다. 최대 2배나 긴 60분 동안 집을 비웠다. 하지만 구구절절이 해명할 경우, 즉 울음소리가 40번 이상일 경우엔 평소와 마찬가지로 30분 이내에 집에 돌아왔다. 수컷이 얼마나 늦게 귀가했느냐보다, 늦게 온 이유를 얼마나 상세히 설명하느냐에 따라 암컷의 기분과 행동이 달라진 셈이다.

 연구 결과를 전한 온라인 과학저널 <사이언스 매거진>은 금화조 부부의 이런 행태를 이렇게 해석했다. “새들 부부는 ‘눈에는 눈, 이에는 이’식의 맞대응 전략을 사용하지 않는다. 이들은 행동 대신 대화를 한다. 대화를 통해서 수컷이 용서가 되면, 암컷은 평소 자신의 외출 시간을 정확히 지키고 제 시간에 돌아온다.” 이런 결론이 맞다면 이른바 ‘불통 시대’를 살아가는 요즘, 이번 연구는 금화조 사례를 통해 인간 사회에서 ‘소통’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일깨워주는 것으로 읽힌다.

 하지만 이번 연구 결과에 대한 독자들의 반응이 제법 날카롭다. 한 독자는 “새가 지저귀는 소리를 어떻게 다툰다고 단정할 수 있느냐”고 반박했다. 이 독자는 “내게는 ‘당신한테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걱정됐어요. 무사히 돌아와 줘서 감사해요’라고 말하는 것처럼 들린다”고 주장했다. 다른 독자는 수컷만을 대상으로 한 실험의 한계를 지적했다. 만약 암컷을 대상으로 했어도 똑같은 결과가 나올 것이라고 장담할 수 있겠느냐는 것. 연구진은 아마도 똑같을 것으로 예단하고 실험을 수컷에 대해서만 했겠으나, 그 과학적 근거가 뭐냐고 통박했다. 또 다른 독자는 사회생물학적 또는 진화심리학적 관점에서, 실험 결과를 지나치게 의인화해서 해석하는 경향의 위험성을 경계했다. 어떤 이야기를 끌어내는 데 중점을 두다 보면 과잉해석이 나올 수 있다는 반론이다. 이런 반응들을 미리 예상이라도 한 듯, 연구진은 ‘자녀양육에 대한 협상’이란 논문 제목의 뒤에 물음표(?)를 붙였다. 그나저나 실험 대상이 된 금화조 부부들의 알들은 제대로 부화했을까?

곽노필 기자 nopi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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