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자들과 병원에는 죄송한 말씀이지만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유행으로 환자들이 뚝 끊기면서 모처럼 시간이 나서 그동안의 진료 경험을 스스로 돌아보게 됐습니다. 환자에게 도움이 되는 의료를 펼치고 있는지 반성도 하고, 환자들에게 유용한 병원 이용법을 설명하고 싶어서 책까지 내게 됐습니다.”

186명의 확진 환자가 발생한 메르스 유행은 우리 의료체계의 민낯을 보여줬다. 박창범(사진) 강동경희대병원 심장혈관내과 교수가 최근 <약 권하는 사회>라는 책을 펴낸 것도 메르스 유행이 결정적 계기가 됐다. 강동경희대병원도 신장 투석실에 메르스 환자가 다녀 가면서 한때 부분폐쇄가 이뤄졌기 때문이다.

박 교수는 “환자와 그를 가장 잘 아는 의사와의 신뢰관계가 형성되지 않은 탓에 로봇수술·고가의 건강검진 등 각종 신의료 기술로 무장한 대형병원으로 환자가 몰리고 있다. 하지만 현실은 2~3시간을 대기한 뒤 겨우 3분 정도 진료를 받는 상황이다. 환자들은 의료진한테 진료나 제대로 된 설명도 듣지 못한 채 약이나 검사 처방만 받는 실정”이라고 꼬집었다. 환자들이 세간의 명성만을 쫓는 의료쇼핑에 몰리고 있는 원인을 짚은 것이다.

박 교수는 “책에서 밝혔지만 오메가-3만해도 심장혈관 질환 예방에 좋다고 알려져 있지만 전혀 근거가 없고 단순한 건강보조식품일 뿐”이라고 말했다. 천연원료 비타민이나 관절염에 좋다는 글루코사민 역시 의학적 효과가 검증된 바 없다고 설명했다. 그럼에도 환자들이 이런 영양제를 찾는 이유는 홍보 자료는 쉽게 접하지만 실질적인 효과를 평가해 줄 의사는 만나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대형병원의 명의를 찾는 환자들의 마음은 충분히 이해할 수 있지만, 이 역시 바람직한 방법은 아니라는 것이 그의 말이다. “질병의 경중에 따라 의사를 만나 진료를 받아야 한다. 평소 폐암 등 중증질환을 진료하는 의사에게 감기 진료를 맡기는 것은 모순이다.”

박 교수는 “현직 의사로서 양심고백에 가까운 내용을 담다보니 선후배 의사들의 비난을 받을 수 있다는 생각이 들지만, 지금의 문제점을 극복해야 환자를 위한 의료체계를 만들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글·사진 김양중 의료전문기자 himtrain@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