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일 서울 송파구 잠실체육관에서 열린 민주당 임시 전국대의원대회는 참담했다.

 비록 투표로 통합을 의결하고 합당 수임기구를 구성했지만 그 과정에서 통합 반대파 대의원들이 당직자를 폭행하는가 하면, 액젓과 액체비료도 투척했다. 요즘 트위터와 페이스북을 통해 정치에 대한 관심을 키우고 있는 2030세대는 민주당 임시전당대회를 어떻게 바라봤을까.

 김영경 청년유니온 위원장, 2030 논객인 한윤형·조윤호씨, 시민정치행동 내가꿈꾸는나라의 청년회원 홍명근씨에게 민주당 통합 전당대회를 본 뒤 느낀 소회를 들어봤다.

 김영경 위원장과 조윤호씨는 “민주당의 한계를 보여줬다”고 한숨을 쉬었다. 다만 김영경 위원장은 앞으로 총선까지 ‘쇄신’의 시간이 남아 있다고 희망을 내비쳤고 조윤호씨는 “답이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안철수 밀어서 잠금해제>를 공동으로 펴낸 논객 한윤형씨는 “통합으로 가고자 하는 민주당의 시도와 방향이 옳기 때문에 좀더 지켜봐야 한다”는 입장을 보였다.

 △김영경 청년유니온 위원장

 어제 페이스북이나 트위터를 통해서 이 소식을 접했다. 제가 본 페이스북과 트위터의 반응은 ‘아유(한숨)~ 민주당’ 이었다. 나를 포함해 젊은 세대에게 ‘저들의 본질은 저렇구나’ ‘정치권이란 늘 치고받고 싸우기만 하는구나’ 하는 흙탕물 이미지가 더 강화됐다.

 청년 세대에게는 정치가 출세를 하기 위한 행위라는 이미지가 강하다. 그런데 지금은 그럴 때가 아니다. 날치기로 통과된 한미 FTA를 되돌려야 하고, 디도스 사태 같은 ‘사이버 부정선거’ 논란도 밝혀내야 한다. 이렇게 심각한 정국에서 제1야당이 서로 싸움박질을 하고 있으니 ‘정신 못 차렸구나’ 라는 생각밖에 안 든다. 기존의 ‘흙탕물 정치’ 이미지에서 한 치도 벗어나지 않은 행위를 했기 때문에, 통합이라는 새로운 비전에 대한 민주당 안의 열망같은 긍정적 요인은 일반 유권자, 혹은 청년 세대에게는 보이지 않는다. 그런 점이 안타깝기도 하다.

 현 정부에 대한 불만이 너무 크기 때문에 지금 야당이 잘해주길 바란다. 기대치가 크고 그래서 더 안타깝다. 그러나 내년 총선까지는 4~5개월 정도 시간이 있다. 시간이 없지 않다. 국민들의 마음을 이용하려 하지 말고, 지분 나누기에 얽매이지 말고 진정한 통합과 쇄신의 모습을 보여준다면, 돌아선 우리 마음을 되돌릴 수 있다고 본다.

 △한윤형 <안철수 밀어서 잠금해제> 저자

 민주당이 공천을 국민참여경선으로 치르기로 하는 등 전체적인 방향은 맞다고 본다. 기존의 통합 논의와 비교해서도 발전된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다만, 총선이 얼마 남지 않은 상황에서 양쪽 다 서로의 이익(공천지분)이 급한 사안이다 보니 싸운 것 아니겠나. 맞춰가는 과정이라고 생각한다. 그렇기 때문에 폭력에 너무 초점을 맞추는 것은 옳지 않다고 생각한다. 박지원 의원이 폭력사태를 진두지휘했다는 이야기가 나오는데 ‘판을 깬’ 쪽만 비판하는 것은 상황을 냉소적으로 보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양쪽 안이 다 공천 부분에 있어서는 시민경선 하기로 합의를 했는데 당권에 관한 룰을 정하다가 틀어진 것으로 알고 있다. 합의된 룰이 누구에게 더 유리한지는 외부자의 시선으로는 객관적으로 판단할 수 없기 때문에 어느 한쪽이 잘못했다고 말하기가 어렵다. 어쨌든 좀더 발전된 통합으로 가는 중이고, 그에 따른 마찰 정도로 해석하고 싶다.

 

 △조윤호 대학생 논객

 어제 상황을 보면서 ‘민주당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생각밖에 안 들었다. 민주당 내에서도 호남 기득권 층은 한나라당 못지 않게 보수적인 사람들이 많다는 사실을 다시 한 번 확인한 느낌이다. 트위터에서는 두 가지 반응으로 나뉘었다. 손학규 대표는 잘했고, 박지원 의원이 책임이 크다는 것이 하나고, 다른 하나는 저처럼 민주당에 대한 실망과 회의감을 드러냈다.

 결국 이번 사건으로 ‘민주당이 대안이 될 수 없다’는 유권자들의 생각이 강해지지 않을까 생각한다. 이미 통합진보당이 출범했고, 안철수씨도 끊임없이 거론되고 있다. 민주당의 이런 ‘파행적 전당대회’는 제3의 선택을 촉발할 것 같다.

 

 △홍명근 대학생 논객

 어제 전당대회 관련 보도를 본 직후 정치에 관심 있는 친구들 10명과 카카오톡으로 그룹채팅을 했다. 첫 마디가 “박지원 의원이 미쳤다. 권력에 빠진 것 아니냐. 김대중 전 대통령을 모셨던 사람 맞냐” 등 박지원 의원에 대한 비판이 대부분이었다. 지금 민주당 안에서 통합에 반대하는 이들은 지분 나누기와 줄서기에만 골몰하고 있는 것 같다. 통합은 대세다. 지금의 민주당은 대안이 아니다. 한나라당의 집권을 막기 위해서는 혁신과 통합 등 노무현 전 대통령 쪽과 시민사회 등을 끌어안아야 한다. 욕심, 지분나누기에 골몰할 때가 아닌데 그런 데만 골몰하는 모습이 좋아 보이지 않는다.

박수진 기자 jin21@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