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0일 대통령이 국가의 문화재를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 알 수 있는 사건이 벌어졌다. 울산시에 있는 국보 285호 반구대 암각화 보존에 대해 이명박 대통령은 울산시장의 말만 듣고 ‘유로변경안’을 지지하고 관련 부처에 이를 지시하겠다는 것인데, 이는 실로 어마어마한 문화유산과 환경에 대한 테러이다. 유로변경안이란 700여억원을 들여서 멀쩡한 계곡을 막고 터널을 뚫겠다는 것이다. 역시 토건 국가의 토건 대통령임이 증명되었다.
반구대 암각화에 대한 최적의 보존방법은 사연댐의 수위를 낮추는 것이라고 대다수의 문화재 전문가들과 시민단체, 정부와 울산시의 조정 구실을 했던 국무조정실, 문화체육관광부, 문화재청 등이 의견을 모으고 있었다. 사연댐의 수위를 낮추는 것이야말로 가장 비용이 적게 투입되고 친환경적인 보존방안인데도 대통령이 단 한번의 고민도 없이 토건방식의 유로변경안을 실시하라고 한다면, 사연댐 수위를 낮추도록 의견을 모으던 정부부처와 문화재 전문가들, 문화유산 보존 시민단체에 큰 불신과 파장을 불러일으킬 뿐이다.
반구대 암각화는 우리 역사와 미술사의 첫장을 열 때마다 배우고 익혀야 하는 세계적인 암각화이다. 그런데 이 암각화가 40여년째 물속에 잠기기를 반복하고 있다. 최근 연구를 보면 훼손이 더 가속화되고 있다고 한다.
반구대 암각화 보존은 간단하다. 물속에서 꺼내면 되는 것이다. 이렇게 간단한 일을 몇십년째 논쟁을 하고 있다. 만약 물속에 빠진 응급환자가 있다고 하자. 가장 좋은 구출방법은 일단 물속에서 꺼낸 뒤 다음 단계의 응급처치를 고민하면 되는 것이다.
그러나 반구대를 물속에서 꺼내는 방법에 대해서 울산시의 고집으로 인해 간단한 방법조차 이행하지 못하고 있다. 울산시는 장기적인 물 부족이라고 주장하지만 울산지역은 물 부족 지역이 아니며, 현재보다 두배의 물이 필요하다는 울산시의 주장은 설득력이 전혀 없다. 물 부족이라는 공포심을 불러일으키는 일종의 포퓰리즘에 불과하다. 또 울산시는 많은 사람들이 먹고 있는 낙동강 물은 2급수, 즉 오염이 되어 있어서 못 먹겠단다.
울산시가 주장하는 유로변경안은 국비 700억원을 투입하게 해서 환경과 역사경관을 훼손하며 토건사업을 추진하겠다는 논리에 불과한데, 대통령은 한번의 고민도 없이 유로변경안을 추진하라고 지시하겠다고 한다. 이미 자신과 같은 정치를 하고 있는 정몽준·김형오 의원도 사연댐 수위를 낮추라고 하고 해당 정부부처와 문화재 전문가들이 반구대 보존의 합의를 도출하고 있는데, 대통령은 한번에 확 찬물을 끼얹고 말았다.
이뿐만이 아니다. 필자는 서울시장 시절과 대통령 당선자 시절 이명박 대통령의 발언을 똑똑히 기억하고 있다.
“문화재로 비중 있는 것은 수표교와 광교뿐 나머지는 아무것도 없다. 땅에 파묻혀 있는 (구조물) 기초 돌덩어리가 어떤 모양으로, 어떤 형태로 있었는지 조사해서 기록을 해 놔야 하지만 돌 자체가 문화재로서 가치 있는 것은 아니다. 문화재들이 발굴될 가능성에 대해서는 이미 다 나왔다. 나올 만한 것은 다 기록에 나와 있다. 나머지 지역에 대해 지표조사도 해보고 다른 것도 해봤다. 깊이 더 파보니 나오는 게 화투짝, 고무짝 이런 거지….”
위의 말들은 2004년 3월9일 당시 이명박 서울시장이 기자와 인터뷰를 하며 기사화된 내용이다. 또한 2008년 숭례문 화재 때는 모금을 해서 복원하자고 해서 이명박 대통령의 문화유산을 바라보는 시각이나 생각에 대해 비판 논란이 있었다.
이 대통령은 2008년 한반도 운하를 밀어붙일 때 환경이 파괴되고 물류비 절감의 이익이 없으며, 운하를 하면 강의 역사와 문화재가 파괴된다고 하자 한반도 운하를 취소했다.
이후 청계천 공사를 하면서 당해봤던 문화재위원들과 문화유산 보존 시민단체의 쓴소리가 신경에 거슬렸는지 2009년 새로 임명되는 문화재위원에 문화재 전문성과 관련 없는 이들을 대거 기용했다. 그리고 4대강의 문화재 조사는 엉터리로 진행되어 갔다. 현재 4대강에는 청계천과 마찬가지로 썩은 정치의 물이 흐르고 아름다운 강산은 토건국가의 상징인 콘크리트로 뒤덮였다.
“국가는 전통문화의 계승·발전과 민족문화의 창달에 노력하여야 한다”(9조)라는 헌법에 전통문화를 콘크리트로 해결하라는 문구는 그 어디에도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