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도 성향 정당들의 국제적 모임인 ‘중도 민주 인터내셔널’(CDI, Centrist Democrat International)은 애초 1961년 칠레 산티에고에서 ‘기독 민주세계 연맹’(Christian Democrat World Union)이란 이름으로 창설된 기독교 정당들의 연합체다. 2001년까지도 공식 명칭이 ‘기독 민주 인터내셔널’(Christian Democrat International)이었으나 참가 정당들의 이념 폭이 넓어지면서 이름을 바꾸었다. 예전에 김대중 전 대통령이 이끈 평화민주당이 참관인 자격으로 참여한 적이 있다. 중도 민주 인터내셔널보다 더 오른쪽에 기울어 있는 단체가 국제민주연맹(IDU, International Democrat Union)인데, 여기에는 한나라당이 회원으로 가입해 있다.
기독교 신앙에 뿌리를 둔 유럽 정당들의 이념적 성향은 사회주의, 자유주의, 보수주의 등으로 편차가 있지만 극우 정당은 별로 찾아보기 어렵다. 노르웨이 연쇄살인자 아네르스 베링 브레이비크가 소속한 노르웨이 진보당을 위시해 프랑스 국민전선, 영국의 영국국민당(BNP), 스위스의 국민당(SVD), 덴마크의 인민당, 핀란드의 ‘진짜 핀란드인’ 등 요즘 유럽에서 득세하고 있는 극우 정당들이 대부분 국민이나 인민(people)을 내세우는 것도 흥미롭다.
한국기독당, 기독교민주당, 기독사랑실천당 등 권력을 향한 한국 교회의 열망은 그동안 끈질기게 지속돼 왔지만 그 결과는 매우 초라했다. 2004년 17대 총선을 앞두고 급조된 한국기독당은 애초 기독교란 이름만 내세우면 교인들이 지지해줄 것을 기대했지만 정당득표율이 불과 1.1%에 그쳤다. 최근 대형교회 보수 목사들이 주축이 돼 극우 성향의 새로운 보수 정당 창당을 추진한다고 한다. 실제 창당 여부는 지켜봐야겠으나 이름에 기독교를 넣을지 말지도 관심거리다.
김종구 논설위원 kjg@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