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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전국일반

‘미인도’속 그녀는 몇세기 인물일까?

등록 :2010-10-03 21:10수정 :2010-10-03 21:11

미인도
미인도
윤선도 전시관 개관 앞두고
21년만에 일반인 공개
국보 240호 윤두서 ‘자화상’도
저고리 아래 겨드랑이 속살이 살짝 삐져 나왔다. 화장을 끝내고 머리를 마무리하는 순간의 자태다. 빨간색 속저고리 옷고름도 눈길을 끈다. 쌍꺼풀 없이 가는 눈, 다소곳한 콧날이 안정적이다. 전남 해남군 해남읍 연동리 고산 윤선도 유물전시관에서 전시 중인 <미인도>(가로 49㎝, 세로 117㎝·사진 위) 속 미인은 몇 세기 여인일까?

윤선도 유물전시관은 오는 15일 정식 개관을 앞두고 일반인에게 미인도를 공개하고 있다. 도난당했다가 가까스로 되찾은 뒤 전시하지 않았던 미인도가 21년 만에 바람을 쐬는 셈이다. 미인도는 고산 윤선도(1587~1671)의 14대 종손 윤형식(77)씨가 1982년 4월 소장 유물을 정리하다 발견했다. 윤씨는 “일가 1명이 쓰레기 더미에 던져버린 ‘새까만 종이’를 펼치자 아리따운 여인 그림이 나타났다”며 “책장 안 밑바닥에 깔려 있었는데, 아마 미인 그림이라 감춰놓으려고 종이를 깔았던 것 같다”고 말했다.

이 작품엔 낙관이 없어 누구의 작품인지 가늠하기가 쉽지 않다. 그동안 공재 윤두서(1668~1715)의 손자 청고 윤용(1708~1740)이 그린 18세기 후반의 조선 여인상으로 추정돼왔다. 종손 윤씨는 “사대부 집안에서 미녀 그림을 그리기 힘든 분위기여서 낙관을 안 찍으셨던 것 같다”고 말했다. 1989년 해남 고산유적지관리소에 전시돼 있다가 사라졌던 미인도는 일본에 밀매되기 직전 절도범이 붙잡혀 해남 윤씨 종가로 되돌아왔다.

윤두서 ‘자화상’
윤두서 ‘자화상’
하지만 이 미인도가 윤용의 작품이 아닐 것이라는 추정도 나오고 있다. 이태호 명지대 교수(미술사학과)는 “미인도 속저고리는 앞섶이 아주 짧아 혜원 신윤복(1785~?)의 <미인도>와 제작 시기가 비슷하거나 그 이후”라고 말했다. 18세기 후반 앞섶 길이는 85㎝, 김홍도(1745~?) 시절엔 25㎝, 신윤복 시절 이후 19세기 초반까진 18㎝가량이었다는 게 근거다.

이번 개관식 땐 윤두서의 <자화상>(국보 240호·사진 아래) 진품이 처음으로 고향 해남에서 공개된다. 터럭 한 올까지 섬세하게 묘사된 자화상 속의 강렬한 눈빛이 인상적인 걸작이다. 또 윤씨 종가가 지켜온 유물 4600여점 가운데 220여점이 전시된다. 종손 윤씨는 “6·25 땐 사람 키 높이의 항아리 다섯개에 유물을 넣어 녹우당 대밭에 묻기도 했다”며 “종부의 지혜로 지켜온 소중한 문화유산들”이라고 말했다.

광주/정대하 기자 daeha@hani.co.kr

사진 해남군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