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50년 6월25일 새벽, 한국전쟁이 터지자마자 임인식(1920~1998) 중위는 전선으로 달려갔다. 국방부는 한국전쟁 발발 직후 국방부 소속 정훈국에 사진대를 긴급 편성해 전쟁 상황을 기록하는 임무를 맡겼고, 육사 8기였던 임 중위는 사진대 대장으로 임명돼 총 대신 카메라를 들고 참혹하고 처절했던 한국전쟁 현장을 촬영했다.
한국 최초의 종군사진가였던 그가 남긴 한국전쟁 미공개 사진들을 <한겨레>가 입수해 소개한다. 지금의 모습을 상상하기 힘들 정도로 파괴된 서울 중심가, 눈보라 날리는 엄동설한에 소 한 마리를 운송수단 겸 식량 삼아 피난가는 가족들, 어린 나이에 학도병으로 입대해 총을 들어야 했던 중학생들의 앳된 얼굴…. 임인식 사진대장은 한국전쟁이 이 땅과 사람들에게 남긴 흔적과 상처, 그 속에서 꿋꿋하게 삶을 이어갔던 한국인의 치열한 모습을 생생하게 담아냈다. 1952년 은성 화랑무공훈장을받은 그는 대위로 예편한 뒤 대한사진통신사를 설립해 전쟁 사진과 전후 한국의 정치, 경제, 사회상을 찍은 사진을 외국 통신사들에 제공했다. 한국 다큐멘터리 사진계의 대표 작가로 평가받는 그의 사진들은 당시의 모습을 보여주는 귀중한 자료로 남았다. 그의 집안은 4대에 걸친 사진가집안이다. 임석재 사진가가 그의 숙부이고 국내 대표적인 건축사진가인 임정의씨가 장남, 사진작가 임준영씨가 그의 손자다.
구본준 기자 bonbon@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