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주엽은 고려대를 졸업한 지난 1998년 프로농구 에스케이 나이츠와 연봉 1억8000만원에 입단계약을 맺었다. 오른쪽은 안준호 감독(현 삼성 감독).  한겨레 자료사진
현주엽은 고려대를 졸업한 지난 1998년 프로농구 에스케이 나이츠와 연봉 1억8000만원에 입단계약을 맺었다. 오른쪽은 안준호 감독(현 삼성 감독). 한겨레 자료사진

현주엽(34·엘지)이 은퇴를 선언했다. 특급 스타였지만 프로 무대에서는 챔피언 반지를 끼지 못했다. 미국 프로농구(NBA) 스타였던 찰스 바클리와 닮은 꼴이다. 선배 이상민(37·삼성)과 서장훈(35·전자랜드)은 아직 현역에서 뛰고있어, 그의 은퇴는 팬들을 안타깝게 하고 있다.

프로무대 우승 끝내 못이뤄구단 지원받아 지도자 수업

프로농구 창원 엘지 농구단은 24일 “5월7일 왼쪽 무릎 수술을 받고 재활중인 현주엽이 은퇴하기로 했다. 앞으로 구단 지원 아래 지도자 연수를 받을 것”이라고 발표했다. 계약기간이 1년 더 남아 있고 사령탑도 재할 뒤 복귀를 염두에 두고 있던 터여서 은퇴 선언은 급작스럽다. 앞서 강을준 엘지 감독은 “현주엽은 재활이 끝나는 내년 1월쯤 팀에 합류할 것”이라며 복귀를 기정사실화 했다. 그러나 자존심 강한 현주엽이 시즌 중반 팀이 완성된 상태에서 합류하는 것을 부담스러워 해 은퇴를 택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코뼈 부상으로 얼굴에 보호대를 쓴 현주엽(당시 고려대)이 1997년 9월 서울 잠실체육관에서 열린 고연전에서 연세대 김택훈의 수비를 제치며 슛을 시도하고 있다.  한겨레 자료사진
코뼈 부상으로 얼굴에 보호대를 쓴 현주엽(당시 고려대)이 1997년 9월 서울 잠실체육관에서 열린 고연전에서 연세대 김택훈의 수비를 제치며 슛을 시도하고 있다. 한겨레 자료사진

탄탄한 체격과 타고난 농구 센스를 자랑하는 현주엽은 스타 계보에서 빠질 수 없다. 1990년대 농구대잔치 시절 고려대 선수로 맞수 연세대의 ‘공룡센터’ 서장훈과 수많은 명승부를 연출하며 농구팬들의 사랑을 한 몸에 받았다. 195㎝에 100㎏에 육박하는 체구에도 골밑과 외곽을 자유롭게 넘나들어 당시 생소하던 ‘파워 포워드’란 포지션을 팬들에게 소개했다. 1998년 드래프트 전체 1위로 에스케이에 입단한 현주엽은 9시즌 동안 407경기에 출전해 5389득점, 1674튄공잡기, 2095도움주기를 기록했다. 2004~2005 시즌에는 평균 도움주기 2위(7.8개)를 차지해 ‘포인트 포워드’란 신조어를 만들기도 했다.


그러나 화려한 이력에도 만개하지는 못했다. 승부욕이 강하지만 프로 무대에서는 한 차례도 우승하지 못한 ‘무관의 제왕’이었다. 2002년 부산아시아경기대회에서는 중국을 꺾고 금메달을 따는 데 혁혁한 공을 세웠지만 이미 군복무 중이어서 병역 혜택도 받지 못했다. 5월 왼쪽 무릎 연골 수술까지 4차례나 무릎에 칼을 대는 등 고질적인 무릎 부상이 발목을 잡았다.

엘지의 홈페이지에는 팬들의 글이 몇 개 올라왔다. 김영태라는 아이디의 팬은 “벌써 물러날 나이는 아닌 것 같은데 참으로 아쉽네요. 자기가 가진 실력을 제대로 펼치지 못하고 쓸쓸히 이끌려 은퇴를 하는 것 같아 마음이 참으로 아픕니다”고 썼다.

이승준 기자 gamja@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