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동~경기도 하남~성남~용인 동탄 새도시를 잇는 제2경부고속도로 1단계 사업 구간이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등재 신청을 앞둔 남한산성 옆을 지나는 것으로 계획돼 논란을 일으키고 있다.

국토부와 한국도로공사는 서울에서 행정중심복합도시(충남 연기군)를 연결하는 왕복 6차로, 길이 128.8㎞의 제2경부고속도로를 계획 중이다. 이 가운데 하남~성남~용인 간 40.5㎞의 1단계 사업은, 8월 안에 발주하기 위해 현재 예비타당성 조사를 진행중이다. 그러나 1단계 사업의 성남 구간이 남한산성 유원지와 중원구 상대원동(사기막골 유원지) 계곡을 4개의 고가도로로 통과하는 것으로 계획돼 성남 지역 주민과 정당, 환경단체들이 반발하고 있다.

한나라당 신상진(성남 중원) 의원과 지방의원들은 최근 기자회견을 열어 “수도권 동남부의 허파 구실을 하는 곳에 높이 70m, 길이 250m의 고가도로를 설치하면 자연경관이 훼손되고, 시민들이 매연과 위험에 노출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민주당 성남시 수정구의회 지역위원회도 “역사와 문화가 살아 숨쉬는 남한산성을 두 동강 내는 계획”이라며 “고가도로가 설치되면 남한산성은 공해에 따른 생태계 파괴가 불 보듯하다”고 밝혔다.

민주당은 특히 지난 13일부터 고가도로 반대 서명운동을 벌이면서 시민·사회단체, 모든 정당, 성남시 등이 함께 고가도로 백지화를 위한 ‘범시민 공동대책위원회’를 꾸리자고 제안했다. 이와 관련해 성남시는 “도로 자체는 반대하지 않지만, 노선에 문제가 있는 만큼 피해를 최소화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도로공사는 “아직 예비 타당성 조사 단계여서 노선의 큰 그림만 그린 상태”라며 “지금으로선 각계의 의견을 듣는 데 주력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경기도는 광주시와 성남시에 걸쳐 있는 도립공원인 남한산성을 2018년까지 3단계로 나눠 복원하는 종합발전계획을 마련 중이다. 또 문화재청은 지난 4일 문화재위원회 심의를 거쳐 남한산성을 유네스코 세계유산 잠정목록에 등재하는 것을 추진하기로 했다. 남한산성은 신라 문무왕 때 쌓은 산성의 옛터를 활용해 조선 인조 2년(1624년)에 다시 쌓았고, 1963년 사적 57호로 지정됐다.

김기성 기자 player009@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