곧 공기업 구조개편 방안이 발표될 모양이다. 공기업 구조개편을 위한 여론 조성 작업은 감사원이 맡았다. 지난주 감사원은 ‘공공기관 경영개선 실태 1단계 감사결과 중간발표’를 했다. 산업은행·한전 등 31개 공공기관의 경영실태를 점검한 결과라고 한다. 감사 결과, ‘인건비성 경비 편법·과다 지급’ ‘자회사 부당지원 및 감독소홀’ ‘복리후생비 편법 조성 및 집행 부적정’, ‘계약 업무 부당 처리’, ‘이사회·경영평가 등 외부감독 회피’ 등의 유형에 걸쳐 1조원이 넘는 예산낭비가 있었다고 한다.

직업이 회계사다 보니 1조원의 산출근거가 무엇인지 궁금했다. 통상적으로 감사원은 인터넷상에서 감사결과 전문을 공개한다. 이번에는 감사원이 제공한 보도자료만 있어서 단편적인 내용 외에는 알 수가 없었다. 눈에 띄는 부분은 31개 공공기관과 대기업, 중소기업 3자간의 연봉을 비교한 그래프(각각 6037만원, 5055만원, 2951만원)다. 이에 대해 “직원 1인당 인건비가 2006년 기준 대기업보다는 19.4%, 중소기업보다는 무려 2배 이상인 104.6% 높은 실정”이라고 지적한다. 31개 공공기관의 평균과 대기업 혹은 중소기업의 평균을 비교해서 공공기관의 예산낭비가 심하다는 논거로 삼는 것은 터무니없다. 공기업 구조개편 대상으로 자주 언급되는 우리은행의 지난해 직원 1인당 평균급여는 5540만원인데 신한은행은 6920만원이다. 이처럼 비교를 하려면 업종의 동일성을 비롯해서 여러 가지 조건을 일치시킨 다음 비교해야 한다. 공기업이 민간기업에 비해 경영이 비효율적이라는 것은 상당히 과장된 주장이다.

물론 민영화가 되어 이른바 주인이 생기면 그 주인은 감사원의 지적 사항 중 ‘인건비성 경비 편법·과다 지급’이나 ‘복리후생비 편법 조성 및 집행 부적정’ 같은 문제는 해결할 것이다. 공공기관의 이런 문제는 소비자가 지급하는 돈이 공공기관의 주인인 국민 일반을 위해 사용되는 것이 아니라 부당한 방식으로 공공기관 임직원의 주머니로 흘러들어가는 것이다. 민영화 효과라는, 방만하지 않고 효율적인 경영이 의미하는 것은 이런 돈이 공공기관 임직원의 주머니가 아닌 민간 투자자의 주머니로 들어가는 것을 의미한다. 누가 투자자가 되든 그들은 민영화를 통해 막대한 이득을 챙길 것이다.

민영화는 포스코나 케이티처럼 국민주 공모 방식으로 이루어질 수도 있다. 전경련은 이런 민영화에 반대하고 두산중공업처럼 지배주주 있는 민영화를 주장한다. 전경련의 주장이 관철돼 재벌이 지배주주가 되면 감사원의 지적사항 중 ‘자회사 부당지원’이나 ‘계약업무 부당처리’, 이사회·경영평가 등 ‘외부감독 회피’ 같은 기업 지배구조 투명성과 직간접으로 관련된 문제들은 오히려 더 악화될 것이다.

‘상속세 및 증여세법’에서 최대주주가 소유하고 있는 주식의 가치에 대해서는 그렇지 않은 주식에 비해 일반적으로 20%를 가산해 평가하고 있다. 이는 지배주주가 자신의 이익을 위해 소수주주의 이익에 반해 경영에 참여하고 있음이 일반적으로 인정되고 있음을 뜻한다. 관련회사와의 거래가 많은 재벌의 경우 그런 기회는 훨씬 더 많다. 이런 점까지 고려하면 전경련이 민영화에 강하게 집착하는 이유가 분명하다.

재벌이 그러하듯 공공기관도 적잖은 문제가 있다. 공공기관을 처분하는 것은 문제 해결이 아니라 국민의 잠재적 부를 재벌에 이전해 주는 것에 불과하다. ‘시이오 대통령’이라는 이름값을 하려면 공공기관을 껴안고 그 잠재적 부를 현실화해야 할 것이다.

김영환 한국인권재단 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