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닭도리탕’은 일본식 용어가 아니다. 우리 사회의 곳곳에 깊게 퍼져 있는 일본말의 잔재를 털어내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상당수의 용어들이 부르기 좋은 우리말로 다듬어졌다. 그러나 일부 국어학자들 사이에 빈약한 학문적 근거로 순우리말을 일본식 용어라 해서 순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기도 한다. 그 대표적인 단어가 ‘닭도리탕’이라고 할 수 있다. 이들이 주장하는 근거는 닭도리탕은 닭+도리(鳥: 일본어로 새를 ‘도리’라 함)+탕이 결합된 말이라는 것이다. 따라서 닭과 새를 의미하는 도리가 중복하여 들어간 단어로, 이를 풀이하면 의미가 중첩되는 ‘닭새탕’ 또는 ‘닭닭탕’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분석은 논리적 근거가 약하고 편협한 접근방법이라고 생각한다. 닭도리탕은 ‘닭’과 ‘도리다’의 ‘도리’에다 탕이 합쳐진 복합어로 보아야 한다. 즉 닭고기를 작은 고깃덩어리로 도리질하여 찌거나 삶아낸 요리인 것이다. 작은 부분으로 나누다, 작게 파내다의 뜻을 가진 ‘도리다’에서 나온 어간 ‘도리’를 전혀 관련성도 없는 일본어 도리(鳥)에다 갖다 붙인 기발한 발상에 어안이 벙벙할 따름이다. 무분별한 일본말 사용은 자제해야겠지만, 일본말이기 때문에 무조건 배제해야 된다는 생각도 이제는 지양되어야 한다. 우리 사회가 영어에는 관대하면서도(?) 일본말에 대해서는 정도 이상의 과민반응을 가지고 있다.

김형주/광주 북구 용봉동